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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boy Q [Blank Face LP] (2016, TDE/Interscope)

tunikut 2016. 7. 19. 11:28


스쿨보이큐가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보고 너무나도 깊은 감명을 받아 막 미친듯이 악상이 떠올라 앨범 표지도 영화 곡성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센트랄엘에이를 둘러싼 악의 존재를 영화 곡성의 악마와 대비시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신보 블랭크 페이스 엘피가 드디어 발매됐(다는 개드립으로 문을 열어본)다.


우리모두는 이 앨범을 통해 사실 삶의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죽을 힘을 다해 끝까지 추구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받을 수 있는데 이유인 즉슨 스쿨보이큐가 드디어 그토록 수년간 추구해오던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자했던 그 무언가'를 마침내 이뤘기 때문이다. 존나게 진짜 다른 선수들보다도 유난히 너무너무 홈런이 치고 싶었던 (또 홈런을 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한 타자가 좌전안타를 친 게 Hnc이고 중전안타를 친게 oxymoron이었다면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홈런을 친 게 이 앨범이랄까?


스쿨보이큐식의 gkmc다라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백번 동의하며,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끝나는 순간 gkmc를 들었을 때의 그 전율이랄까, 그 짜릿함을 느끼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몰라보게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스쿨보이큐는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진지한 무게의 끈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놓지 않고 흔들림 없이 중심을 딱 잡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앨범 전체를 통해 그가 보여주는 태도가 워낙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확고하다보니, 다소 주제를 벗어난 듯한 wHateva u want나 big body, 그리고 overtime 등과 같은 곡들도 앨범의 흐름을 깬다는 느낌보다는 강약조절 정도로 가볍게 합리화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Hnc에서 뭔가 자신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선과 악의 대결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무언가에 탐닉하는 모습에만 그쳤고, oxymoron에서 역시나 또 한번 자기 내부에 존재했던 이율배반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자기의 어두운 과거를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걸 방해하는 요소들 때문에 주의가 분산된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지독할 정도로 하나의 주제에 완전히 집중해버리는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켄드릭이 안타까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청자를 계몽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큐는 안타까운 현실에 완전히 삐져가지고 굉장히 회의적인 시선으로 본다는 거다. 켄드릭이 어떻게든 바꾸고자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스타일이라면, 큐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에 좌절하는 모습이랄까.


초장부터 일그러지고 왜곡되고 어두운 분위기로 문을 여는데 Hnc의 tookie knows interlude나 oxymoron의 gangsta 등에서 보여줬던 뒤틀린 비트들로 앨범이 진행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들으면 들을 수록 아링낑낑 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 대팔대팔대팔대팔이나 (칸예의 오케오케오케오케오케오케도 졸라 웃김.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 이어지는 그루비 토니/에디 케인은 'dope'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90년대에도 못들어봤을 명곡이며, 이 비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이다의 기용은 진정한 신의한수라고 할 수 있으며 이 곡의 진짜 압권은 후반부 에디케인 파트 말미에 등장하는 큐의 빡쎈 랩에 대조되는 뭔가 기묘하게 아름다운 느낌의 여성 코러스라고 할 수 있겠다. 


빈스 스테플스랑 태그팀을 이뤄가지고 ride out의 느릿느릿하면서 뭔가 불길한 갱스터랩이 지나가면, 살짝 등장하는 켄드릭의 목소리가 반가운 by any means에서 i make a scene around me.. 로 이어지는 브릿지에 이어서 전 앨범의 fuck LA에서 들려준 50 crip contraband for cHips 플로우로 이어지는 부분은 제아무리 앉아서 이 앨범을 청취하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며, 이 앨범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두 곡 dope dealer와 joHn muir는 앨범의 가장 짜릿한 순간 중의 하나로, 90년대 웨스트코스트의 정수 (붐뱁 아님)를 약간은 어리석을 정도로 그대로 가져와 어떻게 보면 촌스럽게 들릴 수 있는 당시의 아이스 큐브 스타일의 플로우 그대로 랩을 뱉는데, 이 쯤 되면 90년대부터 힙합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거의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개지랄을 하기에 충분하며, 심지어 존 뮈르의 비트에 맞춰서는 당신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부르거나 그 안무를 그대로 재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지를 지나고 나면 big body에서 손가락으로 천장 찌르면서 디스코 한번 춰주고 이제 장엄한 앨범의 결론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암울한 현실에 제대로 삐진 큐의 모습을 보여주는 네바 체인지는 SZA만이 가지고 있는 보컬의 매력을 100% 끌어올린 곡이라고 생각하며 이어지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 느낌의 비트에 맞추어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스트레잇 볼링 락커 비이이이이ㅊ!"를 내지르는 느낌이 마치 포장마차에서 현실에 지친 아저씨가 소주 한잔 마시고 "크아아아아악 퉤! 씨발!"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개인적으로 음악 앨범에 걸걸한 남자 전화 목소리 나오는 거 사랑하는데 그걸로 시작하는 블랙 똗츠에서는 세상에 켄드릭이 무려 변조된 저음으로 the joke's on you mutHafucka 하는 부분이 딱 켄드릭의 m.a.a.d city에서 저음으로 man down wHere u from n***a? 하는 부분하고 겹치면서 "그래 이 새끼야, 내가 경고했지?"라고 하면서 묘하게 gkmc와의 접점을 떠올리게 해서 존나 통렬하게 멋지다. 그리고 나면 제일 끝에 투키 노우즈 투가 나오는데 이 곡이 정말 앨범의 엔딩으로 끝내준다는 게 세상에 삐진 큐가 결국 맨 끝에 가서 "그래 이걸로 우리 죽을 수도 있어" 이렇게 소극적으로 자꾸 세뇌시키면서 그것도 큐의 어릴 적 동네 친구라고 하는 tf와 traffic이라는 사람들을 불러서 랩을 시킨 것도 존나 값진 일이고, 결국 막 총질하는 사운드 효과를 집어 넣은 다음에 다시금 "우리 이걸로 죽을 수도 있어" 이러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을 내는데, 스쿨보이큐. 자네 이번에 성공했네. 


결론? 음.. 글쎄. 뭐 (일매릭보다 잇워즈리튼을 더 좋아한다는) 스쿨보이큐가 자기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살림과 동시에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걸최고로 끌어올려서 보여줬다고나 할까? u did a great job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