Tunikut's Cultural Paradise

travel diaries

Paris (2006.4.3 - 2006.4.10) (4)

tunikut 2008. 12. 23. 16:55

 

[EAU 발표! 둥.. 둥.. 둥..]

 

짜가 지나갈수록 이젠 거의 나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는 걸 포기했나보다. 룸메이트인 동기 선배도 늦잠 잘 자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의 늦잠 수준에는 못미치는지 오늘 아침도 역시 동기 선배가 날 깨웠다. 발표 준비로 바짝 긴장을 하고 난 터라 그런지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전히 그 영양가 없고 성의도 없는 아침을 챙겨 먹고 오늘은 정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이라 어제와 달리 말끔한 곤색 정장 차림에 하얀 와이셔츠,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손에는 포스터를 둘둘 말아 든 채 숙소를 나왔다. 자아.. 실은 이걸 위해서 파리에 온 것 아닌가! 여전히 파리의 4월 아침 공기는 차가웠다.

 
메트로를 타고 다시 포흐뜨 마요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아직 오전 9시경.. 동기 선배의 발표는 12시 반이고 나는 2시 반 타임이었다. 우리는 발표가 예정된 장소인 마요룸에 들어가서 오전 심포지엄을 교수님과 간단히 들었다. 소아의 상부 요관 결석의 치료와 방광요관역류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면서 드디어 포스터 세션 발표를 앞두게 됐다.
 
단상을 바라보고 왼쪽 벽에 하나씩 포스터를 전시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떨리기 시작했다. 자기가 각자 준비한 포스터를 벽에 걸고 그 앞에 벌쭘하게 서있으면 좌장을 포함한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포스터를 보고 질문 및 토의를 한다. 이렇게 후리 토킹 시간을 약 30-40분 정도 끌고 나면 본격적인 세션에 들어간다. 단상 중앙에서 비춰지는 슬라이드 화면에 자신이 준비한 포스터가 비춰지면서 좌장이 발표자를 호명한다. 호명된 발표자는 단상 위로 올라가 약 3-5분 정도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간단히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이것이 끝나면 역시 좌장 혹은 청중들이 질문 및 토의를 한다.
 
으으………
 
솔직히 학회 발표라고 해봤자 여태까지는 국내에서 포스터만 달랑 걸어두고 그냥 끝나면 포스터만 떼는 식의 발표만 해봤고 구두 발표는 재작년에 신라 호텔에서 있었던 추계 학회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도 내용도 없는 발표하느라고 무진장 떨었던 사실이다. 근데 한가지 그건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 우리말로 발표를 하는 떨린다. 그럴까.. 게다가 앞서 발표한 러시아 연자의 정말이지 아무도 못알아먹는 영어 발음도 그렇고 일본 연자가 버벅대는 모습을 보고 나니 은근히 자신감까지 생긴달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름이 호명됐다.
 
기종성 신우신염의 치료에서 신적출술과 신보존술식의 결과 대해 발표하기로 돼있었다. 아무튼 에라 모르겠다. 철판이다! 기분으로 그냥 터벅터벅 연단에 걸어 올라갔다. 솔직히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래, 내가 6 미술학원부터 학원가에 발을 들여놓고 이제 여기 이렇게 유럽의 학회 연단에 올라서게 되는구나.. 엄마, 챔피언 먹었어를 외치던 복서의 심정이 이런 것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
 
에라 모르겠다. 미리 영어로 졸라게 써서 준비한 쪽지를 펴고 제법 태연하다는 듯이 읽어대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영어 발음이 앞서 발표한 러시아나 일본 연자보다는 낫다는 확신이 들어 나도 모르게 중간에 우쭐거리기도 했다. 여기가 유럽임을 의식한 나머지 심지어는 영국식 억양과 발음을 흉내내는 여유까지 보였다. (솔직히 내가 그랬다는 거지 듣는 청자가 알기야 하겠냐만..)
 
3 만에 프레젠테이션이 끝났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한다. 혹자는 자기 발표가 끝나고 질문도 없다면 솔직히 발표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답변을 준비해야 되는 번거러움을 있어 질문이 없는 것이 최고다라고 하지만 생각은 다르다. 내가 아무리 발표를 못했다고 하더라도 질문에 성의 있게 질문해주는 청자가 있다면 훨씬 고마울 것이다. 발표에 앞서 내가 포스터 앞에 서있을 스웨덴 출신의 여자 의사가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해줬는데 솔직히 고마웠다. 무관심처럼 비참한 것은 없는 거다..
 
발표가 끝나고 좌장이 질문 있습니까? 청중들에게 물어봤다. 잠시 프랑스인으로 생각되는  청중이 역시 질문을 해줬다. 고마워요 답변이 되는지 마는지 모르고 적어도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에 열심히 사람을 쳐다보고 답변해줬다. 교수님도 먼발치에 앉아 동기 선배와 나의 발표를 흡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Tunikut on presentation

 

자아!!! 이제 숙제 끝이다! 다시 놀러 가자!!!

 
일단 오늘 저녁에는 쇄석기 회사인 Edap에서 주최하는 세느강 유람선 선상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얘기 하고 발표 준비로 바싹 긴장했던 목에 매여진 넥타이나 조금 풀자.. 휴우..
 
[ 데팡스 (La Defense)]
 
일단 우리 일행이 학회에 와서 끝난 셈이다. 저녁에 있을 유람선 일정까지는 아직도 3시간 남짓 여유가 있다. 우리 일행은 그동안 할지 생각하다가 학회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데팡스에 갔다 오기로 했다.
 
데팡스 (La Defense).. 말처럼 독일(프러시아)과의 전쟁시 최후의 방어 요새로 지어진 지구라고 한다. 지구가 유명하냐면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고풍스러운 파리의 구시가지에 비해 곳은 신시가지로 정통적인 유럽풍의 건물들 대신에 마치 시드니를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빌딩숲이 자리한 곳이다. 파리의 구시가지에서도 개선문 방향으로 바라다보면 유명한 데팡스의 빌딩숲들을 바라볼 있다. 역시 상당히 몽환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메트로 1호선을 타고 데팡스역에 도착. 우리는 모두 정장 차림이란 망각하고 다시금 카메라를 손에 든채 관광객아닌 관광객으로 돌아갔다. 역에서 나오면 곧바로 멀리서 바라만 보던 데팡스를 대표하는 건축물들과 접할 있는데 바로 다름 아닌 신개선문 그랑드 아르슈이다. 데팡스역은 마치 지난 번에 도쿄에 갔을 다녀온 유리카모메 다이바역을 떠올리게 한다. 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공원처럼 사람들이 앉아서 있는 광장이 나온다. 상당히 느낌이 유사하다. 데팡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되는데 신개선문과 오른쪽으로 붉은색의 조형물인 콜더의 스타빌 보이고 너머로 엘프 빌딩을 비롯한 빌딩 숲이 올려다 보인다. 이런 건축물들이 넓은 광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가운데로 비둘기떼가 날아다니는 데팡스역의 광장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신개선문의 맞은 편으로는 멀리 개선문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데 마치 사요 궁전에서 바라보던 에펠탑의 관경과 유사한 명관이다. 우리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데팡스에 왔다는 느낌을 받았고 시간 관계상 시내 가까이로는 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여기서 사진 촬영을 하며 서서히 산책하다 가기로 작정했다. 

 

 라 데팡스역 앞 광장에 있는 거대한 신개선문

 

우리 일행은 자리를 뒤로 옮겨 거대한 신개선문 아래 계단을 올라갔다. 파리에 있는 개의 개선문 중에 단연 높이로서는 최고가 아닐까.. 아래 있으니 마리를 쓸어올리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하게 된다. 나는 외투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신개선문 아래를 산책했다. 없이 심심한 명의 프랑스 여자들이 말을 건네며 느끼한 말투로 Ou, can you speak French? Beautiful man?이라고 한다. 허걱.. 푸하하 뷰티풀 이라니.. 태어나서 저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근데 이런 상황은 아주 예전에 더블린에 갔었을 비슷한 경험을 적이 있다. 더블린의 리어리 선착장에 도착하여 페리에서 내려 걸어나갈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UK & Ireland 참고)

 
암튼 곳에서 왔다 갔다 이제 오후가 지난 파리의 봄바람을 쏘이며 산책을 하다가 다시금 메트로를 타고 학회장인 뽀흐뜨 마요역에 도착했다. Edap에서 주최하는 저녁 심포지움이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30여분 남았다. 우리는 뽀흐뜨 마요역 가까이 볼로뉴숲 입구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아 봄햇살을 쪼이기로 했다. 아마 얼굴 피부가 같다. 생각해보니 썬크림을 준비 안한 후회됐다. 파리지엥들, 아니 서양인들은 햇빛을 쪼이는 굉장히 축복으로 여기는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 시내에서 노천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없는 식당이란 단연하건대 없다. 하다 못해 한두평밖에 안되는 우리나라로 치면 골목앞 오뎅집 내지는 떡볶이집 정도로밖에 안보이는 식당에도 테이블 하나 정도는 반드시 밖에 마련해둔다. 햇빛에 타는 싫어해서 의자를 쓰고 양산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서양인들은 이해 못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모자 쓰고 다니는 서양 사람들은 못본 같다.
 
지난번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같은데 여행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고 회상하고 현재 내가 멀리 서울을 떠나 곳에 있음을 실감하면서 앞으로의 준비를 하는 잠시 동안의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은 여행이 얼마나 달콤한 여행으로 평생 기억에 남는지를 결정하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을 한다. 빈탄의 해안가에서 그랬고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그랬으며 에딘버러의 칼튼 힐이 그러했고 더블린의 템플바에서 그랬다. 지금 여기 볼로뉴 입구의 벤치에 한가롭게 앉은 시간들이 그러했다. 그렇다. 동적인 여행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사색이란 필요한 거다.

 

 학회장 근처의 볼로뉴 숲 입구의 벤치에 앉아 바라본 라 데팡스의 모습

 

 이 곳 벤치에서 바라다 본 EAU 학회장 Palais de Congree의 모습

 

어느덧 시간이 되어 우리는 다시 5 30분부터 열릴 Edap 주최 심포지움 전립선암의 HIFU 요법 들으러 학회장으로 들어왔다. 영국의 여성 물리학 교수가 HIFU 물리적 법칙을 강의했고 이어서 독일, 프랑스의 비뇨기과 교수가 실질적인 치료 경험을, 이탈리아의 종양내과 교수가 내과적인 관점에 대해 심포지움을 펼쳤다. 바야흐로 소위 유럽 열강 4개국의 학자들이 모인 것이다. 심포지움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 원체 영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성 물리학자의 강의가 인상적이었고 특유의 영국식 발음도 아주 듣기가 좋았다.

 
심포지움이 끝나고 공식적인 오늘의 학회 일정이 끝나자 사람들이 학회장 밖으로 우루루 빠져나왔다. 여기서 진풍경이 펼쳐진다. 학회장 밖에는 Edap, Astellas, Pfizer, Sanofi-aventis 등등 여러 제약 회사에서 준비한 버스가 줄을 지어 서있었고 얼굴 반반한 여성 안내 요원들이 각자의 제약 회사의 피켓을 흔들며 버스 앞에 줄지어섰다. 학회장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95% 분명히 의사들이다. 자기와 친분이 있거나 원래 스폰서를 받고 있는 제약 회사의 피켓 앞으로 우루루 몰려들어 줄을 선다. 피켓을 안내 요원이 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면 뒤를 따라 마치 알을 깨고 나온 오리떼들이 엄마 오리를 따라가 듯이 줄을 지어 이동한다. 근데 대부분이 연세 지긋한 교수님들이라 추운 저녁 점퍼를 걸치고 줄을 지어 따라가는 보니 (이런 표현 쓰기 미안하지만) 종로 입구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부랑자들의 줄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쩔 없다. 나도 의사다. 학회장에선 제약 회사를 따라가는 최선의 방책인 .. 자존심은? 최소한의 품위는? 글쎄다. Sad but true 공식이란 그것이 부도덕하지 않은 범위에 한해 어쩔 없이 배워가게 되는 나이를 살씩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암튼 우리는 미리 예정된 Edap 2 버스에 올라탔다. 
 
[세느강의 진풍경.. 그리고 찬란했던, 잊을 없는 유람선의 ]
 
버스는 학회장을 출발하여 동쪽으로 진입하면서 세느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계속 달렸다. 나는 버스 안에서 파리의 서쪽 에펠탑 근방에서 시작하여 시테섬과 뽕네프를 지나 세느강의 동쪽까지 세느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세느강은 정말 아름답다.
 
한강의 반의 반도 안되는 강폭에 색깔도 누런 세느강이 뭐가 아름답냐고? 그게 아름답다는 거다. 뭐랄까.. 뭐라고 묘사해야 할까.. 암튼 한강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보는 한강변은 어떻게 생겼나? 자전거나 조깅을 위한 산책길이 있고 뒤로 잔디밭으로 고수부지가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차도가 있으며 밖을 벗어나야 인도가 나오든지 아파트촌이 나오든지 그렇지 않나? 근데 세느강변은? 지금 서울의 청계천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강이 흐르는 바로 옆으로 그냥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그리고 청계천의 양쪽 벽처럼 쌓아올려진 벽이 있고 위로 그냥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느낌은 마치 뭐랄까.. 도시 전체가 아직도 현대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옛날 파리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효과를 아주 표현해준다. 근데 멋진 이게 아니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며 바라다 보이는 세느강변에는 이름 모를 여러 건물들이 줄지어있는데 하나같이 전형적인 유럽풍의 건물들이라 언뜻 광경을 보면 이게 실사인지 그림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긴 세느강변이 그림으로 많이 그려지기는 했지..
 
또한 물결은 어떤가. 참으로 기이하다. 파랗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한강의 모습과는 달리 이상하게 세느강물은 마치 속에 없는 괴물이 요동을 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변의 양쪽 벽을 때리는 물결을 일으키며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마치 세느강의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바라보다가 저쪽에서 내가 있는 쪽으로 좌우로 요동치며 재빠르게 흘러오는 노란 강물이 해일을 일으키듯이 나를 집어삼킬 같은 느낌이 든다. 세느강물을 가만히 뚫어져라 바라보면 속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중독적인 묘한 느낌을 준다.

 

 버스에서 바라다본 세느강변의 모습. 저 멀리 파리에서 흔히 보는 커플의 모습도 보인다.

 

세느강변의 풍경과 강물에 취해 정신 못차리고 버스 창밖을 바라보다 보니 벌써 버스는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했고 아니나 다를까 유람선 꼭대기에는 Edap 회사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자아~ 우리는 이제 선상 파티에 초대된 거야!
 
동기 선배가 탄성을 질렀다.

 

 우리가 탄 유람선의 모습

 

자리는 우리 뿐만 아니라 아까 저녁 심포지움에 참석했던 유럽 4 열강 학자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여러 인사들이 참석하는 아주 성대한 파티이다. 회사 측에서 배를 통째로 빌린 것이다. 자아.. 동안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에서만 보던 바로 전형적인 유럽풍의 선상 파티에 우리가 오게 거다. 정장 수트와 드레스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왔다 갔다 하며 담소를 나누고 웨이터들이 샴페인잔을 여러 들고 돌아다닌다. 양옆으로 바에서 주방장들이 직접 간단히 안주 거리들을 만들어 꽂아두면 왔다 갔다 하면서 집어 먹는다. 그리고 샴페인은 바에서 무한정 먹을 수도 있고 지나다니는 웨이터들로부터 집어서 마실 있다. , 나는 지금 말끔한 정장 차림이다. 그리고 왼쪽 가슴에는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달고 있다. 왼쪽 손에는 모에 샹동 샴페인잔이 들려있고 나는 지금 앞쪽의 난간에 서서 파리와 세느강변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옆에는 Edap 한국지부 젊은 직원이 공손한 말투로 나에게 작은 대접을 하고 있다……

 

 배 위에서 사람들이 다 이런 식으로 서있다..

 

그래,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내가 살면서 평생에 이런 경험을 다시금 있을까.. 일단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내가 학계에 계속 뜻이 있어서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어디 학자가 되는 , 교수가 되는 쉬운 일인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너무나 모호한 미래다. 그렇다면 수련 과정을 마치고 개업을 한다면? 물론 개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해외 여행은 있겠지.. 하지만 내가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파리에 여행 와서 이렇게 세느강의 유람선에서 선상 파티에 대접 받으며 있을 있을까.. 기껏해야 지도를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여행객 내지는 가이드를 따라 유람선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 정도 있는 아닐까.. 학계에 소속되어, 대학에 소속되어 명예를 가진 교수로서 대접을 받으며 이런 자리에 있게 된다는 부러운 일이다. 내가 찬란한 순간에 세느강변의 미치도록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반짝거리는 에펠탑을 올려다보며 서울 집에 홀로 있는 아내 생각이 무척이나 많이 들었다. 솔직히 주장은 명료하다. 그래, 풍경은 나중에라도 아내와 함께 와서 세느강의 밤유람선을 타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진짜 바라는 내가 지금 곳에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서있는 아내도 똑같이 경험해보길 바란다. 우리가 가이디드 투어를 하는 일행 중에 지방 의대의 젊은 교수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언뜻 보아도 그다지 품위 있어 보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흔히 보는 젊은 약간은 촌스런 대학 강사처럼 보였고 아내 역시 그냥 30 초중반의 평범한 차림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교수 부부였다. 교양없이 촌스러운 사나이는 교수이기 때문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그의 아내를 파리에 데리고 와서 이런 저런 호강스런 경험을 시켜줄 있는 것이다. .. 역시 교수란 좋은 건가 보다. 

 

 세느강의 밤 유람선에서 바라다본 에펠탑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서남용 버젼)

 

미치도록 아름답고 찬란한 광경에 탄복하면서 스무 이상의 샴페인을 들이키면서 서울의 아내 생각과 위에 기술한 이런 저런 센티멘탈한 생각과 함께 나도 취해버렸다. 특히나 오늘 낮에 긴장했던 학회 발표가 끝나면서 긴장이 풀린 탓도 컸을 것이리라. 또한 주변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프레젠테이션에 만족하고 있었다. 광경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생각에 취했다. 2-3시간 가량 지속된 길지만 짧게 느껴졌던, 하지만 나에게 있어 기억에 커다란 도장을 찍어버린 선상 샴페인 파티는 끝이 났다. 선착장에 준비된 버스에 올라타 적당한 취기와 함께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창가에 붙어 앉았다. 조금 있으려니까 오늘 저녁 심포지엄에서 인상깊은 강의를 해주었던 영국의 여자 물리학 교수가 버스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왼쪽열에 자석에 홀로 앉았다. 대부분 자리에 있는 여러 학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이 말도 많이 걸고 하는데 나에게 인상깊었던 여교수는 왠지 쓸쓸해보였다. 그래도 오늘 저녁 중요한 심포지엄에서 강의를 물리학 교수인데도 별로 얘기하는 사람 없이 빈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 보니 저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용기를 냈다. 학회장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프로그램북과 펜을 꺼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앉아 있는 자리쪽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비뇨기과 의사입니다. 아까 저녁에 있었던 심포지엄 강의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뭔가 질문이라도 하는 알았나보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 싸인 ..
 
.. 허허..
 
다소 쌩뚱 맞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흥쾌히 싸인을 해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 와서 앉았다. 나조차도 영광이었지만 그녀도 오늘밤 숙소로 돌아가면서 기분은 좋았을 것이다.
 
5편에 계속..

 

2006/05/08 (월)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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