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t [To My Love: The Second R&B Album] (2003, World Music)

tunikut 2008. 12. 22. 13:15

 

그러니까 가만있자.. 때는 바야흐로 200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는데 내가 저어기

동수원 병원 응급실 인턴을 돌고 있을 때였다. 당시 응급실 근무는 24시간 풀근무-48시간 오프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근무를

했는데 물론 48시간 동안 오프를 받으면 집에 와서 좀 쉬고 해서 좋지만 이게 말이 24시간 근무지 24시간 동안 눕지도 못하고

앉거나 서서 시종일관 응급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돌봐야하는데 정말이지 개죽음이다. 전날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퇴근을 하는데 다음날 거의 동이 터서 한 6시쯤 되면 거의 나의 몰골은 개죽음 직전으로 바뀌곤 했다. 동수원 병원

에는 유난히 TA(교통사고) 환자들이 많아 앰뷸런스가 응급실 입구에 많이 오는데 벌써부터 싸이렌 소리를 들으면 확 긴장이

된다. 근데 재미있는 건 매일 아침 7시경이 되면 사이렌 소리를 내며 구급차가 응급실 앞에 반드시 오는데 이게 어떨 때는 정말

환자를 싣고 오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직원들이 응급실 원무과에 확인 도장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는 후자가

대부분이다.

 

t의 데뷔 앨범과 2집인 힙합 앨범을 모두 만족스럽게 들었던 나는 t의 3집 앨범이 발매되어 타이틀곡이었던 "To My Love"가

주목을 받을 당시엔 이 곡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고 오히려 살짝 실망했던 게 사실이다. 근데..

 

24시간 동안 응급실 근무를 서고 다음날 아침 7시가 되면 이제 1시간만 버티면 꿈같은 48시간 퇴근이다.. 이런 희망이 확 오는데

7시에 사이렌 소리를 내며 구급차가 응급실 입구에 도착하면 난 항상 같은 노래 구절을 속으로 불렀다. 제발..

 
"아니길 바래..... 아니길 바래....."
 

2004년 2월이 지나고 전공의가 되고 나니 이상하게 그 당시 응급실에 있었던 한달 동안이 참 따사로운 추억이 되버리면서 어느새

"To My Love"은 "내 인생의 훼이버릿 송"이 돼버렸다.

 

전곡이 감미로우면서 그루비한 알앤비/소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이번에 이 앨범을 구입하면서 "To My Love"만 좋고 나머진

안좋으면 어쩌지라고 걱정을 했지만 정작 앨범을 플레이해보니 이거 진짜 거의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알앤비/팝/소울

넘버들이 가득하다. 오프닝곡 "Unforgettable"의 감미로움도 좋지만 앨범 전반에 걸쳐 Bobby Kim의 손길이 느껴지면서 그가 참여한,

그다운 멜로디를 들려주는 "끝없는 바다 저편에"를 필두로 "Because I Love You", "나는" 등도 멋지고 샘 리가 작곡한 "집으로 와"

의 구슬픈 알앤비 발라드나 커빈이 작곡하고 Asoto Union의 연주가 곁들여진 "인연"의 훵키함이나 미드템포 알앤비인 "Why Me?",

"Gotta Get Love"의 끈적끈적함도 맘에 들고 Tiger JK/Miki Eyes가 곡을 만든 힙합송 "너"로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구성도 매우 맘

에 든다. 개인적인 생각엔 (아직 새 앨범 4집은 못들어봤지만) 그녀의 1집과 2집과 비교했을 때 이 3집 앨범이 가장 듣기 좋은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 정말 "To My Love"은 언제 들어도 반복해서 들어도 주옥같은 명곡이다. 바비킴형 정말..!!! 암튼 매년 겨울이 되면 동수원 병원

응급실 앞에 소복히 쌓여 있던 눈이 가끔씩 그리워질 때가 있다.

 

2007/03/18 (일)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