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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Cronenberg [A History Of Violence] (2005)

tunikut 2008. 12. 19. 13:13

 

(스포일러라고 하기까지는 뭐하지만 영화의 결말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내가 좋아하는 세 명의 데이빗 감독들의 영화가 모두 국내 개봉된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 데이빗 린치

의 "인랜드 엠파이어", 그리고 데이빗 핀쳐의 "조디악"이다. 우선 그 첫번째 주자! "폭력의 역사"를 오늘 보고 들어왔다. 미국에선

2년전에 상영됐지만 늦은 감이 있다. 국내 영화를 살리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좋은 미국 영화들을 배척하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영화는 이제 역사 박물관 근처의 씨네큐브나 미로스페이스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참 슬프다. 이 영화도 이번주 껴서

3-4일밖에 상영 안하는 것 같던데... 관심 있는 분은 얼른 가서 보지 않으면 놓치고 말 것 같다. 아니 누가 우리 영화 싫댔냐고.. 질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우리 관객들을 끌어 모아야지.. 우리 관객들이 바보냐고.. 질 나쁜 영화들만 찍어내면서 안본다고.. 봐달라고.. 좋은

외국 영화 배척하면서 국내 메이져 상영관들을 장악만 하면 되냐고.. 심형래의 "디 워"를 보지는 못했지만 물론 그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 또 돌 날라올지 모른다 - "환타지"라는 장르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국내 토양 위에서 심감독이 얼마나 환타지

라는 장르적 특성과 스토리를 맛깔나게 구성했을지 자못 우려가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잠시 또 흥분하다보니 얘기가 완전

히 딴 데로 샜는데 암튼..

 

그 동안 크로넨버그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들의 성격과 비교해보면 이 영화는 비교적 얌전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예의 그만의

'꾸물럭거리는 핏덩어리' 이미지와 불경스런 장면들도 군데 군데 튀어나오기 때문에 그의 골수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적인 형식을 띠고 있고 이렇다할 음향 효과도 없지만 - 어쩌면 그래서 더한지도 모르겠다 - 영화의 초반부터 시종일관 

왠지 모를 긴장감과 신경을 자극하는 stressful한 분위기로 몰고 가는데 특히 영화의 종반부 클라이막스에서도 전혀 음향 효과가 없어

더욱 더 자극적이고 실제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자막이 올라오기 직전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어린 딸의 모습,

주인공과 그의 아내의 눈물.. 과연 이 가족은 예전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던져주며 이 가족이 얼마나 노력해

가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아님 그다지 행복해지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두 가지 인생의 선택을 관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반지의 제왕"의 영웅 비고 모텐슨의 선한 모습에서 악한 인상으로 변해가는 모습, 보안관과 주인공, 그리고 아내 사이의 너무나

대조되는 초반부와 후반부의 대화 분위기와 대칭적 구성.. 언제나 뭔가 있어보이는 에드 해리스의 난생 처음이라는 갱스터 연기.. 영화

이론을 알지는 못하지만 크로넨버그 감독은 여러 영화적 장치 - 미장센이라고 하나요? - 들을 통해 영화의 메세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암튼 여러 모로 참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PS 솔직히 크로넨버그 감독은 맨 이상한 변태같은 영화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 그래서 개인적으론 데이빗 린치보다 그를 더 변태

스럽다고 생각해왔다 - 정말 예상외로 깉은 여운과 감동을 주면서 그만의 개성을 잃지 않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아 참 흡족하다.

전작인 "스파이더"도 빨리 빌려봐야 되는데 동네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비디오가 어디 꽂혀있는지 못찾아서 못보고 있다.

 

2007/07/28 (토)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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