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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괴물] (2006)

tunikut 2008. 12. 19. 09:51

 

** 스포일러일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 보신 분만 읽으세요.
 
솔직히 말해서 내가 태어나서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유일하게 잠을 자버린 영화는 딱 하나다.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뭐 그건 그렇고..
 
내가 태어나서 극장 개봉 예정작 중에 이 영화 만큼 그렇게 기대를 해본적이 없다. 또 내가 태어나서 개봉 당일날 즉시 바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이 영화 “괴물”이 유일하다. 또 내가 태어나서 가장 빨리 예매(개봉 1주일 전에 예매했음)한 영화도 이 영화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서 극장 안에 제 1순위로 입장해본 적도 이 영화가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태어나서 본 영화 중에 ‘그렇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기대를 200% 충족 시켜준 영화’도 이 영화 “괴물”이 유일하다.
 
뭐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고 또 얼마나 그 기대에 만족했는지 더 이상 강조를 안해도 될 것 같다.
 
“살인의 추억”과 더불어서 본 봉준호 영화의 특징 혹은 매력을 한 마디로 얘기해보자면 일단 무지하게 ‘재미있다’라는 거다. 영화가 아무리 작품성이 좋고 예술성이 높고 뭐가 어떻고 저떻고 일단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된다는 내 신념(?)으로 봤을 때 그의 두 작품은 정말이지 최고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단순히 재미로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그 가운데 관객의 가슴 한 구석을 후벼파는 뭔가 하나를 마지막에 박아 놓는다. “살인의 추억”에서 아직도 실존하는 범인에 대한 섬뜩함을, 그리고 이 영화 “괴물”에서는 이 가족에 대한 깊은 슬픔을 선사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사실 비극이다. 또한 그의 영화 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말로 우리 곁에서 살고 있는 사람 같다. 봉준호 영화에 나오 는 배우들은 영화배우로 보이지 않고 실제 그 영화의 캐릭터로만 보인다. 이 얼마나 출중한 능력인가. 이 영화 “괴물”에 나오는 그 가족은 아직도 서강대교 고수부지에서 오징어를 팔고 있을 것만 같다.
 
최민식 주연의 영화 “파이란”을 참 좋아하는데 영화에서 한번도 최민식과 장백지가 만나는 적이 없다는 걸 알고서 영화의 포스터에서 둘이 같이 있는 걸 보면 가슴이 에이는데 이 영화 괴물에서도 다섯 식구가 한번도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영화의 전단지에 있는 다섯 가족이 활짝 웃고 찍은 사진을 보면 가슴이 에인다.
 

P.S. 그 미국인 의사가 바이러스는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영어로 할 때 왜 봉준호 감독이 의도적으로 자막 처리를 안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크크.. 역시 천재야..

 

2006/07/28 (금)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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