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ravel diaries

Tokyo (2006.1.14 - 2006.1.16) (1)

tunikut 2008. 12. 23. 15:55

 

[일정 개요]
 
23일 도쿄 신주쿠/오다이바/시부야
 
1 14일 토요일: 서울 출발/신주쿠 신주쿠 숙소 1
1 15일 월요일: 오다이바/시부야 신주쿠 숙소 1
1 16일 일요일: 도쿄 출발 서울 도착
 
 
2006년 1월 14일
 
[김포 - 도쿄 하네다]
 

바쁜 하루 하루 속에서 정말이지 꿈같은 2박 3일 겨울 휴가를 얻어 난 다시금 배낭을 꾸리기로 결심했다.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닌 와이프와

둘이서 출발. 2003년 1월 신혼 여행을 호주로 다녀오고 난 뒤로 실로 모처럼 만의 해외 탐방이다.

 
목적지는 도쿄!

영국 런던과 더불어 음악 시장의 메카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특히나 시부야 지역은 꼭 한번쯤 방문해보고자 어릴 적부터 다짐했던 장소다.

언제나 그렇 듯이 가이드북("I Love Tokyo", "Tokyo 룩 - 쇼핑“)을 들고 출국 신고서 작성 - 난 아직 군대를 안갔으므로 - 및 여권 발급

과정을 마치고 14일 오후 12시 35분 JAL 항공에 올라타고 서울 김포 공항을 이륙했다.

 
1시간 반 정도 비행 후에 우리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항상 그렇 듯이 자유 여행의 최대 단점이자 장점은 어디에 도착하면 처음엔 버벅거린다는 점. (항상 귀국 직전에만 모든 게 익숙해진다.) 윽! 근데!! 너무나 슬픈 일은 우리가 도착한 도쿄에는 억수같이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다는 사실...
 
[비오는 신주쿠의 밤거리를 해매다]
 
다행히 와이프가 여행 준비를 많이 했고 또한 일어 까막눈인 나에 비해 집사람은 일본어를 어느 정도 읽고 구사할 줄 안 덕분에 우리는 크게 당황하지 않아도 됐다. (일본에서는 영어 안통한다 얘기 많이 들었죠? 진짜 안통해요.)
 

원래는 모노 레일이나 지하철로 미리 예약해논 숙소가 있는 신주쿠까지 이동하려 했으나 폭우 탓에 공항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국제선 공항 출구 옆에 자판기에서 티켓을 끊고 버스 운전사한테 주고 타면 됩니다. 공항 밖에 목적지별 - 신주쿠면 신주쿠, 시부야면

시부야 - 로 버스역이 나란히 있으니 거기서 정해서 타면 됨.)

 

암튼 버스는 비오는 하네다 외곽을 달렸다. 무슨 예전 청계 고가도로 마냥 주위로 귀신 나올 것 같은 아파트들과 어제 저녁 살인 사건 현장

을 방불케하는 개천 주위의 이상한 공장 지대들, 그리고 삭막한 건물들만 보여 도쿄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차는 또 왜이리 막혀..

암튼 한 30분쯤 달렸을까.. 고가도로 옆으로 이제 좀 도쿄에 왔다는 실감을 일으키는 네온 사인과 시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와이프와 나는

비가 와서 김이 낀 창문을 열심히 손으로 비벼가며 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시간은 어느덧 3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어두컴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신주쿠 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떨궈진 우리는 가뜩이나

비가 안오는 대낮이라도 복잡한 신주쿤데 어디가 어딘지 무거운 짐을 들고 대책이 안서서 택시를 타지 말자는 계획을 수정, 우선 택시를

타고 미리 서울에서 예약해논 Listel Hotel을 가기로 했다. 도쿄의 택시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데 기사 아저씨들이 상당히 친절하다. 근데

문제는 이놈의 리스떼루 호텔이 어딘지 기사도 모르는 거다. 비오는 신주쿠 주위를 거의 빙빙 돌다시피하며 지도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마침내 한 골목길가에 자리잡은 숙소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그 택시 기사가 참 고마운 게 자기가 길을 잘 못찾으니까 아예 미터기를 꺼놓고

기본 요금만 받더라. 우리나라 같으면 그랬을까?)

 

우리 숙소는 신주쿠 중심가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골목에 위치한 Listel Hotel이라고 하는 중소 비즈니스 호텔인데 상당히 작은 규모의

여관틱한 분위기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하지만 역시 후진 건 사실.. 후졌어도 하룻밤 숙박비가 2명 합쳐 무려 15000엔 정도 된다. 숙소에

도착해 대충 짐만 내려놓고 보니 벌써 시각은 5시를 넘어서고..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밖은 이미 해가 다 져서 깜깜하다. 그래도 어떡해..

신주쿠를 제대로 둘러보는 날은 오늘밖에 없는데.. 우린 대충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비를 예상 못하고 조그마한 우산 하나만 가져온 터라

둘이서 그 우산 하나에 의존해서 그 구석진 골목에서 중심가까지 길도 모르는데 온 몸을 다 적시며 찾아 해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한 10분쯤 걸었을까.. 서서히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며 저 멀리 커다란 EPSON 광고 네온 사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도 없고 비만 오는

이상한 골목가를 해매다가 이런 걸 보니까 어찌나 반가운지.. 우리 부부는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고 와 여긴 이렇네, 여기 이것도 있네

이러면서 대화량이 늘기 시작했다.

 

애초에 우리 일본 여행의 목적은 쇼핑이었다. (그렇다고 뭘 사겠다는 게 아니라 뭐가 있는지 둘러보기 위한 것이 우리 목적. 와이프는 디자인

전공을 살려 아이템 견문, 난 CD 및 레코드점 탐방. 흐흐) 그렇게 해서 신주쿠의 중심가에 도착했고 비도 많이 오고 컴컴하긴 했지만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들은 많이 붐볐다. 우린 신기해서 길가에 있는 신발 가게, 천가게 등등을 들어가보기도 했다. EPSON 네온 사인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확 꺾으니 황금색 세로 라인이 인상적인 Isetan 백화점이 등장했다. 우린 이 곳에서 몸도 녹일겸해서 첫 쇼핑

코스로 정하고 들어가서 쇼핑을 했다. (솔직히 이런 데 쇼핑은 와이프만 잼있지 난 그저 뭐.. 그랬다. 쩝)

 

Isetan 백화점을 나와 계속 신주쿠 시내의 북쪽을 향해 걸으니 My City라고 하는 쇼핑몰겸 전철역(JR 및 메트로, 도에이가 다 연결되지

아마?)이 나왔는데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아마 신주쿠에서 약속 장소로 흔히 정해지는 데인 것 같았다. 역시 이 곳에서도 와이프는

신기하단 듯이 지갑, 옷 등을 열심히 구경했는데 난 이런 것 보다 백화점 내 에스컬레이터에서 우린 보통 오른쪽에 서는데 얘네들은 왼쪽

으로 서는 게 더 신기했다. 백화점 쇼핑에서 내가 얻은 정보는 딱 하나다. 일본에서 브랜드 상품은 비싼 건 진짜 무지하게 비싸고 싼 건

또 아주 만만하게 싸다는 것.

 

Isetan과 My City를 거점으로 주변을 우산 하나만 받치고 걸어다니다보니 손도 시렵고 배도 고프고 영 아니어서 우린 어디 들어가서 뭐좀

먹기로 하고 미리 가이드북에서 봐두었던 ‘멘야무사시’라는 라멘이 죽여준다는 데를 착기 위해 다시 좀 더 북쪽으로 이동했다. My City의

지하도를 지나 도쿄 팔레트로 이어진 출구로 나오니 예쁘장한 - 딱! 일본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컬러풀한 네온 사인이 인상적인 도로가

나왔다. 지도상 멘야무사시 는 Star Hotel 뒷골목이라고 해서 우리는 정말이지 열심히 골목골목을 해맸다. (아참, 지하도에서 나와 우리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더 사서 이제 각자 썼다. 그러니까 진짜 살겠더라. 역시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비오고 막

젖고 춥고 그러니깐 부부도 사랑도 낭만도 없더라. 암튼..)

 

한참을 뒤지다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생각해봐라. 그 복잡한 대도시에서 조그마한 식당 하나를 찾는다는 게..) 짜증나서 그냥 아무데서

나 저녁을 때우기로 하고 대충 아무데나 찾았다. 앗! 그런데!! 신이 우리를 가엽게 보셨는지 저만치 컴컴하고 발길도 별로 없는 골목에 ‘멘야

무사시’ 간판만이 댕그러니 보이는 게 아닌가! 오호라 저기구나! 정말 반가운 마음에 그 곳에 들어가보니 밖에서는 사람들이 안보이는데 그

안은 시끌벅적 장난 아니었다. 사람들도 막 줄 서서 기다리고.. 그 안에는 시스템이 좀 특이한데 일단 입구에 위치한 자판기 같은 거에서

돈을 넣고 메뉴를 선택해서 표가 나오면 주방장에게 건네주고 줄을 기다렸다가 자리가 나면 가서 앉아 먹는다. 우린 제일 유명하다는 인기

메뉴인 라멘 (이름이 기억안남)을 택해서 진한 맛과 담백한 맛 각각 하나씩 주문해서 먹어봤다..

 
으화화...
 

왠종일 춥고 손시렵고 비오느라 다 젖고 신발 속에 물이 들어차서 양말이 꿀렁꿀렁거리고 길도 몰라 골치도 아프고 외지라 마음도 시렵고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우리 부부에게 이 라멘 국물 한숫가락이 모든 것을 위로해줬다. 진한 고기국물과 김, 간장이 조미된 삶은 달걀과

삼겹살로 보이는 고기 한점이 담긴 이 라멘은 정말이지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라면 중에 최고였다. “멘야무사시..” 여기 꼭 한번 들러보세요!

신주쿠 북쪽 도쿄 팔레트 근방 스타 호텔뒷골목을 열심히 digging하면(이라고밖에.. 위치가 진짜 애매함 --;) 나옵니다.

 

암튼 그렇게 저녁을 떼우고 나니 벌써 시각은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대충

이 정도면 신주쿠는 웬만큼 봤다고 나름대로 합리화한 우리는 숙소를 향해 다시금 발길을 돌렸다. 다시 왔던 길을 복습..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오다가 길을 잠깐 잘못 들어 숙소쪽은 동쪽인데 남쪽으로 오다 보니 나에게 참 낯익은 반가운 간판이 보인다. 바로 HMV! 난 와이프

를 졸라 들어가보기로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세상에 빌딩의 한 층 전체가 다 HMV다! 일본은 이런 게 장난 아니다. 나중에 시부야

때 자세히 쓰기로 하고 여기선 일단 스킵. 암튼 CD 쇼핑을 하고 난 여기서 벌써 CD 3장을 구입했다. 장당 2500-3500엔 정도로 역시 비쌌다..

 
1. Yoonkee [Han River 1994-2004] - 조만간 갤러리에 올라옵니다. ^^
2. Yoonkee [Asian Zombie] (Japanese Version) - 조만간 갤러리에 올라옵니다. ^^
3. Rappagariya [RG A.I.R. 4th]
 
한편 피곤하고 지칠 텐데 내가 CD 쇼핑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려준 집사람한테 고마웠다.
 

숙소 근처 거의 다 와서 바로 옆에 Book-Off라고 하는 - 우리로 따지면 책 대여점 비슷하게 생긴 - 상점이 나왔는데 여긴 모양만 그렇지

우리처럼 대여하는 게 아니고 중고 서적/잡지/만화책/CD/DVD 등을 싼 값에 파는 곳이었다. 나중에 시부야편 때 얘기하겠지만 일본에서

used는 우리의 중고와 다르다. 암튼 여기서 와이프는 만화책을, 난 CD들을 잠시 구경 - Zeebra의 앨범이 향음악사에서 35000원 하던 게

여기서 950엔이다 - 하고 나왔다. 근데 입구와 출구가 다른 걸 모르고 입구로 나오다가 쪽당했다.

 

음냐.. 암튼 이렇게 일단 오늘의 일정은 끝내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오징어포, 요구르트, 맥주 등을 사가지고 와서 숙소에서 맛있게 먹고

정말이지 달콤한 잠을 잤다.

 

2006/01/20 (금)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