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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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 Youth [EVOL] (1986, SST)

tunikut 2016. 11. 22. 14:16


한국도 좆같고 여기 미국도 좆같고 아주 막 그냥 짜증이 있는대로 나서 원래 쓰고 있던 마일드한 테두리의 안경테를 벗어버리고 완전 굵직한 네이비색 뿔테 안경으로 갈아쓰고 존나 진지한 표정 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있는 대로 만들어도 짜증이 풀리지 않던 차에 이 기분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EVOL을 소환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 저 자켓의 미스 렁 렉양의 저저저저 저 표정과 행동이야 말로 내가 지금 표출하고픈 심리상태이자 지금 한국 국민들의 마음상태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저 표지의 저 영상이 나오는 richard kern 선생의 독립영화 submit to me는 유투브에 있으니 반드시 꼭 밤에 혼자 보기 바란다. 


소닉 유스의 음악을 미친척하고 그냥 떵그러니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아방가르드존나이상락'과 '오꽤정상같은데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뭐 나도 아직 소닉 유스의 전 디스코그래피를 다 섭렵한 건 아니고 같이 배워나가는 입장이라 뭐라 할 말은 없다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소닉 유스의 '정규' 디스코그래피에서 저 두 부분이 유일하게 공존하고 있는 음반이 이거라고 하면 내가 미친 건 아니겠지? 솔직히 아닌 말로 누가 나한테 제일 좋아하는 소닉 유스 앨범이 뭐냐고 묻는다면 (속으로는 데이드림이나 시스터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있으면서도 억누르고) 존나 쿨하게 "에볼이요."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 뭐 꼭 쿨해보이고 싶어서 그런다기 보다는, 사실 이 앨범을 안좋아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앨범에 담긴 사운드부터 자켓 이미지까지 '가장 소닉 유스다운 앨범'이라고 난 솔직히 아주 당당히 선언하고 싶을 정도다. 


컨퓨젼 이즈 섹스나 배드 문 라이징에서 진짜 무슨 어두컴컴한데서 염불 외우고 목탁 두드리는 게 좀 취향에 맞지 않는 다고 생각하고, 그치만 또 시스터 이후부터 좀 제대로 락앤롤하는 게 너무 소닉 유스 특유의 기괴한 매력을 살짝 반감시키는 건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런 상황에 모범답안이 되어줄 수 있는 정답앨범이 바로 이 에볼이다. 


이 앨범은 시스터 이후부터 나타나는 달리는 분위기쪽 보다는 대체로 한 여름의 음낭처럼 축 늘어지는 느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축 늘어지는 분위기를 채우고 있는 가사는 대체로 폭력과 살인을 다루고 있어서 존나 을씨년스럽다 (그럼에도 배드 문 라이징처럼 사타니스틱하지는 않다). 첫 세 곡은 그 어떤 소닉 유스의 여타 히트곡들에도 절대 꿀리지 않는 매력을 듬뿍 선사하는데 싸이키델릭하게 축축 늘어지는 기타에 하이톤의 살짝 어벙벙한 느낌의 떨스턴의 폭력에 대한 찬가가 등장하는 tom's violence부터 뭔가 심상치 않으면서 이어지는 미친개작살존나인생곡 shadow of a doubt는 완전 꿈꾸는 것 같이 몽롱하게 뚱땅띵땅거리는 기타에다가 완전 속삭이는 킴 고든의 보컬에 묘하게 기차 안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가지고 자기 남편을 같이 죽이고 그런 다음에 키스하고 아주 난리인 가사에다가 이걸 완전 지옥같은 몽환의 극치인 뮤직비디오랑 같이 곁들여서 감상하면 진짜 평생에 잊혀지지 않을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임을 내 보장한다 (뮤직비디오는 조만간 지구촌영상음악 코너에서 다룰 예정). 그렇게 첫 두 곡에서 청자를 완전 시무룩하고 축 늘어지게 만든 다음, 이어지는 starpower는 나름 스트레이트한 모던록에 아주 정상적인 킴 고든의 멜로디컬한 보컬이 완전 청량과자 시원이 역할을 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어지는 곡들도 계속해서 재미있는데 in the kingdom #19에서 안그래도 아방가르드하게 리 레이날도가 혼자 독백을 주절주절거리는데 거기에 실제로 녹음 스튜디오 안에 떨스턴이 폭죽을 넣어서 레이날도가 리얼하게 놀라면서 우에에에엑 거리면서 파방파바방 폭족 터지는 거 완전 깨알 재밌고 가장 이 시절 소닉 유스 사운드의 전형이라 할 만한 불협화음으로 미니멀하게 짤랑짤랑거리는 기타와 그걸 받쳐주는 스티브 셸리 (이 앨범부터 참여)의 무슨 민속음악같이 빠르게 전개되는 드럼이 등장하는 green light이나 연주곡 death to our friends도 놓칠 수 없는 훼이버릿 트랙들이다. 


앞서 shadow of a doubt이나 starpower에서처럼 이 앨범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에서 극적인 보컬을 들려주는 이는 역시 떨스턴 보다는 킴 고든인데 secret girl도 초반부에는 무슨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는 끼익끽거리는 대문 소리와 음산한 귀신나올 것 같은 느낌의 기타 효과음이 마치 70년대 재즈씬의 airto moreira가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다가 난데없이 몽환적이고 애잔한 느낌으로 급전환되며 고든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부분은 상당히 극적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끝곡 expressway to yr. skull이 나오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앨범 전체가 폭력을 찬양하는 느낌인게 제목에서도 death to our friends에서도 그랬지만 이 곡도 '니 대갈빡으로 질주중'이라니 그러면서 가사도 시작부터 "우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여자들을 죽일거야"라니 이런.. 그런데 또 이런 곡 제목과 가사인데도 또 웃긴게 곡 자체는 되게 멜로딕하고 서정적인 게 진짜 무슨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면서 무슨 낭만적인 로드무비 느낌을 낸다는 게 히트다. 근데 여기에 더 히트는 이 앨범은 바이닐로 사면 이 끝곡은 locked groove가 되어서 곡 자체가 절대 끝나는 법이 있고 무한 루프의 드론으로 계속 간다는 건데 완전 이 부분에서 이 앨범에 존나 반해버렸다. 


혹시나 소닉 유스의 팬이지만 아직도 이 앨범을 안들어봤거나 사지 않은 분이 있다면 기억하기 바란다. 자신 있게 얘기하건대 이 앨범은 '가장 소닉 유스다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