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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ce Skiiiwalker [Introverted Intuition] (2016, TDE)

tunikut 2016. 10. 30. 15:43


앨범 자체가 tde나 그냥 소위 말하는 '미국 흑인 음악' 씬에서 나온 앨범 치고는 되게 신선한데 이 사람 취향 자체가 나처럼 기형적이고 존나 기괴한 걸 좋아하는 타입이란 건 앨범 발매 직전 티저 영상에서 확인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앨범 여기저기에 자기가 그냥 막 하고싶은 대로 스핏 아웃해버렸는데 그걸 그대로 걍 발매하게 만들어준 tde에게 다시 한번 존경을 표하게 되면서, 역시 '요새 힙합' 거의 절대 안듣는 걸로 나한테 유명한 내가 tde '만큼'은 꼬박꼬박 챙겨듣는 이유가 다시금 이해가 된다. 


이번 라샤드 앨범 만큼이나 앨범 전체를 랜스 스카이워커 스스로가 창조한 감성과 세계관으로 밀어붙였는데 그 정도가 라샤드 앨범보다 더 심해서 앨범을 듣고 있으면서 이게 무슨 음악이지? 라고 청중들로 하여금 반응하게 할만한 요소들이 매우 많으며 그냥 쉽게 말해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하다고 결론지어 말해버리면 편할 것도 같다. 이 음악 저 음악 두루두루 듣는 사람들한테는 오호라 귀엽네 정도의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위에서 귀엽다라고 한 게 실언은 아닌게 곡들이 짤막짤막하게 무슨 소품들 같이 돼있는데 나 이런 것도 하고 싶고, 나 막 재즈적인 것도 좀 하고 싶고, 모던락같이도 좀 가보고 싶고, 노이즈도 하고 싶고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요소들들 짤막짤막하게 무슨 초등학교 2학년 애가 스케치북에 갈긴 것 처럼 앨범 자체를 아기자기하게 실험적으로 꾸며놨다. 그렇다보니 뭐 한 아티스트의 '대망의 정규 데뷔 앨범'이라는 카피를 같다붙이기에는 앨범 자체가 주는 아우라가 좀 다른 감이 있으며, 중요한 건 랜스 스카이워커 본인이 그런 것에 별로 연연해하지 않고 진짜 똥싸지르듯이 만들어버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도 좀 찔렸는지 라디오 쇼 같은 스킷을 넣어서 '근데 대체 이게 무슨 음악이예요?'라고 누가 물어보게 하고 '그래서 계속 듣고 싶니?'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랬다 저랬다 접붙이기식으로 실험을 해논 이 앨범에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 자체는 꽤 일관성을 보이는데 weird한 사운드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랜스 스카이워커는 어떤 여성에 대한 집착같은 걸 보여주는데 그게 절대로 정상적인 형태가 아닌, 존나 찌질하면서 속으로 수동공격형 태도를 가진 남성이 이 여자 저 여자 그냥 치마만 둘렀다하면 사족을 못써서 어떻게 한번 말이라도 건네볼까 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때로는 그게 졸라 폭력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애잔하게 나오기도 한다는 거다. 특히 skit / her song의 전반부에 "아 근데.. 저 근데 전화 그래서 해도 돼요?" 라고 내가 살아오면서 들어본 가장 찌질한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은 압권이다. 


앨범 자체가 숲속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덩치 좋은 남자가 갑자기 날 보더니 양 손을 귀에 얹고 입술을 오므리고 나를 향해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어오는 것만큼이나 공포스러우면서 병신같기도 한데, 존나 찌질한 새끼가 여자 존나 밝히면서 논두렁이 비닐 하우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그 주변으로 괴상한 보호막 같은 게 빙 둘러서 가까이 가봤더니 아름다운 천사의 날개였다는 일화처럼 이 앨범에 담긴 사운드와 그가 추구하는 수동공격적 감수성의 기묘한 조합은 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면서도 그 속에 담긴 묘한 아름다움에 빨려들게 된다. 


첫곡부터 아름다운 새소리로 차분하게 가는 듯하더니 급작스럽게 노이지한 무슨 인더스트리얼식의 비트가 튀어나오질 않나, advantage에서는 전반부에서 향수를 자아내는 나른한 조용한 나일론 기타 소리가 나오는 듯 하더니, 갑자기 연속적인 업템포 나일론 기타가 이어지며, 결국에는 살사 드럼으로 끝내버리는 등 아주 지랄가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speed 같은 곡도 노이즈에다가 파티를 노래하고 앉아 있으니 말 다했다. 이번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자 아주 아주 훌륭한 곡이라고 생각하는 lover's lane은 내가 언제나 듣고 지려버리는 '불길한 현악음'이 또 등장하는 데 이게 나오면 내가 맨날 말하는 닥터 옥타곤의 blue flowers하고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다. (물론 후자는 만든 사람이 rotoRl이긴 하지만.) 이 곡에서는 랜스 스카이워커의 보컬도 앨범 내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아주 암튼 굉장히 세련되고 품위있는 곡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앨범의 끝곡 reality 역시 개인적으로 아주 아주 훌륭한 엔딩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설명하기 귀찮지만 뭐 굳이 밝히자면 우주적인 느낌의 건반음과 스타일리쉬한 비트, 그리고 적절하게 페이드아웃되는 느낌을 주는 현악음까지, 역시 거기에 스카이워커의 안정적인 보컬까지 더해져서 아주 완벽한 곡이다. 마치 존나 찌질한 이 새끼가 존나 기괴한 짓 다 저지르고 우주로 날아가버리는 느낌? 어 그러고보니 닥터 옥타곤 테마하고 비슷하군. 


관심 있으면 듣고 관심 없으면 기지개 한번 켜고 뉴스나 보자. 그분 입국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