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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 Gondry [La Science des Rêves] (2005)

tunikut 2008. 12. 19. 11:29

 

미셀 공드리에 대해서 좀 찾아봤더니 의외로 영화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팝 뮤직과 듀크 엘링턴 등을 좋아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온 걸로 보아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Bjork, Beck, Massive Attack 등과도 작업한 경력이 있는 그의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마음 한 곳에 짠하는 느낌을 느끼지 않은 사람 없을 듯 한데 그런 그의 (우리한테는) 새 영화 "수면의 과학"에는 "이터널 선샤인" 만큼 유명 배우도 안나오고 스토리도 로맨틱한 거 보다는 다소 환타지/코미디쪽이라고 해서 사실 "이터널 선샤인"의 감동에 비해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본 영화다. 아니, 그보다는, 살짝 박찬욱 감독이 갑자기 이상한 환타스틱 로맨틱 코미디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을 통해 나같은 JSA-올드보이-금자씨 팬들을 제대로 강간해버린 것 처럼, 솔직히 아주 조금은, 혹시나 이번에 "수면의 과학"을 통해 미셸 공드리에게 다시 한번 강간 당하는 건 아닐까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적인 불안감도 조금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말이다. 진지하면서 짠하는 영화를 보여준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라.. 불안하다..

 
푸핫! 근데!! 이 영화.. 정말 '제대로' 재미있다. '6살 때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스테판이 보여주는 다소 난감한 상황들이 영화 초반부에 나의 불안감을 더욱더 조장했으나 스테판이 직장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하이-코미디의 유머러스 코드는 영화 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더군다나 CG 작업이 거의 없이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역설적으로 CG보다도 더욱 영화의 분위기를 환타스틱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코엔 형제의 썰렁 코미디에 장 피에르 쥬네식의 프렌치 코미디를 적당히 버무린 다음 미셸 공드리만의 환타지 소품들로 화려하게 치장한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론 "이터널 선샤인" 보다 더더욱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2007/01/29 (월)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