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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 Inch Nails [Year Zero] (2007, Interscope)

tunikut 2017. 2. 27. 13:52


트렌트 레즈너-알렉 엠파이어-떨스턴 무어 릴레이 연속 리뷰 시리즈로 암튼 계속 진행 중이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이 세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가능한 모든 음반들을 다 다룰 예정임 (안 끝날 듯). 암튼 오늘 와람토킹어바웃은 나인 인치 네일즈의 5집인 year zero다. 


이 앨범은 존나 개작살나게 멋진 앨범이다. 그리고 또 이 앨범에 반드시 붙여야 할 주석으로 nin의 전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그 주제면에서나 앨범이 주는 아우라나 사운드적으로나 상당히 이질적인, 독특하고 유니크한 앨범이다. 


일단 주제면에서 원래 우리가 잘 알다시피 nin "니꼬르"는 "트렌트 레즈너 내면의 딸침"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이 앨범만이 유일하게 nin의 전 디스코그래피에서 주제 의식을 내면에서 외부로 돌리고 있다는 데 있다. 레즈너 역시도 이 앨범 발표 당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걸 보여주겠다"라고 했는데, 뭐 컨셉트 앨범이라고도 혹자에 따라서는 할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컨셉트 앨범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음. 그 정도로 주제 의식이 앨범 전체에 아주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음) 암튼 살짝 방향을 외부로 틀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을 디스토피아로 규정하고 꽤 사회 비판적이고 sarcastic하게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트렌트 레즈너가 위대한 이유는 켄트릭 라마처럼 앨범 하나를 만드는 데 있어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기승전결을 기가 막히게 배치한다는 건데 downward spiral이나 fragile이 명반 취급을 받는 이유도 그런 레즈너 자신의 내면적 고통과 비극적 결말을 마치 영화를 보듯 구성해놨기 때문이다. 근데 이 앨범 역시도 비록 주제나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그 다른 주제를 가지고 특유의 드라마적 감각으로 기승전결을 배치해놨다는 점에서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앨범이다. 그니까 ds 앨범이나 fragile 앨범에서 끝에 막 자해하고 자살하고 이런 식으로, 그리고 with teeth에서도 끝에 약물을 이겨내고 다시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내가 이렇게 돌아온 건가.. 하고 청자들에게 여운을 줬다면, 이 앨범에서는 존나 어두운 사회상들을 쭉 그려내다가 끝에 가서 "shame on us, may god have mercy to our dirty hearts"라는 식의, 어떤 구원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또 하나의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모든 곡 하나하나가 다 카리스마 넘치고 곡 하나하나가 각각의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앨범은 특별하다. 뭐 이거 어떻게 이 앨범을 칭찬해야 할지 마음이 앞서서 글이 잘 안나올 정도다. 마이크가 있다면 글로 안쓰고 내 목소리를 녹음에서 dictate하고 싶으니 원. 이 앨범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with teeth를 발표하고 2년만에 나온 건데, 막 약물에서 벗어나서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그의 내공이 완전히 충전안된 상태에서 만든 게 with teeth였다면, 내가 장담컨대 이 앨범 같은 경우는 이건 완전히 그의 천재적 악상이 막 물솟듯이 솟아서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어서 그 천재적인 막 떠오르는 악상을 가지고 후다다다닥 만든 앨범임에 확신한다. 


그의 인터뷰에서도 그랬듯, 앨범의 대다수가 즉흥 연주였다고 하는 데서도 그런데, 그러다보니 언뜻 비슷비슷하게 전개되는 곡들도 있지만,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노이즈'다. 노이즈..라고 노이즈.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자. 일단 내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트렌트 레즈너-알렉 엠파이어-떨스터 무어의 릴레이 리뷰라고 했는데 이 세 아티스트의 공통점이 뭔가? 바로 노이즈다. 근데 웃긴 건 떨스턴이나 알렉 엠파이어가 노골적으로 노이즈를 아예 장르화시켜 음악을 하기 때문에 '노이즈 아티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하지만 트렌트 같은 경우는 '노이즈의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 내지는 '노이즈를 가미해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정도로 불리울 수 있었는데, 이 앨범에서 트렌트는 어떻게 보면 기존팬을 엿먹어라는 식으로 아주 대놓고 기계음 노이즈를 전면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nin의 앨범들에서도 '노이즈적'인 요소들이 간간히 가미되어 있었지만 이 앨범에서처럼 그냥 대놓고 마치 어린애가 크레파스로 막 갈기듯이 거의 즉흥으로 자지를 들고 노이즈 오줌을 청자의 귀에 갈기는 식이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노이즈를 들으면 온몸의 에네르기가 샘솟는 나같은 사람한테는 이 앨범은 완전 500년 최씨고집 쌍화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the great destroyer나 me, i'm not 후반부에 나오는 노이즈 임프로비제이션 봐라. 진짜 듣고 있으면 천국가는 느낌. 특히 the great destroyer 후반부는 내가 nin을 듣는 건지 알렉 엠파이어를 듣고 있는지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이 앨범이 또 유니크하면서 멋진 이유는 대다수의 곡들의 비트가 살짝 브레익비트-다운템포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의 방방 뜨고 달리던 스타일보다는 그루브감이 넘실대기 때문에 나같이 힙합도 같이 듣는 사람들한테는 반갑기 그지 없다. meet your master 같은 곡 진행봐라. 거의 훵키 블루스다. 암튼 이건 마이너한 건데 내가 왜 새로운 paragraph의 처음에 bring up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다보니 원래 트렌트 레즈너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감성 자체가 상당히 여리고 폐쇄 수동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의 대다수의 앨범들은 살짝 '여성적'인 느낌이 강했던데 비해 (여성혐오적 발언 아닙니다. 마초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 대비적 의미로 썼음), 이 앨범은 거의 유일하게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마초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점도 재미있다. survivalism 들어봐라. 완전 그냥 마초맨 랜디 새비지 (RIP) 엘보우 드랍이 생각알테니. 


이 앨범이 또 멋진 이유는 사실 어떻게 보면 '인더스트리얼 뮤직'이라고 정형화돼 불리우던 nin의 음악이었지만 엄격하게 따지고 보면 이 앨범 이전에는 the downward spiral 정도를 제외하곤 '인더스트리얼 특유의 멋'이 드러난 앨범은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pretty hate machine은 신스팝에 가까웠다. broken이나 with teeth는 상당히 스트레이트한 록적이었고, fragile도 아트락이나 프로그레시브한 성향이 강했다. 근데 비로소 이 앨범에 와서 상당히 거친, 남성적 느낌의 노이즈와 기계음, 그리고 귀를 때려박는 비트 (the warning 같은 곡 비트 봐라)가 진심 인더스트리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앨범은 nin 최고의 명반으로 불리우는 the downward spiral에 상당히 가깝다. 초반부에 위치한 vessel과 me, i'm not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왜냐면 우리가 사랑하던 90년대 전성기 nin 시절 특유의 '인더스트리얼적' 느낌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차갑디 차가운 전자기계음을 전면에 내세워 그걸로 리듬을 진행하는 vessel이나 nin의 시그너쳐라 할 수 있는 오컬트적 느낌의 비트에 불길하게 뚱땅거리는 피아노음이 나오는 me i'm not은 nin의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골수팬들에겐 보약과도 같은 곡들이다. 


이 앨범이 또 멋진 건 트렌트 레즈너 특유의 '멜로디감'이 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죽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또 다른 앨범 리뷰 때 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트렌트 레즈너의 '멜로디감'은 예전같지 못하다는 생각임. hesitation marks 앨범 리뷰 때 신랄하게 쓰겠음) 곡 하나하나의 보컬 멜로디나 특유의 '작곡가적 감성'으로 치는 피아노 한결한결이 주는 그 멜로디는 nin의 음악이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인데, 이 앨범에서만 해도 the great destroyer의 보컬 멜로디, another version of the truth나 zero-sum에 나오는 그 특유의 드라마틱하고 애잔한, 그러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미니멀한 피아노 멜로디는 이 앨범이 가지는 또 다른 장점이다. 


뭐 누가 읽든말든 존나 길게 썼다. 그 만큼 난 이 앨범을 사랑한다. 그 만큼 난 이 앨범을 뼈에 사무치도록 칭찬하고 싶다. 혹자는 말할 거다. 초창기 리즈시절 넘사벽 명반들 (pretty hate machine, the downward spiral, the fragile) 이후의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나도 동의하지만 난 그것보다 조금 더 주고 싶다. 이 앨범에 대한 나의 평은 "the downward spiral과 거의 동급의, 형제격 앨범"이다. 별 평점? the downward spiral이 5개 만점이라면 이건 별 4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