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ravel diaries

Australia (1999.2.5 - 1999.2.12)

tunikut 2008. 12. 19. 17:17

 

[일정 개요]
 
7 8일 호주 브리스번/시드니
 
2 5일 금요일: 서울 출발 비행기 기내 1
2 6일 토요일: 브리스번/무비월드/사우스뱅크 파크랜드 브리스번 숙소 1
2 7일 일요일: 선샤인코스트 투어 - 브리스번 숙소 1  
2 8일 월요일: 골드코스트/서퍼스파라다이스 브리스번 숙소 1
2 9일 화요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하버브릿지/서큘러키/달링하버 시드니 숙소 1
2 10일 수요일: 맨리비치/뮤지컬 렌트관람 시드니 숙소 1
2 11일 목요일: 시드니 출발 오사카 1
2 12일 금요일: 오사카 출발 서울 도착
 
** 본인이 쓴 글이 아니고 당시 같이 갔던 누나가 쓴 글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굉장히 심하니 유념 요망)
 
2월 5일 금요일 [서울->오사카->브리스번]
 
오늘은 드디어 떠나는 날이다.
어제 챙겨둔 배낭을 매고 가방을 들고 동생과 집을 나섰다.
배낭 안에는 가득 여름 옷들을 구겨 넣고..
얇은 겨울 자켓 하나만 걸치고 나서자니
찬바람이 무척 매섭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호주의 뜨거운 태양과 만나겠지..
지하철을 타고 국제선 1청사로 들어서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이제껏 단체 배낭이나 패키지로만 여행을 다녀봤지,
이렇게 항공권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나는 건 처음이라
  두려운 한편 가슴이 더욱 뛴다.
공항에 들어서면 해야할 일...
머리 속에 숙지해둔대로 하나 하나 수속을 밟고.
매점에서 간단히 도넛과 탄산음료로 아침을 때우고
드디어 비행기에 탔다.
11시 55분. 서울발 오사카 도착하는 ANA 항공!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일본을 경유하는 저렴한 항공권을 택했다.
브리스번에서 시드니까지 무료 이동에,
호주 공항세, 일본 호텔 1박까지 포함해서
1인당 61만 2천원씩을 내고.
오사카까지는 1시간 반 밖에 안 걸리는 짧은 비행이다.
기내식으로 나온 샌드위치와 스시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잠깐 일본 최신 가요들을 듣다보니, 어느새 도착..
시간은 1시 30분이다.
여기에서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사람들이 나가는대로 우르르 따라나가다 보니
모두들 입국하는 사람들이었다.
중간에 아차! 이 길이 아니지 싶어서 다시 돌아서
트랜스퍼쪽으로 찾아갔다.
그러고보니 환승하는 사람들이 우리 뿐인데다,
환승 출구가 너무 후미진데 있다.
이 길이 맞나 싶어서 좀 어리버리하다가 게이트를 찾아,
다시 한시름 놓고...
여기에서 이제부터 7시간을 보내야한다.
동생은 처음 오는 일본인지라 흥분을 하고..
마치 영화 브라질의 공간처럼
세련되면서도 황량한 공항 내부, 역시 일본스러웠다.
우리는 7시간을 때우기위해 서서히 걸어다니기도 하고
화장실도 천천히 갖다오는 등 무지 애를 썼다.
하지만 처음 4시간 정도는 정말 무척 지루했다.
나리따 공항처럼 면세점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곳은 면세점이나 기념품점이 고속도로변 휴게실 수준..
볼 게 없었다.
5시쯤 700엔짜리 튀김우동
(동경에서 먹은 환상적인 맛을 떠올리며 시켰는데... 맛은 평범한 수준)
을 먹으면서 한 시간 정도 때우고..
그러다 TV에서 메디컬 드라마가 하길래 유심히 봤는데,
이건 <해바라기>와 거의 흡사.
특히 남자 주인공의 후까시는 안재욱과 복사판이었다.
재미있게 보고, 또 만화 짱구를 해주길레 보다보니..
어느새 7시 정도..
이제 슬슬 게이트로 가볼까 했는데..
이럴수가!
브리스번 행 비행기가 뜰 8번 게이트가 너무 썰렁한 거였다.
불도 꺼져있고, 아무도 없고...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한 동생과 나, 말없이 오가던 경찰에게 징징대기 시작..
(그런데 이 경찰은 꼭 중경삼림에 나오는 금성무나 양조위처럼
냉소적인 분위기)
알고보니 게이트가 변경됐다는 거였다.
6번 게이트로 변경.
암튼 잠깐의 가슴 철렁임과 함께
저녁 8시 40분,
우리는 드디어 브리스번 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내일 아침 6시 반이면 도착하겠구나..
비프와 레드와인으로 기막히게 맛있었던 기내식을 먹고
(일본에서 만드는 기내식은 정말 환상..)
추가로 맛있는 복숭아맛 칵테일까지 한 잔하고,
약간 얼큰해진 상태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몸만 피곤해질 뿐 잠은 안 오고...
역시 장시간 비행은 피곤해..
<에버 에프터>와 <어벤저>를 힐끔 힐끔 보다가
간신히 한 두 시간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해서 새벽 4시쯤...
더이상 자려고 애쓰지말자 결심하고는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화장까지 깨끗히 다시 하고..
여름 옷으로 말끔히 갈아입었다.
그러고나니 축 쳐졌던 몸과 마음이 다시 되살아나더군.
창 밖으로는 아침 노을이 물들고...
해가 뜨고 있었다.
그리고
온통 푸른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산과 들과 구불구불한 강과
그 사이 사이 한 두채씩 놓인 장난감 같은 집들..

동생과 함께 비행기 창에 매달려서 감탄을 하며 여행의 시작을 자축했다.

 

2월 6일 토요일 [브리스번: 무비월드 - 사우스뱅크 파크랜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브리스번,
V자로 난 브리스번 강 안쪽으로 높은 빌딩숲을 보면서,
지도에서 보며 상상해온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게 마냥 신기했다.
브리스번은 그렇게 한 눈에 보일만큼 작고 예쁜 도시였다.
아침 6시 30분, 브리스번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써둔 입국 신고서를 들고 입국 수속을 시작,
입국 수속은 너무나 간단 명료했다.
입국 수속하는 아저씨는 유쾌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음식 갖고 있는 것 없냐며 물었고
(음식이라는 한국말까지 써가며), NO라는 한마디에 무사 통과,
사실 가방에 음식은 없었지만 속청을 비롯한 상비약들이 많아서
이걸 신고서에 써야하나 걱정하다 안 썼는데... 무사 통과였다.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우린 브리스번->시드니 항공편을
리컨펌하기 위해 아나 오피스를 찾았다.
그런데 1층에서는 4층으로 가라고 하고,
4층에서는 1층이라고 하고
다들 확실히 모르는 듯 우릴 헤메게 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헤메다 지친 나머지 그냥 내일쯤 전화로 하자 하고는
돌아서려는 순간,
3층에서 마주친 경찰 할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백 투 더 퓨쳐의 박사를 닮은 할아버지..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친절히 우리를 이끌고 들어간 곳은
3층에서 인적이 뜸한 통로로 들어가 찾은 아나 오피스.
그곳에서 아나 직원을 만나 전화 번호를 받고
(너무 이른 시각이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유쾌한 기분으로 공항문을 나섰다.

그리고 공항문을 나서니 맑은 하늘, 따뜻한 태양이 우릴 반겼다.
생각보다 그렇게 뜨겁거나 덥지는 않았다.
이곳은 서서히 가을이 시작되는 분위기.
늦여름이었다.
공항 1층의 코치트랜스 창구에서 트랜짓센터행 티켓을 끊고,
(7.5달러) 버스를 기다렸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한국 사람 한 무리가 가이드에 이끌려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우린 스스로 여행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사흘간 우리의 거점이 될 트랜짓센터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선 숙소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마음이 급했다.
막상 도착하고 나니 막막하기도 하고...
몇 군데 유스호스텔 위치를 알아두기는 했지만,
밤새 피곤에 시달린데다 더위에 땀까지 흘리고 나니,
무엇보다 샤워가 딸린 개인적인 방에서 쉬고 싶어졌다.
여행책에서 본 <소호>라는 모텔을 한 번 찾아보자 하고
위캄 테라스 쪽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10분 정도 걷자 그림처럼 예쁘게 지어진 모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 초록색과 흰색으로 지어졌고,
하얀색 테라스와 밖으로 나와있는 하얀 의자, 파라솔이 아주 예쁜
<ASTOR>라는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이었다.
야, 여기 좋다. 이런 데는 비싸겠지?
한번 물어나볼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비 옆의 중세풍의 거실도 멋지다.
욕실 딸린 트윈룸을 물어보자,
스페셜 룸이 1박에 69달러!
(우리의 예산은 1박에 60달러였다.)
생각보다 그다지 오버하지 않는 가격에 기뻐하며..
스페셜 말고 그냥 노멀한 방은 없냐고 묻자
스페셜이 제일 싼 방이란다. -_-;;
이 집도 맘에 들지만 그래도 좀 더 찾아보자..
하는 생각에 30분 후에 다시 오겠다고 얘기하고는
한결 가뿐해진 맘으로 고개를 더 올라갔다.
계속해서 모텔들이 이어져 있고..
한 5분쯤 더 가다가 <세계를 간다>에 나온 소호 모텔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윈룸 58달러라고 밖에 써놓았더군.
그런데 가이드책에 써있던 핑크색 5층 건물이란 말은..영..
그냥 불그레죽죽한 후즐그레한 여관 건물이다.
테라스도 말이 테라스지...
아까 <ASTOR>에 한번 반한 이후라, 소호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1달러 차인데... 그냥 <ASTOR>로 하자..
트랜짓센터에서도 더 가깝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합리화를 한 후 우리는 <ASTOR>에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나자 대략 9시 반 정도.
빨리 나가자 하면서도 밍기적 밍기적 거리던 우리는 결국
샤워까지 하고 11시가 다 돼서 방을 나섰다.
가벼운 배낭 하나만 걸치고 지도 들고 집을 나서니,
너무나 상쾌함!
좋은 방을 좋은 위치에 잘 잡았다는 (비쌌지만) 뿌듯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길을 내려와 다시 트랜짓 센터로 갔다.
오늘의 첫 일정은 <무비월드> !
트랜짓센터의 코치트랜스 코너에서 무비월드 행 티켓을 구매하려는데..
이런, 10시 반 버스는 떠났고 다음 버스는 12시 45분이라는 것이다.
도착하면 2시고, 무비월드는 5시까지니.. 겨우 3시간밖에..
한 30분 간격으로 계속 버스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우리는
낭패일 수 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코치트랜스 코너에 각종 타임테이블이 있었는데...
브리스번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그걸 챙겨야 할 듯)
티켓 파는 아줌마도 아예,
다음 버스는 12시 45분이라 갈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어떻게 하지.. 계획을 바꿔 오늘 골드코스트를 갈까 망설였지만
첫날부터 수영하기가 왠지... 싫고 해서
그냥 무비월드로 결정했다.
왕복 약 20달러.
이렇게 해서 버스 시간까지 1시간 반 가량이 빈 우리.
여행 첫 날의 의욕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트랜짓센터 맥도널드에서 빅맥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무척 싸다. 콜라 두 개에 빅맥 두 개가 3천원 정도)
그 짧은 시간에 시내 구경을 하겠다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시내로 들어서는 조지 스트릿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동생은 여기에서 갤럭시 뮤직이란 CD점을 발견..
그때부터 광분하기 시작하고..
애초부터 동생의 여행 목적은 CD 구입이었으니까.
한참 CD점을 둘러본 우리, 다시 조지 스트릿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중세풍의 멋진 건물 발견, 사진을 찍다 보니
그곳은 카지노였다. 브리스번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인 트레셔리 카지노.
그리고 카지노 왼편으로는 브리스번의 가장 중심 거리인
퀸 스트리트였다.
보도자 전용 거리, 젊은이의 거리..
양쪽으로 마이어 센터 등 대형 쇼핑센터와 면세점, 옷가게,
음식점, 서점, CD점, 기념품 가게 등이 즐비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가는,
그리고 마이어 센터는 너무나 예쁜 색색의 중세풍 건물.
이 거리에 오자 드디어 외국에 온 실감이 나면서 더욱 즐거워졌고..
(길 중간이 공사중이어서 좀 소란했지만 당시엔 그것도 못 느꼈음)
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지..
동생이 갤럭시 뮤직에서 CD를 몇 장 사야겠다길래
서둘러 돌아가려다 카메라 케이스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어쨌든 그 케이스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동생을 먼저 갤럭시 뮤직에 가 있으라고 하고,
카지노 앞 벤치로 달려갔다.
거기에서 내가 벤치 아래를 쳐다보며 찾자,
거기 앉아있던 호주 청년들도 함께 찾아주고...
(카메라도 아닌 겨우 카메라 케이슨데.. 좀 쑥스럽더군)
결국 케이스는 못 찾고, 시간이 늦은 것 같아 달리기 시작!
그 날은 정말 햇볕이 뜨거웠다.
거리는 온통 교차로라 수없이 많은 신호등..
정말 첫날이라 온통 허둥지둥..
동생은 그 사이 갤럭시 뮤직에서 정말 좋은 정보를 얻었더군.
맘씨 좋은 갤럭시 아저씨는 동생이 찾는 CD가 없자,
니가 좋아하는 CD들이 다 있는 곳이라며,
지도에 상세히 가르쳐주었고..
흥분한 동생은 맥도날드에서 잠시 지갑을 분실하는 등 
허둥대다, 우리는 12시 45분. 무비월드로 떠났다.
무비월드. 2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사람들은 이미 서서히 나오고 있었고,
한산한 분위기가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많은 매표창구들이!
이런 다들 닫혀있는 게 아닌가!
놀란 우리는 입구로 가서 벌써 매표창구 다 닫은거냐? 다그쳤고..
알고보니 제일 끝에 딱 한 군데가 열려있었다.
입장료는 40불 정도.
다들 놀고 나오는데, 우리만 들어가려니 마음이 찜찜한데...
우선 제일 유명하다는 스튜디오 투어를 시작했다.
기차를 타고 우선 영화들을 촬영했다는 스튜디오들을 돌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냥 1, 2, 3 번호 적혀 있는 창고같은 건물 주위만 맴돈다.
슬슬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우선 한바퀴 돌고 난 기차가 멈추더니
사람들과 함께 배트맨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 자리를 잡자, 잠시 암전된 후
리들러가 등장해서, 짐캐리 목소리에 동작을 보여주며 쇼를 했다.
짐캐리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환호하고 싶었지만,
사람들 반응이 무척 썰렁...
리들러 혼자 쇼하다가 끝나는 조금은 유치하고 썰렁한 쇼였다.
(나는 좋았다. -_-;)
그리고 다시 기차를 타고 가다,
이번엔 무비 매직을 보여주는 스튜디오로 갔다.
블루 스크린을 통해 하늘을 나는 수퍼맨,
높은 건물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선 여자 등등을 보여주고,
또 관객이 직접 리셀웨폰에 음향을 넣는 것!
그리고 전쟁 영화에서 전투기 비행하는 것 등등의 특수효과들을 보고,
50분 가량 하는 스튜디오 투어를 끝내고
이번엔 워너 브러더스 만화 캐릭터들의 3D를 보러갔다.
그런데 정말 압권은 이 코너였다.
나는 만화여서 실사보다 더 못할 줄 알았는데,
늘 2차원으로 보던 만화를 3차원으로 접하니까
흡사 만화의 세계 속에 내가 빨려들어가 있는 등 환상적이었고,
그 예쁜 컬러.. 너무 좋았다.
3D를 보고 난 후, 거리에서 매버릭 팀이 쇼를 하는 모습을 지나치고,
서부 영화 코스로 가서 후룸라이드를 탔다.
동생이 모든 탈 것을 비롯해서 3D까지 무서워하는 관계로,
(그래서 결국 리쎌웨폰이라는 젤 유명한 놀이기구와
베트맨 3D도 못 탔다)
무비월드의 많은 것들을 놓쳐야했지만,
왠일인지, 잠시의 망설임 끝에 동생이 이 후룸라이드를 타겠다는 거였다.
오히려 나는 그 급경사와 물벼락이 조금 두려웠는데.. 쩝..
암튼 후룸라이드는 정말 재미있었다.
평지를 가는 길도 에버랜드의 그 아마존 어쩌구 하는 것처럼
출렁이는 물을 돌며 가는데다가, 갑작스레 뒤로 떨어지는 코스가 하나,
그리고 어둠 속을 한참을 올라가서는 뱅글 돌고,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엄청난 급경사를 떨어진다.
잠시 떨어지는 로드가 안 보일 정도..
그리고 떨어진 순간 양쪽에서 물줄기가 솟아나와서 흠뻑 적신다.
상반신이 홀딱 젖는데... 그 짜릿함!
후룸라이드를 탄 후, 우리는 더 이상 탈 것은 포기하고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기념품점도 구경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3시간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워너 만화 캐릭터들이 가득한 동네도 구경하고,
배트맨 동네, 중국 마을 분위기의 리쎌웨폰과 폴리스 아카데미 등등..
그리고 5시 폐장 시간과 함께 나와,
매표소 아가씨에게 부탁! 무비월드 정물을 배경으로 둘이 사진을 찍고
브리스번 트랜짓센터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6시 넘어 트랜짓센터에 도착하자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숙소에 들어갈 순 없지..
우리는 다시 조지 스트릿을 따라 번화가 퀸 스트릿으로 갔다.
그리고 갤럭시 뮤직 아저씨가 가르쳐준
<센트럴 스테이션 레코드>를 찾아 확인해두고,
가이드책에 있던 <조조스>라는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타이식당에서 소고기볶음밥, 동생은 이태리식당에서 연어파스타..
타이음식은 역시 맛있었다.
7달러밖에 안 했는데, 서울에서 몇만원 주고 먹은 것보다 훨 맛있었다.
맛과 푸짐한 양에 감탄 감탄하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미 어두워졌긴 했지만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무척 많고
거리 분위기가 밝아서,
우린 내친 김에 사우스뱅크 파크랜드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조지 스트릿에서 퀸 스트릿 난 길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면,
바로 빅토리아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면 바로
사우스뱅크 파크랜드다.
밤에 다리를 건너는데.. 사람들도 많고 무척 좋았다.
브리스번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다리를 건너서 만난 사우스뱅크 파크랜드는 그야말로 환상..
뜻밖의 횡재였다.
공원은 너무나 아름답게 조성이 돼 있었고...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또 친구들끼리 정답게 어울리고 있었고
작은 밀림처럼 조성된 곳을 지나니
해변처럼 모래사장으로 조성해놓은 풀장이 있었는데...
푸른 조명 아래에서 수영하는 아이들.
밤에 봐서 그런지 더욱 환상적이었고 부러운 풍경이었다.
수영하는 어린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유 넘치는 부부들,
강변에서 데이트하는 연인, 그리고 바베큐 등을 먹으며 즐기는 젊은이들,
강변길을 따라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소녀와,
노래하고 춤을 추며 걸어가는 소녀들
(우리는 그들을 스파이스 걸스라 불렀지)
강변 벤치에 앉아 이 모든 모습들을 바라본 브리스번에서의 첫날 밤!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기억 중의 하나다.
아름다운 사우스뱅크 파크랜드를 둘러본 후
우리는 다시 시티를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낮에 예약해둔 내일의 일정, <선샤인 코스트 투어>를 위해
알람을 6시 반에 맞춰두고..

샤워하고 잠시 TV를 보다 금방 잠이 들었다.

 

2월 7일 일요일 [브리스번: 선샤인 코스트 투어]
 
동생이 깨워서 눈을 뜨니 알람 시계가 6시 30분을 조금 넘었다.
이 알람이 조금 비실거리더니 아무래도 안 울린 듯.
그런데 다시 호텔방 시계를 보니 으악! 7시 40분!
알람 시계를 한 시간 안 돌려놓은 거였다.
8시 반까지 트랜짓센터에 가야하는데..
후다닥 씻고 준비해서 트랜짓센터에 도착..
투어 비용 70달러씩을 지불하고 투어 버스에 올랐다.
데이투어 가이드에 46달러라고 돼 있길래 잠시 좋아했었는데,
그건 교통비만이고 입장료들까지 포함하면 70달러란다. 으윽..
선샤인 코스트는 골드 코스트 위쪽으로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현지인들이 좋아한다는 아름다운 해변과 작은 마을들이 있는 곳!
여러 여행자들이 그토록 선샤인 코스트의 <누사>를 추천하길래,
일부러 시드니 일정을 하루 죽이면서까지 잡은 코스다.
아침 9시 출발 저녁 5시 반에 도착하는 이 투어는
마루키도르의 선샤인플렌테이션(빅파인애플)과 진저팩토리,
그리고 누사 헤즈와 누사 비치,
물루라바의 언더워터월드를 돌아오는 코스다.
    
투어 버스의 운전사 겸 가이드를 겸한 아저씨는 <조지>,
나에게 동생을 가르키며 허즈번드냐고 묻길래,
NO!! 를 외치면서 서로 브라더, 시스터라고 하자
그때부터 그는 투어 내내 우리를 <브라더 앤 시스터>라고 불렀다.
  
투어팀은 대략 열다섯명 가량이었다.
일본에서 온 4명의 소녀들,
혼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던 독일 아저씨,
몰다이브에서 온 까무잡잡한 일가족과, 멜버른에서 온 가족,
미국에서 온 가족, 또 남미 계열의 부부 등등
꼬마 아이들 서너명과 함께 우리 일행이 짜여졌다.
운전사 아저씨는 열심히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농장들을 지나치며 한 시간 가량 가니,
첫번째 코스 <빅 파인애플>의 상징인
커다란 파인애플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로 오는 길에는 간간히 비가 뿌리더니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다시 개인다.
1시간 후, 다시 버스로 오라는 운전사 아저씨의 당부를 듣고
빅 파인애플로 들어선 우리는 작은 기차에 올랐다.
칙칙폭폭... 경적과 함께 흥겨운 컨츄리송이 울리면서
열차는 농장을 돌기 시작했다.
파인애플 농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간간히 뿌리는 비와 함께 푸르고 신선한 농장의 내음을 맡으며..
열차가 지나는 양쪽으로는 온갖 나무들이 모두들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커피, 망고, 갖가지 레몬들, 마카다미아, 그리고 이름 모를 열매들..
그들 중에는 소세지 나무도 있었는데,
정말 커다란 후랑크 소세지 같은 열매들이 주렁 주렁.. 정말 신기했다.
농장을 반쯤 돌던 기차는 중간에 잠깐 멈추고..
농장 안내자가 내려서 파인애플 심는 법을 설명한다.
호미로 흙을 파서 파인애플 꼭지 부분을 그냥 심기만하면 된다고...
순간 비가 많이 내리자 카우보이 모자에 비옷을 입고 설명하는 아저씨..
이 농장에서는 내리는 비도 너무나 싱그럽게 느껴졌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열차가 달려서 도착한 곳은 농장 내의 작은 동물원.
잠깐 돌아보는 시간을 주길래, 나무 냄새 가득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앗! 작은 우리에 코알라 세 마리가 나무 위에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구여울 수가!!
사진을 찍어대면서 귀엽다를 남발하다가, 근처 잔디밭 위에 있는
작은 캥거루도 봤다. 가서 등을 쓰다듬고..
캥거루도 이렇게 귀여울 줄이야..
계속 쓰다듬으니까 간지러운지
두 발로 서서 손으로 옆꾸리를 벅벅 긁는다.    
꼭 토토로 같이..
아기 캥거루와 사진 한 방 찍고..
다시 월러비와 새 등등을 보고 숲의 산책로도 돌아보다
다시 기차를 타고 농장 입구로 왔다.
다시 버스에 탈 시간..
농장에 왔으니 과일 맛을 봐야지..
자두 여섯개(3.95달러)를 사 들고 버스에 오르자,
우리가 제일 마지막에 탔다고 다들 와아 하며 박수를 친다.
제일 뒷자리인 우리 자리까지 오는데... 얼굴이 벌게 지더군.
새콤달콤한 자두를 먹으며 도착한 다음 코스는 진저 팩토리.
사실 이 코스는 관광객들에게
여러가지 생강 가공품들을 팔려고 끼워놓은 듯..
하지만 그 안에 동물원을 꽤 잘 해놓아서 볼꺼리가 됐다.
먼저 생강 냄새를 맡으며 생강 가공하는 공장을 보여주고..
생강을 설탕에 조린 것도 맛을 보여주고..
(아빠 드릴려고 한 봉지 샀다-2달러)
그리고 코알라와 희귀한 뱀, 악어 등등이 있는 동물원을 돌아본다.
그리고 이 코스의 핵심은 코알라와 사진 찍기!
6달러에 폴라로이드로 찍어준다.
이 때 모델로 나선 코알라는 꽤 큰 것이었는데...
막상 안으려고 하니까 약간 무섭기도..
근데 무지하게 귀여운 건 사실이다.
털이 짧은 게 동물의 털 같지가 않고,
꼭 뻗뻗한 털실로 만든 인형같은 촉감이다.
그리고 안으려고 하면 코알라도 손으로 꼭 안겨오는데..
이 녀석이 내 목을 잡는 바람에.. 너무 간지러웠다.
코알라를 안고 찍은 사진을 보며 동생과 나는 뿌듯해하고..
(그런데 일행 중 어느 아줌마는
코알라가 **를 싸는 바람에 내내 화장실에서 원피스를 빨고 있었다)
빅파인애플과 진저팩토리가 있던 마루키도르를 지나,
버스는 누사에 들어섰다.
여러 여행자들이 극구 칭찬하던 누사..
그런데 그 때부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해서
누사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강변과 요트, 예쁜 집들은
마치 스위스의 작은 마을처럼 예쁘게 느껴졌다.
우리는 누사 헤즈에 내렸다.
여기에서 다시 1시간 가량 시간을 줬고...
조금 걸어가자 누사 비치가 나왔다.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만나는 비치..
너무나 예뻤다.
(하지만 전에 괌에서 봤던 에메랄드빛 비치를 상상했던 나는 조금 실망)
호주의 비치는 (작은 섬으로 가면 모를까..)
파도가 세서 그런지.. 엽서 등에 나오는 녹색 잔잔한 해변은 아니다.
하지만 누사 비치는 그 후 호주에서 본 여러 비치들 중 가장 좋았다.
맑은 바다.. 하지만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서야 했고..
누사헤즈의 이쁜 가게들을 둘러보다
노천 파라솔 아래에서 고기파이(2달러 정도)와 햄버거(3-4달러)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 누사를 떠났다.
누사... 많이 기대하고 간 곳인데..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아쉽다.
버스는 누사를 기점으로 다시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샤인 코스트 해변을 따라 달렸다.
곳곳에 아름다운 비치가 보였고... 리조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물루라바라는 마을에 도착.
남태평양에서 가장 크다는 <언더 워터월드>라는 곳에 갔다.
전체를 둘러볼려면 2시간 가량이 걸린다는 곳.
반갑게도 한국어 가이드지가 있어서 들고는,
먼저 모노레일을 따라 둘러보는 원형 수족관을 보고..
(머리 위로 거대한 가오리와 상어들이 지나간다. 무지 신기..)
물개들의 쇼도 보고 (공으로 하는 쇼가 재미있다.)
수족관들에 담긴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들, 말미잘 등을 관찰하고
또 하버 마을도 보는 등등 2시간을 둘러본 후
버스에 올랐다.
이렇게 오늘 선샤인 코스트 투어는 끝났다.
트랜짓센터에 돌아오니 5시 30분,
무지하게 배가 고파져서 다시 퀸 스트릿으로 내려가
<꽃피는 산골>이라는 한국 식당에 들어갔다.
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아서..
(근처에 '가야'라는 한국 식당도 있다)
여기 들어가니 다시 한국에 온 것 같다.
박지윤, 샤프 등등 최신 한국 가요들이 나오고..
나는 김치 찌게, 동생은 육회 비빔밥을 시키고
(각각 7.5 달러 정도씩 / 김치 찌게는 맛 없었음)
밥을 먹은 후 식당 여종업원(한국 교포? 유학생?)에게
차이나타운 가는 길을 물어본 후 길을 나섰다.
원래는 마운트 쿠사에 가려고 했지만
이미 어두워져서 너무 멀리 가기가 좀 그래서 택한 곳이 차이나타운.
그런데 차이나타운을 찾아 걷다 보니 사람들도 너무 없고
또 차이나타운이 밤에 좀 위험하다는 책자의 글도 생각나는 거였다.
다시 발길을 돌려서 더 가까운 보타닉 가든이란 공원에 가기로 했는데..
어제의 <사우스뱅크 파크랜드>를 연상하며 간 그 곳은,
어두 컴컴... 전혀 밤에 갈만한 곳이 아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고..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오는 길에 오락실에 들러 오락을 했다.
동생은 철권을.. 나는 퍼즐버블을.
태권도로 상대를 물리치는 동생의 오락 실력을
현지 사람들이 유심히도 보더군..
(그네들은 대부분 오락실에서 운전이나 총 쏘는 것만 한다.)
다시 9시가 넘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조금은 겁을 먹고 우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동생과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이날 밤 카지노에도 가려고 했는데.. 결국 못 갔다.
사실 저녁 때 퀸 스트릿에서
어떤 보드 타는 녀석이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하길래,
돈 없다고 했다가 지내들끼리 FUCK..어쩌구 하면서 우릴 씹은 일도 있었고..
밤이 되니까 동네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퀸 스트릿에서 어떤 눈이 맛간 녀석이 날 뚤어지게 보다가
잠시 나와 동생을 따라 오기도 했고..
숙소에 다와서는 나와 동생을 향해 FUCKYOU를 하며 지나가던 차도 있었고.
일요일이라 이날은 차도 사람도 거의 없이 좀 맛간 사람들만 많았다.
(다른 날은 안 그랬는데 이날 밤은 유난히 그랬다)
암튼 9시 넘어 무사히 숙소에 안착한 우리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샤워하고 TV에서 해주는 <슬리퍼즈>를 보며 잠이 들었다.
밖엔 비가 오기 시작했고..

 

2월 8일 월요일 [브리스번->골드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
 
일찍 일어나자는 다짐대로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밖엔 여전히 비가 오고...
오늘은 해변에 가는 날인데.. 마음이 아팠다.
주섬 주섬 옷을 챙겨입고 숙소를 나섰다.
월요일이고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 분위기가 어제 그제와는 또 달랐다.
비지니스 수트를 입고 빠른 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차들도 많이 지나다니고..
먼저 트랜짓센터에 가서 서퍼스 파라다이스 행 티켓을 샀다.
(왕복 22달러)
12시 45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내일 떠날 항공편을 전화로 리컨펌하고.
오전에는 동생이 CD를 사기로 했다.
동생이 가기로 한 HMV라는 CD점은 9시에,
센트럴 스테이션 레코드는 11시에 문을 연다.
아직 9시가 안 된 시간이라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퀸 스트릿 한 가운데 있는 천정있는 광장 같은데 앉아서 먹었다.
비 내리는 길 한 가운데에서 퍼질러 앉아 라면을 먹고 있으니
진짜 여행자(거지?)가 된 기분..
그런데 잠시 후 스커트를 깔끔하게 입은 호주 여자 한명도
내 옆에 도시락을 들고 와 앉아서
담배를 피며 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길 한 가운데 앉아서 신문도 보고 도시락도 먹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잠시 후, 9시. 동생은 HMV에서 CD를 사기 시작했고..
나는 근처 면세점을 돌다가 곰이 그려져 있는 예쁜 우산을 하나 사고..
다시 11시에 만나서 함께 센트럴 스테이션 레코드에도 가고..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오전 퀸 스트릿은 활기찼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를 목청껏 부르던 두 젊은이..
동생은 따라부르고..
  
동생이 산 CD들을 숙소에 두고 옷 속에 수영복을 챙겨입은 우리는
드디어 골드 코스트로 향했다.
그런데 날씨는 더욱 궂어져서.. 비바람에 폭풍 수준이 됐다.
골드 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도착하자 시간도 거의 3시가 되었고..
버스 정류장에서 해변과 카빌 거리를 찾는 도중,
코걸이를 한 한 서양 여자애가 동생에게 담배를 빌림.
쟤는 졸지에 88 피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도착하자 다행히 비는 멈췄지만
바람이 거세서 해변은 한산했다.
원래 나의 계획은 브로드워터 쯤에서 제트스키도 타고
서퍼스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하는 거였는데..
시간도 늦은데다 비바람도 거세서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형적인 여름 바다를 기대했던 우리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파도가 높은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해변은 멋있었다.
처음과 끝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해변..
그리고 두려움이 느껴지는 높은 파도..
바다에는 오직 두 남자만이 겂없이 파도를 타고 있었고..
우리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태평양의 넓이를 가늠할 뿐...
시드니에 가서 다시 한 번 해변에 가자.. 다짐한 후
면세점과 명품점들 천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카빌 거리 등지를 구경했다.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펜디, 페라가모, 발리, 헤르메스 등등
가게마다 기웃거리기도 하고..
온통 일본 사람들 천국이더군..
그리고 한 중국 음식점에서
탕수육과 씨푸드볶음밥을 먹고.. (10달러/12달러)
6시(막차)에 다시 브리스번행 버스에 올랐다.
앗! 이번엔 2층 버스..
그 동안 정이 흠뻑 든 스카이 트랜스 버스와 사진도 한 방 찍고..
돌아오는 버스 안은 너무나 추웠다.
이런 날씨에, 밤에 에어컨을 틀다니.. -_-
수영할 꺼라고 짧은 반바지 하나만 입은 나는,
다행히 ANA에서 가져온 모포가 있어서 뒤집어썼지만
그래도 추위에 벌벌 떨어야했다.
그렇게 어두운 길을 한 시간 반 가량 달렸고..
트랜짓 센터에 도착한 우리는 맥도날드에서
버거와 맥너겟을 포장한 후 바로 숙소로 직행했다.
어제밤의 기억도 있고해서 -_-;;
숙소로 올라오는 길에 또 한번 몸서리치며
지렁이밭(?)도 지나고..
이렇게해서 브리스번 정든 숙소 ASTOR에서의 마지막 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빅맥과 맥너겟을 먹고 짐을 꾸린 후
우리는 일찍 잠이 들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기에.
 
2월 9일 화요일 [브리스번->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 달링하버]
 
새벽 3시, 어김없이 잠에서 깨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꾀가 나는걸까...
몸을 일으키기가 싫어서 한참을 뒤치락거리다 일어났고..
새벽 4시 20분..
어두컴컴한 가운데 배낭을 매고 숙소를 나섰다.
비가 오고 있었고..
하지만 정든 ASTOR 앞에서 사진 찍는 건 잊지 않았다.
새벽 5시, 공항으로 가는 첫 차를 타기 위해 그렇게 일찍 나선 것이다.
4시 반쯤 트렌짓 센터에 가니 안쪽으로 문이 잠겨 있었는데..
잠시 후 경찰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5시에 도착한 스카이트랜스 버스를 타고
(티켓은 운전사에게 구입 7.5달러)
브리스번 공항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우리 두 사람 뿐..
시드니로 가는 거지만 ANA 항공이니까 도메스틱이 아니라
인터내셔널에 내려야한다. (정보 주신 켈리님 감사 ^^)
역시 수속은 금방 끝났고..
공항에서 에그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다시 간단히 아침을 먹고..
7시 30분, 시드니행 ANA 항공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샌드위치로 다시 한번 아침을 먹고
시드니에 도착하자 10시 10분.
(1시간 30분 거리인데... 시드니는 썸머타임인 관계로)
그런데 공항이 브리스번 공항보다 후지다.
그리고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국제 도시가 갖는 어수선함이랄까?
공항에서 다음 비행편 리컨펌을 하고...
낯선 도시에 떨어지니 또 어리버리해져서
지도와 여행책을 보고 있는데
왠 할아버지가 말을 시킨다.
나는 여행책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호주 토박이라는 할아버지는 평생 여행만 다닌 듯
일어와 불어 독어까지 섞어 가며 여행 얘기를 했다.
제일 좋아하는 곳은 하와이의 마우이고
71살에 세상을 뜬 부인은 삼바를 잘 추던 브라질리언이라나..
나는 그냥 건성으로 얘길 들어주다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대화 상대가 필요한 할아버지였는데.. 죄송 -_-)
공항을 나서자 공항밖에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버스가 보이고,
티켓 창구가 있다.
왕복 티켓을 10달러에 사고..
센트럴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사실 시드니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거리도 좀 지저분한 것 같고..
곳곳에 공사 중이고 사람도 차도 너무 많아서 무지하게 시끄럽다.
그리고 막상 센트럴 스테이션에 도착하고 나니 더 황당..
역 주변이라 너무 혼잡스럽고..
전혀 길 파악이 안 돼는 거였다.
등에 맨 짐도 무겁기만 하고..
우선 센트럴 스테이션 내의 숙소 광고가 있는 게시판에서
몇 군데를 찍었다.
그리고 하이드 파크 변의 엘리자베스 스트릿을 따라 숙소를 찾기로 하고..
길을 걷는데..
우리가 찍은 저렴한 숙소들은 역과 가깝긴 했지만
주변도 너무 시끄럽고 건물도 무지하게 후졌다.
브리스번에서 작은 산장 같은 분위기에서 묵었던 우리는
역 주변 여관 같은 그런 집들에 전혀 정을 붙일 수가 없었고..
하이드 파크 근처까지 걸어서 두 군데 모텔을 찍었는데..
이곳 역시 정이 안 들기는 마찬가지..
 
결국 전에 전화해본 적이 있던 YWCA에서 묵기로 했다.
욕실을 공동으로 쓰면서 트윈룸이 1박 80달러나 한다기에
포기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유쓰가 아니라 호텔이었다.
(이름도 Y on THE PARK HOTEL)
건물도 크고 로비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안전하겠구나 싶어서 선택했다.
동생이 그토록 주장하던 개인 욕실을 포함하면 1박에 115달러,
겨우 이틀인데.. 너무 비싸다 싶어서 80달러짜리 방을 잡았다.
결국 YWCA에서의 이틀은 대만족이었다.
공동 욕실도 바로 내 방 앞에서 있어서 개인 욕실이나 다름 없었고..
암튼 시드니에서의 첫 날!
다시 단촐해진 배낭을 매고 길을 나섰다.
YWCA는 바로 하이드파크 앞이다.
숙소를 나서서 하이드파크를 지났고..
잔디밭 위에 가득 앉아있는 하얀 갈매기를을 보며 사진 한 방!
그리고 타운홀과 세인트 매리 대성당(맞나?), 퀸빅토리아 백화점 앞에서
또 사진들을 찍고...
타운홀과 퀸빅토리아 빌딩은 너무나 멋지다.
난 이런 건물들을 보면 너무나 흥분 ^^
하지만 이 세 건물이 있는 교차로는 엄청 복잡했다.
세일 때의 롯데 백화점 앞을 방불케한다.
자동차와 사람들의 홍수 속에서 잠시 정신 없다가
근처의 울워스를 발견, 들어갔지만
여기도 역시 사람 사람들...
수퍼를 싫어하는 나는 바로 나와버리고..
빅토리아 백화점 안쪽으로 지나서 마틴 플레이스에 갔다.
여긴 보행자 도로다.
잠깐 벤치에 앉아 한시름 놓고..
다시 엘리자베스 스트릿을 따라 도메인을 지나 계속 걸었다.
시드니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이긴 했지만
하이드 파크, 도메인, 왕립 식물원으로 이어지는 공원이
시티를 가로지르고 있어서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계속 걷다보니 멀리 하얗고 삐쭉 삐죽한 것이 보인다.
어지러운 시내에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짜증나있던 동생이
앗! 오페라 하우스다! 를 외친다.
그러고보니 오페라 하우스 꼭대기 부분이었다.
그리고 공원을 지나자 바로 눈 앞에 하버가 펼쳐졌고..
정면으로 하버 브릿지.
측면으로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
우린 바로 오페라 하우스 앞으로 온 거였다.
날은 화창했고..
막상 오페라 하우스를 보니까 너무나 좋았다.
동생은 엽서에서 보던 환상적인 모습을 상상했는데 조금 실망이라고 했지만,
나는 사람들이 하두... 실물로 보면 실망이라고 해서,
자그마한 건물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웅장하고 무엇보다 바다와의 조화가 그만이었다.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고..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만 찍고 갈 수는 없지...
오페라 하우스에 들어가서 프로그램을 봤다.
하늘이 도왔는지.. 내일 밤 7시 반에
내가 젤 좋아하는 마담 버터플라이를 하는 것이었다.
흥분된 마음에.. 비싸더라도 보자.. 하고는
예약을 하려는데.. 이런, 벌써 매진!
그 다음날은 까르멘, 또 세비야의 이발사 등등
매일 좋은 오페라들을 많이 하던데..
너무나 아까웠지만 발길을 돌리고,
서큘러키는 생각보다 칙칙한 분위기라 좀 놀랬지만,
거리에는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남자 등
예술적인 분위기가 넘쳤고..
거리 구경을 하다
허기진 우리는 서큘러키에서 점심을 먹었다.
케밥을 전문으로 파는 곳에서,
나는 치킨 케밥, 동생은 피쉬 앤 칩스..
동생은 7.5 달러 하는 이 피쉬 앤 칩스에 홀딱 반하고..
(다음날에도 또 먹었음)

밥을 먹고 나서부터 동생과 나의 의견이 삐걱대기 시작..
나는 여기 저기 많이 구경하고 싶은데
녀석은 자꾸 피곤하다고 하고..
록스 광장에서 한바탕 말다툼을 한 후,
(덕분에 기대했던 록스 광장을 제대로 못 봤다.)
쇼핑을 하기로 하고 근처 면세점들을 돌아다녔다.
스카프와 남자친구에게 줄 지갑을 하나 사고
거리를 걷는데..
두 명의 젊은이가 HMV(브리스번에서 동생이 반한 CD점)
봉지를 들고 지나가는 것이다.
이들에게 물어서 위치를 확인한 동생은
언제 피곤했냐는 듯 다시 살아나고..
(사실 동생이 삐졌던 건 시드니에서 타워레코드를 못 찾았기 때문)
HMV를 찾아 PITT 스트릿을 따라 걷기 시작..
그러다 브리스번의 퀸 스트릿 같은 보행자 도로를 발견!
마틴 플레이스과 마켓 스트릿 사이 PITT 스트릿이었다.
여기에서 동생은 HMV를 발견!
(문 닫았을 줄 알았는데 7시까지 한다는 것이다.)
당시 6시 40분이었다.
다시 CD들을 고르고 나도 비디오를 하나 사고..
기분 좋아진 동생과 PITT 스트릿을 둘러보다 달링 하버로 걸어갔다.
해는 서서히 지고 있고..
다리 건너 달링 하버로 들어섰다.
물가에 예쁜 식당들이 늘어선 유원지 같은 곳이었다.
하나 둘 불이 밝혀지면서 야경은 정말 환상적...
일식당이 있길래 밖으로 난 의자에서
생선 초밥과 일본식 누들을 먹으면서 달링 하버의 야경을 감상했다.
하얗게 몰려드는 갈매기들도 예뻤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밝힌 식당들도 예뻤고,
멀리 시드니 타워와 함께 장관을 이룬 고층 빌딩들도 멋있었다.
그렇게 시드니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달링 하버에서 하이드 파크 앞 YWCA까지는 4.5달러..
택시비 수준은 우리 나라와 비슷한 것 같았다.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나니 잠이 쏟아진다.
동생은 담배를 6갑이나 사왔는데 다 피웠다고
이 담배값 비싼 호주에서 담배를 사겠단다.
무지 친절한(귀여운 몸짓의) YWCA 아저씨의 도움으로
근처 편의점에서 초록색 말보로 맨솔을 샀다.
6달러나 한다.  -_-
우리는 특이하게 생긴 하드를 하나씩 입에 물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말 죽은 듯이(?) 잤다.

 

2월 10일 수요일 [시드니: 맨리비치 - 뮤지컬 '렌트']
 
6시 반 알람이 울렸지만... 뜸을 들이다 7시 반쯤 일어났다.
오늘은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
맨리 비치에 가기로 한 날이다.
다행히 창밖에 비는 안 온다. 좀 흐리긴 하지만..
다시 옷 속에 수영복을 입고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어제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복습!
실은 어제 카메라에 필름도 안 넣고 사진을 찍어서 다시 찍어야한다.
하이드 파크를 지나고 타운홀과 퀸빅토리아 빌딩을 지나서
다시 보행자 거리 핏 스트릿으로 갔다.
어제는 그렇게 정신 없더니
이제 길이 파악이 되니까 슬슬 정이 드는 시드니..
다시 HMV 구경을 하고,
(동생은 하루에 한 번 CD점엘 가야
그 약기운으로 말을 잘 듣는다 -_-;;)
마틴 플레이스로 갔다.
그런데, CD를 잔뜩 사고
맘에 드는 음악 잡지까지 사서 기분 좋아진 동생,
나에게 미안한지 나더러 뮤지컬을 보란다.
(사실 어제 뮤지컬을 알아보려다가 동생이 하두 저기압이라
나도 귀찮아서 포기했었는데...)
마틴 플레이스 근처에 있다는 로열 극장을 찾았고,
마침 <렌트>를 하고 있었다.
오늘밤 8시!
25달러/39달러/56달러씩이었는데..
좋은 자리에서 보자! 하고는 과감히 56달러짜리 두 자리를 예매하고...
한결 기분이 좋아져서 서큘러키로 갔다.
그리고 아침 겸 점심은 어제 그 식당에서..
동생은 피쉬 앤 칩스, 나는 소세지와 샐러드..
(흑.. 나도 피쉬..먹을 껄..)
자동판매기에서 왕복 8달러씩에 구입한 맨리 페리 티켓!
다음 출발은 11시 30분이란다.
(거의 20분마다 한 대씩이다)
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하버에서 줄 낚시를 한다.
전혀 물고기가 없을 것 같은 곳에서 금방 열대어 같은 걸 한 마리 낚고..
바로 칼로 다듬어서 가방에 넣는다.
신기해서 쳐다보다가..
맨리 페리에 올랐다.
이 배는 시드니 시민들의 출퇴근으로도 사용되는 등,
버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배를 타고 갑판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정경은 장관이었다.
하버 브리지,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시드니 타워를 중심으로 한 빌딩숲..
조금 지나니 시드니만 주변은 하얀 요트과 숲 사이 벽돌집들로 아름답다.
주위 풍경은 꼭 호수 같은데, 파도는 꽤 거세고..
배가 출렁이면서 파도가 배 위까지 넘쳐서
갑판 위 사람들은 물벼락을 맞았고,
배 앞 쪽에 있던 한 무리의 서양 아줌마들은
머리부터 홀딱 젖고는 좋아서 호들갑이다.
스위스 루쩨른에서도 그랬고, 동경 하꼬네에서도 그랬고...
여행 갈 때마다 난 유람선 타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맨리 페리로 본 시드니만의 풍경이 인상적이고 좋았다.
30분 정도 가다보니 맨리에 도착했다.
맨리는 작고 아름다운 리조트였다.
선착장에서 내리니 바로 옆으로 작은 비치가 보였고..
크고 작은 배들이 늘어선 주변은 너무나 예뻤다.
그리고 맨리 와프에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길이 중심가인 코르소 거리,
코르소 거리를 따라 많은 씨푸드 음식점들이 있었고..
그 끝에는 넓은 맨리 비치가 펼쳐져 있었다.
누사 비치보다는 크고 서퍼스 파라다이스보다는 작은...
맨리는 흡사 누사와 서퍼스를 합쳐놓은 분위기였다.
리조트지만 시끄러운 관광지라기 보다는
현지 사람들의 고급스런 휴양지랄까..
시간이 일러서인지 바다 속에는 역시 두 세 사람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핑 보드를 빌려주는 곳이 한 곳...
한적한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도 그냥 보낼 순 없지..
우린 모래사장에 자리를 펴고 (ANA 모포 ^^)
바다에 뛰어들었다.
파도가 높아서 밖에서 보기엔 두려운데,
막상 들어가니까 한참을 가도 물 높이가 허리 아래다.
신나게 파도를 타고.. 물도 먹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다보니 해가 나고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해서 더욱 신이 났고!
사람들도 몰려들어서 전형적인 여름 바다 분위기!
젖은 상태에서 사진도 찍고.. 앉아서 바다도 바라보고 하다가..
(그런데 가만 보니 바다에 해파리가 너무 많은 것..
파도 타다가 화들짝 놀라서 나와버렸다.)
근처 화장실에서 간단히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 잠깐 동안 타서 내 팔은 지금 흑인 팔 같다)
그리고 오늘은 호주의 대표적인 음식인 씨푸드를 한 번 먹어보자! 하고는
코르소 거리의 씨푸드 전문점에 갔다.
그리고 거리 한복판에 있는 파라솔에서 씨푸드 플래터를 시켜 먹었다.
2인분에 65달러(!!)나 하는 비싼 요리!
맥주와 콜라까지 해서 나중에 74달러 정도 냈지만...
씨푸드 플래터는 너무나 푸짐해서 뿌듯했다.
커다란 접시 가득 버터에 구운 바닷가재와 왕새우,
그리고 삶은 게와 새우들, 피쉬 앤 칩스와 오징어 튀김 등등..
또 생굴과 연어, 열대 과일도 수북했다.
눈앞에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코르소 거리에서
씨푸드를 가득 놓고 먹고 있자니 마치 천국에 온 기분~~
점심부터 제일 비싼 음식을 시켜서 먹는 우리에게
종업원들도 계속 왔다갔다하며 잘 해준다.
밥 먹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빠삐용이 뛰어내렸다는 노스 헤드에 갈까 했지만,
버스가 한 시간 간격이란 말을 듣고는 포기..
다시 맨리 와프 주변의 잔디밭 등에서 쉬다가
5시 반쯤 다시 서큘러키로 돌아갔다.
이제 8시에 뮤지컬 <렌트>를 봐야지..
몇 군데 면세점을 더 둘러보고..
다시 PITT 스트릿의 HMV에서 비디오를 세 편 더 사고..
(결국 호주에서 비디오를 네 편 샀는데
알고보니 호주는 우리 나라랑 다른 PAL 방식의 비디오를 써서
하나도 못 보게 됐다. 흑..)
7시 반쯤 로얄 씨어터로 갔다.
그런데 사람들 복장이 드레시한 정장 분위기..
나와 동생은 해수욕을 한 후라 다른 때보다 더 후즐근..
반바지에 슬리퍼, 박스티에 맬빵바지 차림의 우리.
게다가 나중에도 확인했지만 동양인이 딱 우리밖에 없었다.
다들 현지인 분위기였고,
여자들은 어깨가 없는 원피스 차림으로 우아하게 차리고 왔고,
하지만 동생과 나는 꿋꿋하게 3시간 가량의 뮤지컬을 재미있게 봤다.
자리는 제일 중앙의 좋은 자리였고..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렌트>는 톡톡 튀는 유머와
아름다운 음악과 슬프고 감동적인 클라이막스로 우릴 즐겁게 했다.
무대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노래는 정말 잘 하더군..
주인공 미미는 흑인 여자가 맡았는데, R&B 분위기의 노래.. 죽여줬음.
또 콜린스를 맡은 흑인 남자의 목소리도 넘 좋았고..
동생 옆에는 한쌍의 게이 커플이 서로 허리를 껴앉고
음악에 취해있었고.. 후훗..
1막이 끝나자 다들 우르르 나가서 와인과 샴페인을 즐기는데..
(우리는 좀 뻘쭘했지만..)
그래도 3시간 가까이 음악에 흠뻑 빠져서
정말 멋진 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11시가 다 돼서 극장문을 나섰다.
원래는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뮤지컬의 감동을 안고
좀 걷고 싶어져서 숙소까지 걸어갔다.
늦은 시각이라 곳곳에
파티를 막 마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렌트>의 여운을 느끼며 하이드 파크를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마지막 날이라고 돈을 다 써버려서
렌트 CD와 갖고 싶었던 기념품들을 하나도 못 산 것!
팜플렛만 12달러 주고 간신히 샀다.
낮에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또 출출해져서 숙소 앞 편의점엘 갔다.
신라면에서부터 너구리... 튀김우동 등등
한국 라면이 종류별로 다 있었다.
나는 튀김우동 사발면을 사고, 동생은 중국 라면을 사서
숙소에서 맛있게 먹고.
호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2월 11일 목요일 [시드니->오사카]
 
떠나는 날이다.
11시 10분 비행기,
점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꾸역 꾸역 일어나서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센트럴 스테이션에 가서 다시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고,
주변에 교복 입은 호주 여학생들,
교복 촌스러운 건 세계 공통인가보다.
버스에서 꾸벅 꾸벅 졸며 공항에 도착.
출국 수속을 하고 일본에서의 호텔 바우처에 도장을 받고,
맥도널드에서 빅 블랙퍼스트란 걸로 아침 식사를 했다.
마지막 남은 1달러로 책갈피를 하나 사고,
호주 달러를 남김 없이 탕진했다.
그리고 비행기 연착으로 11시 30분쯤 시드니를 떠났다.
다시 10시간의 비행...
하지만 올 때보다는 덜 지루했다.
자다가.. 점심으로 모밀, 돈까스 등등을 와인과 함께 먹고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을 꽤 열심히 보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일몰을 바라보다 저녁 7시 5분,
오사카에 도착했다.
(여기 오니 시차와 썸머타임으로 다시 2시간을 옮겨야한다.)
떠날 때 7시간을 뭉개느라 정들었던 간사이 공항.
시드니에서부터 함께 온 사람들 중
<울라깔라..>하는 말로 국적을 궁금하게 했던
한 동양인 부부가 계속 우리에게 즐거움을 줬고..
그런데 통과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무리의 한국 배낭 여행자들은 공항세를 2650엔이나 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공항에서 잔다고 하고..)
우리는 숙박비를 이미 냈고 또 공항세도 알고 왔기에
그냥 출국을 했다.
어렵게 통과비자 받고 한참을 기다려서...
간사이 공항을 나가니 쌀쌀한 날씨..
어리둥절하고 있으니까
한 수위 아저씨가 친절하게 따라오면서 버스 탈 곳을 알려준다.
우리가 묵을 곳은 ANA항공권과 함께 예약한 아나 게이트 타워 호텔.
10분 가량 셔틀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거의 63빌딩이다.
처음 간사이 공항에서 저긴 어딜까 하면서 바라보던
63빌딩 같은 높은 건물.
바로 그곳이었다.
한 60층 정도 돼는 것 같았다.
호텔은 정말 좋았다.
우리 방은 43층이었고...
창밖으로 오사카 야경 죽이더군.. 바다도 보이고.
좋은 호텔방에서 신난 우리는 슬슬 배가 고파져서,
밖으로 나갔다.
주위는 유원지인지 밤이라 썰렁 그 자체다.
벌써 시간은 11시가 다 됐고..
호텔 2층의 테라스에 가니까
간단한 식사(계란 햄 정도)가 있긴 한데.. 1인당 1500엔 수준이다.
우린 공항세 빼고 3000엔 정도밖에 여유가 없었는데..
어떻하나 하다가 2층에서 밖으로 나갔다.
2층에서 바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지하철 역이 이어져 있었고.
드디어 발견! 여기에 편의점이 있었던 것이다.
편의점에는 200엔 수준의 라면과 우동, 김밥 등등이 가득!
너무나 행복해져서 실컷 먹자! 하고는
튀김 우동과 소고기 라면, 유부초밥과 김밥, 그리고 김치와 음료수를
사고는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전부해서 1500엔 정도였다.
그리고 맛있게 맛있게 싹싹 비우고..
푹신한 침대에서 아주 달콤한 잠을 잤다.
 
2월 12일 금요일 [오사카->서울]
 
오사카를 떠나는 비행기가 9시 15분이다.
조금만 늦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잠만 자고 새벽에 떠나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시내까지 바로 지하철도 연결되는데
시내 구경도 못하고..
아쉬움을 가득 안고 셔틀 버스를 타고 간사이 공항에 갔다.
보딩은 호텔에서 이미 끝내고.
공항세를 어떻게 내야하나 잠시 헤메다
자판기를 이용해서 공항세 티켓을 끊고..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다.
남은 엔을 털어서,
카레 볶음밥에 콜라를 먹고..

9시 15분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어느새 한국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비행기에서는 한국말이 나오고..
이렇게 해서 8일간의 여행이 끝났구나.
공항에 도착! 허름한 김포 공항에 잠시 실망하며
다시 지하철을 탔고...
겨우 8일임에도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새 그리워지는 호주!
브리스번의 퀸 스트릿과 사우스뱅크 파크랜드의 야경,
무비월드의 후룸라이드와 빅 파인애플의 싱그러운 자연,
귀여운 코알라와 캥거루, 아름다운 누사!
물루라바의 수족관과 서퍼스의 넓은 바다,
그리고 정겨운 숙소 ASTOR와 트랜짓센터와 코치트랜스 버스!
또 시드니에서의 첫 감격,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도 빼놓을 수 없지!
달링 하버의 밤풍경과 유람선과 아름다운 맨리 비치,
씨푸드 플래터와 뮤지컬 렌트!
하이드 파크와 YWCA 호텔, 또 오사카에서의 멋진 하룻밤도 소중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2월 5일부터 12일까지. 정말 소중한 기억이다.

 

2005/06/26 (일)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