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로밍 플레이 리스트는 없음)
아직도 우탱 클랜의 르자가 가진 파워가 어느 정도냐를 가지고 논한다면 솔직히 우탱 클랜의 지난 어 베러 투마로우 앨범에서 아주 아주 마지막 남은 팬의 입장에서 그래도 르자는 건재하지는 않을까라고 했던 희망을 진짜 처절하게 유지하고 있었었는데 이후 그 무슨 록가수하고 프로젝트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최근에 한 무슨 하나도 안멋진 듀엣 프로젝트에서 좆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르자의 단물이 다 빠져버린 것이 컨펌돼버린 상황에서 결국에는 (마지막 앨범이라는 것을 번복하고 나온다는) 우탱 클랜의 새 앨범은 고페킬을 총괄 프로듀서로 해서 응급 수혈 하다시피 했다는 것을 보고 (아직 앨범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탱의 새 앨범에 희망을 여전히 가져보기로 하는데 암튼 요지는 르자도 결국엔 고페킬이라는 '조력자'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왜 그런 얘길 하냐면 사실 이게 아주 애매한 문젠데 트렌트 레즈너가 아티커스 로스를 만나면서 음악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아티커스 로스를 만났기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아직 그가 건재할 수 있었던 건지가 애매하다는 거다. 이번에 새로 나온 나인인치네일스의 깜짝 ep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난 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슨 영화의 마지막 반전처럼 이번 ep를 듣고 난 뒤에는 혹시 어쩌면 후자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 이걸 알아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여러 정황과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분석'에 들어가야 되는데 트렌트 레즈너가 fragile이라는 걸작을 다 죽어가는 상태에서 만들고 장렬히 전사해버린 상태에서, 그걸 끄집어 올려 with teeth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레즈너의 음악에 아티커스 로스가 조력자의 역할을 해왔는데, 혹자는 이런 씨발 아티커스 로스 좀 레즈너 옆에서 떨어져 씨발 그 전처럼 존나 과격하게 찔러주는 레즈너가 그립단 말이야 니때문에 무슨 영화음악이나 하고 자빠졌고, i miss old trent! 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건데, 그게 아니라 이미 레즈너의 능력이나 단물은 상당부분 예전만 못한데 겨우겨우 그 능력을 되살려주고 옆에서 인커리지해주고 하는 사람이 아티커스 로스라면?
근데 그런 것 같은 게, 나인인치네일스의 최근 정규앨범인 hesitation marks만 보더라도 앨범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아티커스 로스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프로덕션만을 담당했고 결국에는 레즈너 스스로의 힘으로 작곡작사연주를 한 앨범인데 그 결과가 어땠나? I mean.. 그 앨범이 솔직히 내 생각에 접근 자체는 나인인치네일스의 1집으로의 회귀를 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줄 수 있지만 문제는 초창기 나인인치네일스 특유의 '멜로디감'과 '드라마틱함'이 너무 거세돼버렸기 때문에 평작이 돼버렸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국 그런 행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티커스 로스가 안되겠다. 레즈너형. 나 나인인치네일스 정식 멤버 시켜줘. 우리 바꿔야 돼. 팬들은 초창기의 거친 걸 원한단 말이야. 그리고 내 생각도, 또 나인인치네일스 '골수'팬들도 다 똑같히 생각하는 게 뭔질 알아? 레즈너형의 가장 뿌리, 그리고 그 근본, 그리고 형이 가장 처절했던 그 원초적인 나인인치네일스의 드라마는 the fragile이라는 거야. 거기로 돌아가야 돼.
마치 추측이지만 뭐 이런 식의 접근이 이 새롭게 발표된 ep에 있었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일반 음악팬들에겐 나인인치네일스의 최고 걸작은 the downward spiral로 알려져있지만 나같은 골수팬들에겐 the fragile이 더 좋고 더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이번에 새 ep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the fragile deviations 1이라는 번외 앨범도 나오게 된 것 아니냔 말이지. 오케?
이 ep는 상당 부분 나인인치네일스의 골수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건데 해외 여러 댓글들이나 기사에도 볼 수 있듯이 'angry reznor'의 귀환이라는 말과 함께 음악이나 그의 보컬이나 상당히 어둡고 거칠고 왜곡됐고 노이지하다는 거다. the idea of you의 전형적인 인더스트리얼식 전자기타 그루브와 chaotic한 후렴은 곧바로 broken 시기의 사운드를 연상시키고, burning bright의 중후반부에 갑자기 음악이 멈추면서 바닷가 갈매기 소리와 함께 멀찍이 살짝 들리는 스트링음은 the fragile 앨범에 대한 오마쥬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앨범 내 최고의 트랙인 she's gone away의 마치 지옥에 있는 듯한 그 묵직하고 탁한 황소 울음소리같은 노이즈는 마치 quake 사운드트랙을 연상시킨다. 트렌트의 보컬은 어떤가? hesitation marks에서의 '하나도 안화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보컬에 실망을 느꼈다면, 이 앨범의 변화가 반갑다. 물론 트렌트형도 이제 나이가 먹었기 때문에 broken 앨범에서와 같이 개지랄 보컬은 할 수가 없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초저음으로 쭉 깔고 읇조리거나 어떨 때는 아예 다급하게 소근거리는 식으로 바꾸면서 age-adjusted angry vocal로 선회했다는 건데 암튼 현명했다고 본다.
이 ep가 또 반가운 이유는 그 동안 나인인치네일스의 음악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도 느껴진다는 거다. 언급한 바처럼 예전 골수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angry reznor'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한번에 휘몰아치는 그 multi-layered된 육중한 사운드는 분명 그 동안 nin의 음악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고 특히 burning bright 같은 경우는 마치 my bloody valentine 같은 노이지한 슈게이징마저 연상시키는데, 이렇게 한번에 귀를 압도해버리는 다층적인, 헤비하고, 느리고, 묵직한 사운드는 'age-adjusted angry reznor'가 계속해서 nin을 이끌거가게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으로의 선회라는 점에서 앞으로 '또 다른 측면에서의 헤비한 nin'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더더 반가운 건 레즈너는 올해 두 개의 '메이져' nin 프로젝트를 발표한다고 했는데 (아마도 하나는 또 다른 ep, 다른 하나는 정규?) 이번 ep는 그 새롭게 전개될 nin의 '맛배기, 애피타이저, 예고편'으로 의도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타이틀처럼 '아직 진짜는 일어나지도 않은' 것 아닐까? 라는 건데.. 아 진짜
'tunikut's prejud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Run The Jewels [Run The Jewels 3] (2016, Run The Jewels, Inc.) (0) | 2017.02.11 |
---|---|
Ab-Soul [Do What Thou Wilt.] (2016, TDE) (0) | 2017.01.31 |
Alec Empire vs. Merzbow [Live At CBGB's NYC 1998] (2003, DHR) (0) | 2016.11.27 |
Sonic Youth [EVOL] (1986, SST) (0) | 2016.11.22 |
Atari Teenage Riot [1995] (1995, DHR) (0) | 2016.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