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ravel diaries

Paris (2006.4.3 - 2006.4.10) (2)

tunikut 2008. 12. 23. 16:30

 

2006년 4월 4일
 
[가이디드 투어: 에펠탑과 룩상부르 공원]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언제나 그랬 듯이 여행 첫날 아침은 참 잘도 일어난다.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못일어난다.) 7시쯤 일어난 우리는 일단 1인분에 13유로라는 거금을 주고 호텔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 세상에..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호텔 아침 식단 중에 최악의 식단이라고나 할까.. 뷔페식으로 얇은 햄 쪼가리와 씨리얼, 그리고 바게트빵이 끝이다. 아니 이런 걸 13유로나 주고.. 13유로면 우리 돈으로 17000원인데.. 어쨌든 돈 아깝지 않으려고 버터 바르고 꿀 바르고 꾸역꾸역 열심히 먹었다. 이 나라 사람들 진짜 아침에 빵쪼가리만 먹는 게 사실이다..
 
일단 우리는 앞으로의 방향을 이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도 교수님까지 오셨는데 완전 거지 여행을 할 수도 없고, 사비를 들여서 여행을 하고 제법 괜찮은 데서 식사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래서 서울에서 같이 올라온 한독 제약회사의 스폰서를 받기로 하고 그쪽 일정대로 가이디드 투어를 하면서 중간 중간 살짝 살짝 우리끼리 여행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이기적이면서도 얄미운 방법이지만)
 
파리의 아침은 참 쌀쌀하다. 그러나 오후에 햇볕이 들면 따뜻해지거나 오히려 더워지기도 한다. 파리지엥들은 아침에는 두꺼운 코트 차림에 출근을 하고 오후에는 가벼운 니트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이날도 아침은 무지막지하게 추웠다. 가져온 옷들이 죄다 봄옷들이라 덜덜덜 떨며 메트로 villiers 역으로 향했다.
 
"까흐네 씰 부 쁠레"
 
파리의 메트로에서 표를 사기 위해서는 영어는 쓰면 안된다. 이 사람들한테 영어를 쓰면 대부분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No English"라는 대답을 듣기 쉽상이다. 옆에 자동판매기도 있는데 이건 사용이 상당히 난해하기 때문에 직원한테서 직접 사는 게 빠르다. 10장 패키지를 사려면 "까흐네 씰 부 쁠레", 1장만 사려면 "앙 비예 씰 부 쁠레"라고 하면 된다. (나 빠리 사람 다 된 거 같애)
 
흔히들 얘기하지만 파리의 지하철역은 더럽다. 개가 눈 건지 사람이 눈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에나 약간씩 오줌이 흐르다 말라붙은 흔적이 보이고 꼭 지린내가 약간씩 풍긴다. 지하철의 문은 대부분 수동으로 고리를 잡고 올려야 문이 열린다. 지하철 내부는 런던의 그것과 비슷하게 좁다. 하긴.. 파리의 지하철 역사가 100년인 것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암튼 참 인상적이다.
 
후랑클린 디 루즈벨트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제법 큰 길이 펼쳐졌다

. 어? 여기가 샹젤리제 거린가? 잠시 어리둥절.. 코너를 돌아 오른쪽으로 휙 꺾으니 아주 큰 대로가 나오면서 양 앞으로 노천 카페들의 테이블들이 봄볕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병아리떼 마냥 늘어서 있고 출근 시간에 바쁜 차들이 휭휭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샹젤리제(Champs Elysees) 거리인 것이다! 앗. 그럼 개선문도 보이겠네? 개선문.. 개선문.. 먹이를 찾아 돌진하는 하이에나 마냥 길가에 바짝 붙어 동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하얗게 위풍당당히 서있는 개선문이 보인다. 흥분한 나는 고개를 180도 돌려 동쪽을 바라보았더니 저 멀리 콩코드 광장의 아라베스크가 보인다. 우와... 내가 파리에 온 게 맞긴 맞구나아!! 파리에 와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점이겠지만 파리의 길은 모두 일직선상으로 쭉~ 뻗어있는 게 특징이다. 세계 어느 도시가 이처럼 돼있을까.. 어디 하나 막히는 게 없이 이 거리에서 저쪽을 바라다보면 멀리까지 일직선상으로 쫙쫙 뻗어있는 게 참으로 멋지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개선문, 샹젤리제 등은 천천히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 우리는 제약회사 가이디드 투어 일행이 있는 후랑클린 디 루즈벨트 호텔로 향했다.

  

 아침에 바라본 샹젤리제 거리, 그리고 멀리 보이는 개선문

 

루이 뷔똥, 페라가모, 샤넬, 막스마라 등 명품점들이 즐비해있는 몽타뉴 거리를 지나 호텔에 도착. 이미 다른 대학의 여러 교수님들과 사모님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우리도 교수님이 있긴 했지만 나나 동기 선배는 좀 뻘쭘했던 게 사실이다. 검은 파마 머리를 뒤로 묶은 독특한 인상의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제약 회사 직원과 함께 버스에 올라타고 소위 '전형적인 가이디드 투어'를 시작했다. 난 원래 자유 여행 추종자로 가이디드 투어는 너무 겉핥기식이라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가이디드 투어를 하면서 이 얘기도 듣고 저 얘기도 듣고 저긴 어디고 무슨 사연이 있고 등등을 들으니 대충 뭣도 모르고 혼자 걸어다니는 것 보다 유익한 점이 많아 좋았고 무엇보다 '편해서' 좋았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또한 파리에서는 가이디드 투어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게 도시 자체가 역사가 살아 숨쉬기 때문에 기본적인 프랑스 역사에 대한 귀동냥은 하면서 보는 것이 더 유익한 것 같다.
 
버스는 샹젤리제 거리로 다시 나와 세느강변을 따라 남서부로 내려갔다. 저멀리.. 드디어 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가에 바싹 달라 붙어 연발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좀 있으면 에펠탑 앞에까지 갈텐데 벌써부터 난리다. 암튼 오늘 아침 개선문도 보고 에펠탑도 보고.. 아주 파리 온 기분 제대로 난다!
 
에펠탑.. 파리의 상징이자 최대 문화 유적. 1년 에펠탑 관광 수입이 우리나라 한 해 관광수입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현지 가이드로부터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자존심 상할 수가.. 어떻게 일개 탑의 관광 수입이 한 국가의 관광 수입과 같단 말인가.. 우리가 사진이나 티브이에서 흔히 봐온 에펠탑의 진경은 사실 사요 궁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일단 일행은 그쪽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사요 궁전의 반대편 잔디 광장에 도착했다. 길게 나 있는 오솔길 끝에 거만한 위용을 뽐내며 에펠탑이 서있었고 그 앞에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구조물이 서있었는데 재미있는 건 여러 개의 언어들 중에 우리말 '평화'도 있었다는 것. 암튼 날씨도 화창한 가운데 이 곳 잔디밭에서 마음껏 파리의 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 순간 잠시나마 느껴지는 순간의 여유감이 아닐까...

 

 잔디밭에서 바라본 에펠탑. 우측 기둥에 '평화'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이 곳 잔디 광장에서 잠시 카메라 촬영 및 경치 관람 시간을 마치고 에펠탑에 올라가보자는 일부 일행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버스는 다시 파리의 동쪽으로 이동하며 파리의 대학들이 몰려있는 대학촌을 지나 아 참, 내가 파리에 왔을 때가 한참 데모 기간이라서 이곳저곳에서 대학을 점령하고 있는 경찰들과 소위 닭장차들도 여럿 봤다. 룩상부르 공원에 도착했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상원의사당 건물과 그 앞에 펼쳐진 분수대와 잔디밭이 인상적이었던 난 이 곳에서 한적한 오후를 만끽하고 싶어 찍어논 장소였는데 가이디드 투어의 최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놈의 겉핥기 사진 찍기 때문에 잠시 광경만 보고 사진만 찍어오는데 만족해야 했다. 공원 앞에선 애들이 축구공을 차며 프랑스 월드컵 우승국 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 참, 맨하탄의 자유의 여신상이 원래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건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바로 원조 오리지날 자유의 여신상 그러나 맨하탄의 그것에 비해 한없이 작고 초라한 이 바로 이 곳 룩상부르 공원에 있다. (젠장.. 그러나 버스를 타고 공원 뒤쪽을 지나가며 자유의 여신상의 엉덩이만 바라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쩝.)

 

 룩상부르 공원에 위치한 상원의사당 건물의 모습


[햇볕 쨍쨍한 오후에 방문한 베르사유 궁전]

 
룩상부르 공원을 떠난 버스는 다시 북쪽으로 달려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Leon이라고 하는 식당에서 홍합 요리를 먹었는데 아마도 이 곳 레옹은 홍합 전문 체인점인 것 같다. 파리의 여기 저기서 본 것 같다. 암튼 생각보다 양이 상당히 많았던 홍합을 열심히 까서 먹으며 막 맥주도 마시고 그랬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 일행은 다음 장소인 말로만 듣던 베르사유 궁전을 가기 위해 다시금 버스에 올라탔다.

 

 홍합 요리. 우측 위에 보이는 게 얘들이 맨날 먹는 빵이다. 왼쪽과 같은 감자 튀김은 루틴. 

 

버스는 다시 처음에 갔었던 세느강변 쪽으로 이동하면서 에펠탑옆을 다시 지나가더니 이윽고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아 참,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길에 세느강변의 한 지하도로를 통과했는데 이 지하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 사고를 당한 지하도로다. 그것도 서양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인 13번째 기둥에서 충돌 사고가 있었던 것. 버스가 이 곳을 통과하면서 난 그 13번째 기둥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주어 바라봤다.

 
고속도로라고 해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15-20분쯤 달렸을까 어느새 우리는 베르사유 지역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도 그럴 것이 이 베르사유 궁전과 태양왕 루이 14세의 이야기가 현지 가이드의 입을 통해 맛깔 나게 들려왔던 것.
 
그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 여기에 도착하니까 진짜 프랑스에 와서 관광지에 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마치 런던에 처음 도착해서 버킹검 궁전을 처음 바라봤을 때의 느낌과 같다고나 대단한 태양왕 루이 14세가 지은 화려하디 화려한 궁전.. 근데 솔직히 뭐 입구에서 올려다 본 모습은 그냥 뭐 좀 그랬다. 뭐 그냥.. 유럽의 궁전이나보다.. 이런 건 에딘버러나 더블린에서도 얼마든지 봤다구!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궁전 안으로 진입하여 왕이나 왕비가 살던 침대나 뭐.. 그런 것들을 구경했다. 쩝. 뭐 그냥 그랬다. 근데!
 
내가 정말 환타스틱하게 바라봤던 광경은 궁전이 아니라 궁전을 다 관람하고 나와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이었다! 우와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니다! 궁전 뒤쪽으로 큰 분수대가 위치해있고 이것도 멋지지만 그 정면으로 멀리 내리막하게 펼쳐진 십자형 연못과 주변에 조성된 머리통이 날아간 삼림 프랑스에 가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 이 둘러싼 자태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이 연못을 만들기 위해 파리 시내 중심을 흐르는 세느강물을 여기까지 irrigation했다고 한다. 아 진짜 여기 완전 멋지다!!

 

 베르사유 궁전과 그 앞의 넓은 분수대 

 

 정원의 내리막길. 멀리 보이는 십자형 연못이 압권이다!

 

한 두어 시간 이상 이 곳 베르사유 궁전에서 궁전도 보고 궁전 내부도 보고 정원의 연못들도 보면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그랬다. 서울을 떠나 멀리 프랑스에 와서 이렇게 티브이나 백과 사전에서만 보던 장소를 직접 와서 보고 느끼고 사진 찍고 거닐고 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즐거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말이지 여행의 소중함이란 도저히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간접 경험이 아니고 직접 경험 아닌가! 우리 조금 후진 집에 살더라도, 조금 후진 차를 몰더라도 여행을 많이 다니자!! 그게 남는 거다.

 
[사요 궁전에서 바라본 에펠탑 파리에 왔음을 느끼다!]
 
이제 충분히 베르사유 궁전을 봤다고 생각이 들 때쯤 다시금 버스에 탔더니 가이드가 목 마르시죠?라면서 에비앙을 한 통씩 나눠준다. 이 가이드분 진짜 잘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해외 여행을 할 때는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인제 다시 이 곳을 올 수 있을까라는 것. 항상 떠날 때는 언제금 다시 오리라라는 느낌이 반드시 들지만 과연 얼마나 그 곳을 다시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왠지 철학적인 사색도 좀 든다.
 
암튼 간에 일행은 다시 세느강변의 에펠탑을 바라보며 파리 시내로 들어왔고 아까 점심 식사를 해던 그 거리(Rue de ? 분명히 기억했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 가물..)에서 다시금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오늘 파리에서 먹은 저녁 식사는 정통 왕오리지날 후렌치 스타일로 갔다. Kir라는 탄산이 도는 빨간, 와인 비스무리한 술로 식전 입맛을 다시고, 파리에까지 와서 못먹어보면 서럽다는 유명한 달팽이 요리를 에피타이저로 먹어봤다. 오호.. 뭐 생각보다 별로라는 사람도 있고 그다지 특이할 것 없다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대만족이다! 올리브유 뭐 그런 종류의 식물성 기름과 소금간을 한 달팽이 요리는 내 취향에 아주 딱! 이랄까.. 이후에 스테이크 요리 및 후렌치 델리에서 피해갈 수 없는 코스인 현지 치즈까지 맛봤다. 예전에 신혼 여행으로 호주에 갔었을 때 선셋 크루즈시에 살짝 집어서 냄새 맡았다가 죽을 뻔한 치즈의 추억 때문에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번엔 아예 냄새를 안맞고 빵에 묻혀 먹었더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거기 있던 일행들 중에 식탁에 놓여진 치즈를 전부 비운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후렌치 디너를 즐기면서 그 자리에 빼놓을 수 없었던 게 바로 와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했었지만 파리에 와서 와인 참 많이도 먹었다. 이렇게 정통 오리지날 후렌치 스타일로 저녁을 먹으면서 와인을 곁들이고 있자니 가슴이 다 뭉클해진다. 아 내가 진짜.. 서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구나 왜 예전에 여기 실린 츄라블 다이어리란의 UK & Ireland란을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 때 더블린의 한 레스토랑에 혼자 앉아서 아이리쉬 커피를 마실 때가 기억난다 하는 기분이 들어 지금 생각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흐흑.. 여행은 감동이다.

 

 프랑스에서 안먹으면 서러운 달팽이 요리. 오른쪽에 빨간 잔에 있는 게 'Kir'다.

 

참 든든히도 잘 먹었다. 버스는 다시 숙소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오늘 오전을 에펠탑으로 시작한 만큼 오늘 가이디드 투어의 마무리 역시 에펠탑으로 끝났다. 이 가이드분 참 컨셉을 잘 짜시는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오는 길에, 그 유명한, 사요 궁전 앞에서 에펠탑 바라보기 순서가 온 것이다. 해양 박물관과 인류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사요 궁전에 버스가 도착. 솔직히 일행들도 다들 약간 피곤한 터였는데 가이드가 여기서는 내려야돼요! 사진 꼭 찍으셔야 돼요!라고 막 강조를 하는 게 아닌가. 난 속는 셈 치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
 
이거! 이거 뭐야! 왜 진짜 맨날 사진으로만 보던 파리 에펠탑 그 모습 아냐!!! 사요 궁전에서 바라본 에펠탑의 광경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몇 달전 MM Jazz 잡지에서 프랑스 재즈를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에펠탑의 사진이 나왔는데 그게 다 여기서 찍은 사진이다. 인공으로 조성된 절벽에서 에펠탑의 중간층 정도로 눈높이를 맞추고 내려다보는 건지 그냥 바라보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암튼 이 장관은 직접 와서 꼭 봐야 된다. 아아……….. 정말 정말 장관이다. 감동이다. 감동이다! 앞으로 파리를 방문하실 예정인 분들게 완전 추천하는 장소다. 아시겠죠? 사요 궁전(Palais de Chaillot)에서 에펠탑을 바라보셔야 파리에 오셨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이다. 참고로 메트로 9호선 Trocadero 역에서 내리시면 바롭니다. 꼭 보세요!

 

 사요 궁전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의 절경. 이런 식으로 보인다. 좌측이 동기 선배다. ]

 

[꿈에서도 못보는 콩코드 광장과 세느강변, 그리고 에펠탑의 야경]
 
.. 이제 여기까지 봤더니 오늘의 가이디드 투어 일정은 끝이다. 우리는 어제 밤에 왔었던 마들렌 교회 앞에서 내렸다. 지금 시각은 이제 저녁 8시. 아직도 시내는 밝다. 제약 회사 직원 및 가이디드 투어 일행과 헤어진 우리 일행 교수님, 동기 선배, 그리고 나 은 이렇게 숙소에 들어갈 수 없지. 판단하고 슬슬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파리 시내를 좀 걷기로 했다. 마들렌 교회에서 남쪽으로 슬슬 걸어서 콩코드 광장까지 가기로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콩코드 광장까지 왔더니 완전히 해가 져서 어두워졌다. 근데 우리가 참 타이밍을 잘 맞춘 게 콩코드 광장에 다다르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라베스크를 포함한 광장 주변의 가로등 및 조명이 일제히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은? 
 
.. 솔직히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마치 5살 짜리 꼬마애가 꿈 속에서, 동화 속에나 나오는 과자로 만들어진 마을을 방문하고 와서 꿈에서 깬 느낌과 같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어두운 밤, 차들이 광장 주위로 라이트를 비추고 뱅뱅 돌며 돌아가고 그 중심에 아라베스크가 뽐내 듯이 서있고 주변으로 오렌지빛 가로등이 일제히 켜지는 콩코드 광장의 야경은 내 심리를 자극할 만큼 몽환적이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그 앞으로 쭈욱 샹젤리제 거리가 뚫려 있고 그 끝에는 개선문으로 이어지는 이 화려한 파리시의 3단 콤보 야경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우리 일행은 콩코드 광장을 지나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콩코드 다리를 건너 세느강변의 야경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럼 이 세느강변의 야경은? 뭐 이제 더 이상 묘사법에 의존한 수식어는 달지 않겠다. 아래 사진을 보라.

 

 Look what you see. Is that a dream?

 

강변을 걸어 세느강의 다리 중에 가장 유명한 다리인 알렉산드르 3세 다리를 건너 그랑 빨레, 쁘띠 빨레 사이에 까지 이르러 서서히 북쪽으로 숙소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우리 세 명은 오늘 낮 동안 버스를 타고 화려한 관광을 즐기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파리시의 뒷골목들만 좆아 다니며 우중충하게 숙소에 걸어들어왔다. 교수님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인상 쓰면서 동양인의 무서움을 보여주라고 강조하셨다. 그래야 서양애들이 밤에 무서워서 시비 걸지 않는다고.. 나와 동기 선배는 열심히 인상을 쓰며 숙소에 들어와 뻗어 잤다. 내일부터는 바야흐로 학회가 시작되는 구나......

 

3편에 계속...

 

2006/04/22 (토) 03:06

 

 

'travel dia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ris (2006.4.3 - 2006.4.10) (4)   (0) 2008.12.23
Paris (2006.4.3 - 2006.4.10) (3)   (0) 2008.12.23
Paris (2006.4.3 - 2006.4.10) (1)   (0) 2008.12.23
Tokyo (2006.1.14 - 2006.1.16) (2)   (0) 2008.12.23
Tokyo (2006.1.14 - 2006.1.16) (1)   (0) 200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