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favorite movies

Hannibal Lecter Series

tunikut 2008. 12. 19. 12:29

"양들의 침묵"으로부터 시작된 토마스 해리스 원작의 한니발 렉터 시리즈를 난 사실 하나도 보질 못했지만 올해 새로운 시리즈

인 "한니발 라이징"이 개봉한다는 걸 알고 꼭 연대기순으로 보고 마스터를 해야 한다는 나만의 obsessive한 성격 때문에 주루루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보았다. (원래 잘 안하는데 별표 매기기 뭐 이런 것도 좀 해봤다.)

 

Jonathan Demme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91년 당시 정말이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영화.. 요새는 이런 저런 쓰레기 슬래셔 무비들이 국내에서도 그다지 낯설지는

않지만 당시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장면들은 꽤나 충격적인 것으로 기억된다..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뭐랄까.. 약간은 조악한 듯 하면서 raw한 느낌이 주는 영상이 기묘한 공포감을 조성시키는 희대의 걸작이다! 마치 왜 에일리언

시리즈 중에서 1편의 조악한 영상이 가장 공포스러운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도입부와

엔딩인데 조디 포스터가 훈련을 받으며 달리는 버지니아의 숲속이 주는 을씨년스런 분위기.. 엔딩에서 렉터 박사가 스탈링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양들이 조용해졌나?" 이렇게 말하고 모자를 눌러 쓴채 걸어가는 한 남미의 마을.. 길거리의 사람들 주위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가로수가 주는 을씨년스러움은 이 영화에 별 5개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Ridley Scott [Hannibal] (2001) ★★★☆

 

 

"양들의 침묵"의 대성공 후 정확히 10년 뒤.. 소위 '양들의 침묵 그 이후'라는 테마 하에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난 당시 이 영화가 나온지도 몰랐지만 - 그땐 요새처럼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았다 - 얼마나 사람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을지는 상상이 간다. 나 역시 크나큰 기대감을 가지고 봤는데.. 음 글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두고 '대실망'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다지 대실망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주된 스타일이 '동적/스릴러적'이기 보다는 '정적

/드라마적'인 테마를 가지고 흘러가기 때문에 "양들의 침묵 2"를 기대하면서 본다면 매우 지루하겠지만 한니발 렉터라는 한 인간

에 초점을 두고 클라리스 스탈링과의 애증 혹은 우정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그다지 많이 실망스럽지는 않다. 유럽을 배경으로 

고풍스러우면서 동시에 무거운 분위기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영화의 후반부에 레이 리오타의 뇌를 꺼내어 요리를 해먹는 장면

이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양들의 침묵 10년 후.. 정녕 한니발 렉터 박사는 클라리스 스탈링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일까?

쥴리안 무어가 아닌 조디 포스터가 다시 출연해줬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Brett Ratner [Red Dragon] (2002) ★★★★

 

 

"러시 아워", "엑스멘 3" 등 고만고만한 B급 영화들을 만드는 브렛 라트만 감독이 다시금 토마스 해리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양들의 침묵" 이전의 렉터 박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니발"이 정말로 렉터 박사라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면 이 영화는 역시 B급 영화 감독 답게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잘 요리해서 "양들의 침묵"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는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다. 렉터 시리즈에 없어서는 안될 절대 지존 안쏘니 홉킨스가 다시 출연을 해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에드

워드 노튼, 랄프 파인즈, 하비 키텔 등 여러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내 생각에 작품성면에서는 "양들의 침묵"이나 "한니발" 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감이 없진 않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이 끊이질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맘에 들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지루함 없이 본 것 같아 별 4개를 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멋졌던 점은 영화의 마지막이 바로 "양들의 침묵"과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

 

 

Peter Webber [Hannibal Rising] (2007) 

 

 

이렇게 참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하니발 렉터 시리즈를 찬찬히 비디오로 복습하고 부푼 마음에 극장으로 가 이 영화를

봤는데.. 으 진짜!! 짜증난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렉터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고.. 거기까지는 좋았다. 근데

문제는 몇년 후 젊은 시절의 렉터가 된 후부터다. 아니 정말..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팬들에게 이걸 지금 보라고 만든 건가! 젊은 렉터

의 행동과 말투와 살인에는 전혀 그럴싸한 동기 부여도 없고 개연성도 전혀 없다. 그저 감독의 요구에 의해 안쏘니 홉킨스의 말투를

흉내내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으로밖에 안보인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를 거친 한니발 렉터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 영화를 보면 일단 어린 렉터가 왜 성년이 돼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객의 입장에서

와닿지 않고 또 나아가 그럼 왜 성년이 된 렉터가 나중에 중년 이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이 영화에 제작시 원작자인 토마스 해리스가 각본을 써주었다고 하는데 왜 이런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 그가 각본을 써주었는지

나중에 분명 후회했을 것 같다. '야 임마, 이 스토리를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해' <- 이러지 않았을까? 이로서 역시 '안쏘니

홉킨스 없는 렉터 시리즈는 불가능하다'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고나.. 별 1개도 아깝다.

 

2007/03/11 (일)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