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ravel diaries

Tokyo (2006.1.14 - 2006.1.16) (2)

tunikut 2008. 12. 23. 16:00

 

 2006년 1월 15일

[오다이바로 가는 길]

삐릭 삐릭 삐릭..

아침 7시. 정말 감질 나는 저것도 모닝콜이라고 귀뚜라미 소리보다도 작은 소리에 눈을 떴다. 아내는 아직도 삼매경에 빠져있다. 보통

집에선 내가 늦잠을 많이 자는데 이렇게 외국에 나오니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들었는지 내가 즉시 일어나서 아내를 깨웠다. 대충 준비하고

나와 로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무료 쿠폰으로 아침 식사 - 그냥 그런 뷔페식임 - 를 마치고 약 8시경 숙소를 나왔다.

오늘은 원래는 아사쿠사, 오다이바, 시부야, 하라주쿠, 도쿄 타워 등을 계획했던 날이긴 한데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지하철 타고 돌아다

니며 superficial하게 다 볼 수는 있겠지만 우린 둘 다 그런 식을 싫어하고, 하나를 보더라도 제대로 보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대폭 계획을

단순화시켜 오늘은 오전에 오다이바! 오후에 시부야! 이렇게 잡았다. 못본 건 나중에 다시 와서 보지 뭐..

우선 다시 신주쿠 중심가로 걸음을 옮겨 지하철역을 찾았다. 여기서 문제 하나. 신주쿠를 통과하는 지하철 노선이 몇 개일까요? 바로 7개

다 7개.. 그러니 생각을 해보라. 그 놈의 신주쿠 지하철역이라고 하는 입구나 출구는 얼마나 많은지.. 암튼 우린 일단 도에이 오에다센을

타고 시오도메로 가기 위해 무척이나 그 날 아침 또 이리저리 해매기에 이르렀다. 한참을 해매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또 타고

도에이 오에다센 신주쿠역을 찾았더니 택시는 그냥 어제 그 My City JR역에다 척 세워준다. 그니깐 우리나라처럼 이역 저역 다 연결돼

있는 걸 우린 깜빡한 거다. 암튼 거기서 도에이 오에다센을 타고 시오도메로 향했다.

도쿄에 와서 처음 타본 지하철이라.. 대체로 한번 타는데 200-300엔 정도 되니 진짜 무지하게 비싸다. 복잡하기로 유명한 도쿄의 지하철

/전철에는 내 경험상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돼있다. (맞나 모르겠다.)

1. JR: 서울 지하철 1호선처럼 지상으로 다니는 전철이며 이 중 야마노테센은 서울 2호선처럼 도쿄 전체를 환상으로 돌아가는 선으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함. 전철 내부 구조나 사이즈 등 여러면에서 서울의 지하철과 유사함.
2. 도에이: 이건 지하로만 다니는 그냥 지하철. 서울의 지하철에 비해 굉장히 작고 좁다. 마치 런던의 지하철과 유사함.
3. 도쿄 메트로: 이건 사실 한번도 안타봤지만 아마도 도에이와 비슷한 지하철이 아닐까.
4. 모노 레일: 외곽 일부에 연결돼 있는 라인. 하네다 공항 갈 때 필요함.
5. 유리카모메: 오다이바로 연결되는 일종의 모노 레일. 레일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며 전망이 훌륭해 관광객들을 위한 전철임.

무인 전철이라는 점이 특징.

이 중에 1, 2, 3은 각각 또 여러개의 ‘센’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도쿄 시내의 모든 전철 라인을 한 지면에 그릴 수가 없다. 각각만

그려도 복잡하니 이거 원.. 그런데 이것들이 익숙해지면 복잡한 만큼 이 도시 저 도시가 정말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내 친구 말로는

지하철만 잘만 이용해도 도쿄에서 오사카까지도 갈 수 있다고..

암튼 도에이 오에다센을 타고 신주쿠에서 시오도메에 도착. 여기서 유리카모메로 환승했다. 근데 도쿄는 지하철이 복잡하지만 환승 안내가

정말 잘 되어 있어 환승에는 어려움이 없다. 말로 듣던 유리카모메는 그야 말로 무인 모노 레일. 미래적으로 만들어진 첨단 모노 레일을

타고 맨 앞 칸에서 마치 영화 “Brazil"의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가고 있으니 정말이지 기분이 묘하다. 미래형 빌딩

숲을 롤러코스터같은 모노 레일을 타고 가다 보니 푸른 바다가 나오며 오다이바의 전경이 그려지니 이 모습 가히 몽환적이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가 좋아하는 그런 다국적 무국적인 풍경과도 상통하달까.. 아 진짜..

[오다이바]

오다이바를 보려면 유리카모메를 타고 ‘다이바’역에 내리면 된다. 다이바 역에 내려서 나오면 제일 먼저 정말로 미래형 빌딩의 위용을

보여주는 후지 TV 본사 건물과 Aqua City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고 뒤를 샥 돌아보면 마치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와 유사한 레인보우

브릿지와 짝퉁 자유의 여신상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이게 오다이바에 도착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첫인상이리라. 우린 어제 도착하자

마자 무슨 어둡고 비오고 시내만 돌아다니고 그러다가 이제야 좀 제대로 무슨 관광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에 기분이 완전히 업됐다.

우선 자유의 여신상 근처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바다와 이어진 광경을 구경하고 곧바로 후지 TV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방송국이긴 하지만

대중들에게 완전히 공개된 관광지로 개발돼 있어 이 방송국에서 방영된 여러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샵 등 여행객들을 위한 견학 거리가 참

많다. 구경 순서는 25층 - 24층 - 7층 - 5층 - 1층 순이다. 특이한 점은 25층에서 스탬프 찍는 종이를 받아 각 층을 내려가며 스탬프를 다

찍으면서 모으면 1층에서 경품을 준다. (경품이래봤자 후지 TV 마스코트 파란 강아지 엽서가 다다. 그래도.. 재미있자나..) 25층 전망대

에서는 도쿄만의 아름다운 정경과 멀리 도쿄 타워, 그리고 후지산까지 볼 수 있어 참 멋지다. 저 멀리 도쿄 타워가 내려다보여 도쿄 타워

에서 보는 전망보다 여기가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층까지 내려오면서 관람을 끝낸 우리는 다음 코스인 아쿠아 씨티로

향했다.

아쿠아 씨티는 대규모 백화점같은 쇼핑몰로 역시나 와이프를 위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난 뭐 그냥.. 도쿄엔 백화점/쇼핑몰 진짜

징그럽게 많다. 신기했던 건 고딩들이 교복을 입고 많이 돌아다닌다는 점. 지금 시각이 오전이고 일요일인데도 뭔 놈의 고등학생들이

여고든 남고든 교복들을 입고 오다이바를 횡보하는지 이해가 잘 안갔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 거겠지.. 근데 일본애들이 입는 교복은

참 이쁘다고 생각했다. 자체로 패션이 된다.

아쿠아 씨티를 둘러보고 나오니 이제 어느덧 점심 때가 다 됐다. 우린 절대 서둘러 여행하지 않는다. 사실 좀 빡빡하게 하자면 비너스

포트까지 보려했으나 우린 그냥 곧바로 시부야로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시부야! 시부야! 시부야!]

오다이바에서 다시 유리카모메를 타고 종점인 JR 신바시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JR 야마노테센’을 타고 전철은 시부야를

향했다. (야마노테센이 왜 유명하냐면 신바시-롯본기-시부야-하라주쿠-신주쿠 등 주요 도시를 다 연결하기 때문이지.) 전철이 시부야에

가까워질 수록 내 마음도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음악 - 특히 팝/댄스/소울을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게 시부야는

뉴욕, 런던과 더불어 가보고 싶은 3대 도시에 속한다. 드디어 시부야역에 도착. 우리는 충견 하치코 동상이 있는 출구로 나왔다..

우와~~~!!!

드디어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그 명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땡! 신호가 바뀌면 마치 전쟁시 피난 행렬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군중들

이 직각/대각으로 난 횡단 보도를 건너며 역 앞 광장을 꽉 채운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시부야의 빌딩들과 상점, 유흥가가 숲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정면으로 나 있는 그 상점가의 중앙 대로 끝에는 HMV의 커다란 간판이 올려다보인다. 이건 마치 뭐랄까.. 마치 부채와 같다고 할까.

부채의 손잡이가 시부야역이고 그 앞으로 펼쳐지는 부채 구조.. 아니다 이건 마치 우리가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운 선상지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좁게 밀집된 현란한 상점가에서부터 내려와 급격히 펼쳐지는 지형.. blah blah blah.. 대략 정신이 없다.

난 광분해서 사진을 마구 찍어대며 우린 그 수도 없는 군중들에게 몸을 던져 건너편의 상점가로 향했다. 이 곳은 마치 명동의 상점 골목과

신촌의 먹자 골목을 적당히 버무린 다음 거기에 로데오의 럭셔리 양념을 약간만 치고 마지막으로 홍대앞의 컬쳐로 전체를 싼 오믈렛과

같다. 도쿄의 다른 곳에선 타인종들을 흔히 구경하기는 어렵지만 이곳에선 백인, 흑인들도 참 많다. 뭐랄까.. 도쿄 인구의 절반이 지금 이 곳

시부야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그 규모로 따지면 시부야는 신주쿠보다 훨씬 작고 구조도 매우 심플하다. 그럼 여기서 뭘 둘러봐야

되냐? 솔직히 무슨 관광을 한다면 볼 건 하나도 없다. 이 곳은 정말이지 현지 그 자체의 생동감을 느껴야 한다. 이런 게 자유 여행의 묘미다.

팩키지로 오면 여기서 뭘 하겠나? 그냥 시부야역 앞에 하치코 동상 앞에서 사진이나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나.. 아님 쇼핑 자유 시간

한 2시간 주려나..

우린 여기서 오늘을 다 보내기로 했다. 집사람이나 나나 이 곳은 코드가 딱 맞았다. 먼저 우린 그 수많은 것들을 다 보기 전에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유명한 회전 초밥집인 ‘쓰키지혼텐’을 찾았다. (역시나 어제의 ‘멘야부사시’ 만큼이나 식당 찾는 건 만만한 게 아니었다.)

시부야에 간 사람 치고 이 곳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근데 참 재미있는 건 역시 유명한 집은 밖에서 보면 허름하다는 것. 어제

멘야무사시도 신주쿠 외곽 중의 외곽에 호텔 뒷골목 사람 발길도 잘 안닿는 곳에 있었고 여기 쓰키지혼텐 역시 참 눈에 안뜨이는 장소다.

어디있냐면 HMV 입구를 오른쪽으로 끼고 걸어가다가 첫 4거리에서 휙 우회전을 하면 있다. 아마도 사시사철 낮밤을 안가리고 이 식당 앞

에는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대체로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기다리면 입장할 수 있다. 여러 초밥 접시가 중앙을 회전하는데

종류에 상관 없이 한 접시에 초밥 2개가 올라오며 ‘무조건’ 100엔이다. 너무 TK서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냐고? 무슨 말씀 신선도나 퀄리티

모두 새티스홱션 개런티드다. 종류는? 미스터 초밥왕에서 쇼타가 만든 거 다 있다. 근데 이 식당에는 몇가지 규칙이 있다.

1. 한 사람당 최소 7접시 이상을 먹어야 한다.
2. 식사 시간은 30분 이내로 제한된다.

자리에 앉으면 바 앞에 셀프 녹차가 마련돼 있어 수도 꼭지에서 뜨거운 물을 무한 리필로 받아 마실 수 있다. 집사람과 난 정말이지 신기

해하고 감탄하면서도 30분 이내에 먹어야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감탄하며 서둘러 먹는 희한한 자태를 보였다. 난 족히 17접시는 먹은 것

같고 집사람도 10접시 정도 먹었던 것 같다.

일단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와 서서히 시부야의 스트리트를 roaming + shopping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주로 신발 가게, 화장품 가게를

보고 난 주로 레코드점을 봤다. 여기서 음악 얘기 좀 하자 이제. (침 닦고.. 자 잘 들어봐라.)

내가 솔직히 말이지 놀라버린 게 2000년도에 런던 피카디리 써커스를 가서 젊은이들이 레코드점에서 바이닐들을 디깅하고 턴테이블을

점검하는 풍경이었다. 근데 이 곳 시부야는 더 웃긴 게 그 엄청난 블록들이 밀집된 스트리트의 한 지역은 바로 ‘레코드점 밀집 지역’라는

거다. 여긴 아예 길거리 자체가 힙합스럽다. 시간 관계상 하나 하나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이런 데가 어딨나. ‘레코드점 밀집 지역’

이라니.. 그것도 죄다 댄스/소울 - 즉 힙합, 알앤비, 하우스, 테크노, 가라지, 트랜스, 드럼 앤 베이스, 소울.... 이런 거 말이다. 게다가 아시

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중고 씨디 전문점인 RECOfan과 Disk Union만 해도 한 골목에 2개나 있다. 한 골목에..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일인가. 일본의 큰 빌딩이나 버스의 광고판에는 거의 대부분이 ‘누구누구의 1st album, 몇월 며칠 발매’ 죄다 이런

거다. 심지어 한 버진 메가스토어는 큰 빌딩 하나 전체가 다 레코드점인 데도 있다. mp3나 다운 받아 듣고 씨디 절대 안사고, 맨날 영화도

팝폴더니 뭐니 공유하면서 다운 받아 보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 가능이나 하냔 말이다! (음음.. 좀 진정하고..) 이 곳을 걷는 젊은이들의

손엔 Disk Union 혹은 RECOfan 백에 담긴 2-3개의 12인치 바이닐판들이 들려있다. 암튼 난 일단 한 Disk Union에 들어가 DJ Krush의

[Tragicomic krush self remix] 싱글을 450엔 주고 샀다. 중고 씨디이고 상태도 B급이라 싸게 사서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디스크에 잔기스 하나 없고 부클릿도 깨끗하다. 단, 쥬얼 박스가 좀 흠집이 많을 뿐... 이거야 바꾸면 그만 아닌가. 일본 가서 중고 씨디

사시려는 분들 진짜 싼값(300엔-400엔선)에 보물들 많습니다. 자신을 갖고 구입하세요. 정말 아쉬운 게 거기에 DJ shadow/Cut Chemist

의 [Brainfreeze]하고 [Product Placement] 다 있었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쫌만 기다려~ 다음에 가서

사줄게.. --; (CD 얘기 하니깐 그러고보니 어제 잠에 신주쿠 HMV에서 Nujabes하고 Muneshine 솔로 앨범 봤는데 그 놈의 한국 힙합

컬렉션인지 뭔지 취지에 가려 Yoonkee에 밀린 게 지금 생각해보니 좀 아쉽기도 하다. 암튼 습관과 편집증은 무서운 거다.)

Book 1st라는 대규모 서점(지하 1층에서 6층인가 7층까지 있다는.. 세상에 이것도 그래. 우리나라에 이 정도 되는 서점 있어?)에서

책구경을 하고 Tokyu Hands에서 DIY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도쿄에서 벌써 2년 넘게 유학 생활 중인 친구 현우에게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았다. 암튼 이렇게 모든 Tokyo 일정을 마치고 저녁 6시 반에 시부야역 하치코 동상 옆에서 친구 현우를 만나 인근 술집에서 밤 11시

까지 맥주를 마시며 오랜 회포를 풀었다. 세상에 술값이 셋이서 막 먹다보니 15만원 정도 나오더라.. 미쳤지.. 쫄딱 망했다.



2006년 1월 16일

[도쿄 하네다 - 김포]

어젯밤에 피곤한 몸에 맥주로 인한 숙취까지 겹쳐 정신없이 잔 것 같다. 눈을 떠보니 세상에 벌써 아침 9시 50분!! 허걱. 10시까지 체크아웃

안하면 돈 더 내야 되는데, 우린 정신 없이 챙겨가지고 얼른 체크 아웃을 했다. 일단 오후 4시 35분 비행기여서 짐을 호텔에 잠시 맡기고

하라주쿠나 다녀와볼까.. 했으나 그다지 많이 못 볼 것 같아 우선 숙소 근처에 있는 Yoshinoya에서 일본식 덮밥을 챙겨 먹고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신 후 신주쿠 아침 거리를 조금 거닐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아 참, 떠나기 전에 숙소 앞에 있었던

Book-Off라는 그 중고 서적/CD점에서 와이프는 명탐정 코난 만화책 2권을, 난 You The Rock의 [The Soundtrack'96] 앨범(950엔)을

마지막으로 각각 샀다.

아아.. 매번 해외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참 신기한 게 떠나기 직전이 돼야 비로소 모든 것이 익숙해진다는 거다. 엊그제 저녁만 해도

우리를 미로에서 해매게 만들었던 우리 숙소와 신주쿠의 복잡한 거리들이 왜 떠나기 직전이 되니까 마치 ‘우리 동네’ 처럼 익숙하고 정답게

느껴지는지.. 그렇게 하나도 모르겠던 지하철 라인과 타는 법이 갑자기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진건지.. 참으로 아쉽다.

암튼 우린 다시 My City JR 역에서 야마노테센을 타고 하마마츠쵸역에서 내려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모노 레일로 환승했다. 음! 근데 이

도쿄라는 도시는 마지막까지 날 행복하게 해주었는데 바로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모노 레일 경치가 끝내준다는 거다. 이 역시 도쿄 비지터

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걸까. 모노 레일은 물위를 달린다. 무슨 소린냐고? 이게 뭐라고 해야 될까.. 마치 은하철도 999의 철로처럼 딱

하나의 철로가 강물 한 가운데, 즉 강의 흐름을 따라 평행하게 나있어서 모노 레일에 앉아 바깥을 보면 마치 수상으로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암튼 그렇게 우리는 2박 3일이지만 정작 제대로는 거의 하루 정도밖에 둘러보지 못한 - 무지막지하게 감질나는 도쿄를 서서히

떠나고 있었다.

자.. 또 이제 정리해보자. 정리 타임!

일본 내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고 7개의 지하철 노선이 연결되는 도쿄 최대 도시 신주쿠의 위용! 비오고 어두웠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상큼한 미래형 도시 오다이바와 유리카모메! 도쿄만의 자유의 여신상과 그 뒤로 당당하게 서있던 후지 TV 건물..
미치도록 화려하고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딱! 내 스타일야아~~!!!! (빡빡이 원장 버전)”인 세계 최고의 문화 도시 시부야! 그 어지럽게

몰려들었다 빠지는 군중들..
그리고 그 속이 어떤지야 모르지만, 독도가 누구 땅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상대방에게 절대로 무례함을 용서하지 않는 일본인들..

모두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머지 않은 미래에, 가까우면 이번 여름 휴가 때, 꼭 다시 한번 도쿄를 재방문할 것이다. 이번엔

1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이번에 못본 하라주쿠, 롯본기, 긴자, 도쿄 타워, 도쿄 도청, 다이칸야마, 지유가오카, 아사쿠사, 메이지 신궁,

그리고 핫코네까지 쭈욱 둘러볼 작정이다.


 

2006/01/21 (토)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