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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ul [Do What Thou Wilt.] (2016, TDE)

tunikut 2017. 1. 31. 13:56


일단 단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작년에 솔직히 tde 앨범 졸라 많이 나왔는데 곡성앨범이나 라샤드나 이거나 러닝타임이 살인적으로 길어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고, 진짜 컨셉 좋게 잘 나가다가 한두곡씩 별 개념 없어보이는 노래들이 끼어 있어서 집중도를 또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러닝타임이 죽을 것같이 긴 것도 그런데 후반부에 포진된 트랙들의 퀄리티가 동철 마지막 오줌 한방울처럼 뚝 떨어진다는 게 문제니 그런 측면에서는 제이락의 최근 앨범이나 오히려 스카이워커 앨범이 좋았다. 자 그건 그렇고..


앱소울의 4집인 이 앨범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내가 항상 주장하는 AA이론이다. AA이론을 여기서 다시 설명하긴 그렇고 궁금한 사람은 http://blog.daum.net/tunikut/267 <- 이 글을 읽도록. 암튼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절대 욕먹을 앨범이 아니고 내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잘 빠진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뭐 컨셉 앨범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겠는데 앱소울은 인터뷰에서 이 앨범이 '러브 스토리'라고 했는데 미친, 까맣고 어두운 배경에 타이틀부터 무슨 사타니즘 느낌 듬뿍 나게 해놓구서 뭐뭐 러브 스토리? 이건 무슨 누구 하나 존나게 패고 나서 이게 다 사랑이야 하는 거랑 뭐가 달라? 하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언급이 잘 안되는 evil genius가 내 생각으로는 이 앨범의 전체 맥락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일단 앱소울의 심리 안으로 깊게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these days... 앨범의 명곡 closure에서 막 마음이 사무치게 알로리 조를 그리워하다가 그게 결국 하늘나라로 간 알로리 조가 혹시 신이 돼서 날 내려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날 지켜주고 있겠지? 사람이 이렇게 되거든. 근데 현재 여자 친구도 너무 좋은 거야. 가뜩이나 마음이 여린 자기한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그리고 또 어머니도 너무 좋은 거지. 그러다보니 '여성'이라는 존재를 너무도 고결하게 보게 된 거다. 근데 또 앱소울이 한참 빠져서 읽은 게 알레이스터 크로울리의 the book of law 거든. 그걸 읽으면 기독교적인 개념과는 반대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 자유의지에 따라 행하라. 그리고 모든 법의 기본은 사랑이다. 이러니 앱소울이 완전히 꽃혀버려서 [알로리 조에 대한 그리움] + [여성에 대한 사랑] + [사랑의 법칙 do what thou wilt.]가 만나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거라는 거다.


암튼 그런 의미에서 evil genius의 끝에서 울려나오는 알로리 조의 목소리는 내 생각에 이 앨범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신비롭지만 영롱한 느낌의 신디사이저음도 좋다. 암튼 그렇고 이 앨범에서 난 wifey vs. wifi /// pms, god's a girl?, 그리고 now you know 딱 이 세곡만 뺐어도 상당히 걸작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저 세 곡들이 뭐 후졌다기 보다는 전체 흐름을 방해하거나 곡들이 너무 어수선하다는 게 문제. 암튼 그것만 빼놓고 보면 앨범 전체 구성이 꽤 멋들어진다. 완전 암흑에 정말 악마의 노래같은 분위기로 초반을 몰아가다가 전혀 테마의 변화 없이 똑같은 테마 그대로 끝에는 소울풀한 느낌에 따뜻하게 결말을 맺는다는 점에선 앨범이 상당히 문학적이다.


전반부에 포진된 곡들은 tde의 앨범들이 그렇듯이 꽤들 타이트한데 특히나 이 앨범에서 (가사부터 해서) 가장 사타닉한 동시에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가장 대표하는 곡인 threatening nature의 그 사악한 악마의 합창단같은 배경에 띵! 울려퍼지는 교회 종소리인지 복싱 라운드 시작할 때 나는 소린지 뭔지 그거에 어두운 비트는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으며 (참고로 난 크리스찬임. 예술은 예술일 뿐) history what about herstory나 american flags가 fags에 의해 만들어졌다느니 암튼 별 괴상발랄한 가사들도 잼있다. 이어지는 womanogamy도 제목부터 해괴망측한 여성 사랑을 나타내지만 앞곡 threatening nature에서 엄마 무서워 귀신 나올 것 같애 분위기가 이 곡에서 약간 차분하게 전환되는 부분도 괜찮다. (참고로 threatening nature 뮤직비디오를 존나 무섭게 만들어도 잼있을 듯. 존나 악마적으로 말이지. 다시한번. 예술은 예술일 뿐).


그리고 연타석으로 터지는 invocation도 죽이는데 재즈라고 하기도 뭐하고 완전 처량한 사이키델릭-재즈 뭐 그 중간쯤 되는 느낌에 앱-소울이 맨날 longterm, longterm 그러면서 예전에 항상 외치던 '직업관'을 앨범 특유의 퇴폐적인 느낌으로 노래하는데 특히나 3절에서 갑자기 자메이칸 느낌의 보컬로 바뀌는 부분이 압권이다. 그리고 wifey vs wifi에서 신나게 분위기 한번 말아먹어주고, 다시 나오는 beat the case는 여기에 실릴 게 아니고 blank face lp에 실렸여야 되는 게 아마도 기술 에러로 여기 실린 것 같은데 암튼 groovy tony에 이어 다시 한번 tae beast의 살짝 90년대 느낌의 어두운 그루브가 역시나 스쿨보이큐의 휘쳐링과 만나 근사한 또 하나의 명곡을 만들었다. 이어지는 portishead in the morning 역시 연타석 안타 (홈런은 아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목같이 느릿느릿한 트립합 느낌을 잘 살렸다.


후반부에는 d.r.u.g.s.가 마치 these days..,의 closure 같이 후반부의 약간 서글픈 느낌을 잘 보여주고 있고, 졸라 재미있었던 건 sounwave가 lonely soul에서 매들립(!) 스타일의 비트를 선보였다는 것. 키키 귀엽게 말이지. 암튼 앨범의 엔딩도 괜찮았다. 살짝 살짝 참여해 살짝 살짝 보컬을 가미해준 맥 밀러의 역할도 출중했고, the law에서 랩소디의 후반부 나레이션인지 랩인지 헷갈리는 목소리도 앨범의 컨셉을 잘 잡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꽤 깊은 생각을 해서 컨셉을 잘고 열심히 만든 앨범임에는 분명하며, 살짝 대중과의 만남을 시도했던 these days...에서와 달리 여지껏 그가 만들었던 앨범들 중 가장 비대중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약간의 군더더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tde나 ab-soul의 팬인 내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앨범은 아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 앨범보단 control system이나 these days...를 더 꺼내 들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마음은 속일 수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좋다고 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