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unikut's prejudice

Trent Reznor And Atticus Ross [The Social Network] (2010, Columbia/Null)

tunikut 2016. 7. 11. 11:36


참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앨범이다. 고3때 야자 시간에 실력정석 단원 마지막 종합문제를 풀 때 정말 한문제를 풀면서 3시간이 걸리면서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되지 막 이러면서 연습장을 한장한장 넘기던 때보다 더 어렵다 이 앨범에 대해서 얘기하기는. 


먼저 가장 중요한 건 음악도 좋아하지만 영화도 좋아하는 내가 데이빗 핀쳐의 영화들을 참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패닉룸부터 그의 영화들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데이빗 핀쳐의 필모그래피상 내가 '가장 재미없게 본 영화'가 바로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이고 그렇게 평도 좋고 웰메이드 영화다 뭐다 난리를 치지만 도저히 난 sns도 잘 안하고, 기본적으로 컴퓨터 스크린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를 20대 초반 하이텔 채팅방을 제외하곤 전혀 흥미가 없을 뿐더러 페이스북 자체는 (계정은 있지만) 단 한번도 그걸 통해서 뭘 해본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를 뿐더러 미국 백인 선남선녀들이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가지고 악수하고 뭐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기 때문에 마치 이 영화는 tunikut이 가장 관심 없어하는 분야만 일부러 모아가지고 아주 나를 거의 시험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나한테는 뭐랄까. 그냥 수돗을을 한 사발 들이마신 후에 맛이 어때?하고 물어보는 것처럼 나에겐 무미의 극치이며,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뮤지션 중 한명인 트렌트 레즈너가 아무리 천재적인 악상으로 심혈을 기울여 음악을 만들었어도 그 음악 자체도 그닥 나에게 신통하게 다가오질 않는 걸 보면 이 영화가 나에게 준 무미의 수준은 거의 트라우마에 가깝다 할 수 있겠다. 왠만하면 아무리 별로 인상깊지 않았던 영화라도 사운트트랙을 틀어놓고 영화의 장면장면들을 보면 괜시리 영화 생각도 좀 나고 이러면서 좀 마음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일부러 이 영화와 이 사운드트랙과 친해지려고 유투브에서 영화의 장면장면들을 틀어놓고 이 앨범을 감상했지만, 역시나 그 결과는 맨밥을 반찬 없이 먹는 기분에 가까웠다 할 수 있겠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쳐도, 또 하나는 이 앨범에 담긴 음악 자체와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그닥 매치가 잘 안된다는 생각인데 기본적으로 트렌트 레즈너라는 뮤지션이 추구하는 음악이 그닥 지적인 것과는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이 gone girl 같은 뒤틀린 영화에는 잘 어울릴지 몰라도 이 영화와는 그닥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며 (아직까지도 그의 최고의 스코어는 역시 퀘이크 사운드트랙이라는 생각), 이걸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아니 형 왜 저렇게 정상적이고 지적인 애들하고 놀아, 그냥 형답게 우리 괴상하고 이상한 거 하면서 놀자 일루와 뭐 이런 기분이랄까? 


자, 그럼 영화를 완벽하게 잊어버리고 그냥 음악 자체만 생각하고 들으면 어떨까. 슬프지만 역시 그다지 막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nin이 한참 개지랄하던 시기에 트렌트 레즈너가 마음 먹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담은 앨범을 내면 얼마나 멋질까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앨범을 들어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영화음악가로서 발돋움을 막 시작하는, 아직 정립이 완전히 안된 과도기적 느낌이 더욱 강하며 이는 곧 nin의 색채와 영화 스코어로서의 색채 양쪽 모두가 애매하게 혼합된 이도저도 아닌 게 돼버렸다는 생각이다. 물론 앨범의 주제곡에 가까운 hand covers bruise 자체는 애잔한 피아노음과 레즈너 특유의 벌떼가 앵앵거리는 듯한 멀리서 울리는 얇은 노이즈가 혼합된 멋진 트랙으로 주인공 주커버그의 끝장면을 떠올리면서 그의 왠지 모를 외로운 심리 상태를 쫓아 들어가면서 들으면 좀 약간은 와닿을 수 있지만 그냥 거기까지이며, 중간중간 nin 스타일의 살짝 오컬트적인 연주와 특유의 드라마틱한 사운드들이 가미된 괜찮은 트랙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이리갔다 저리갔다 어수선한 느낌이 더욱 강하다. 이 앨범이 온갖 영화음악 관련 시상식에서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수상했지만, 그걸 심사한 사람들이 '영화음악'의 기준으로 심사를 한 거지, '대중음악 전반'의 관점으로 심사를 한건 분명히 아닐 거라는 생각이며, 진심으로 아쉽지만 이 앨범은 레즈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how to destroy angels의 데뷔 ep와 더불어 나의 사랑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다. (how to destroy angels의 정규 앨범은 얘기가 달라진다. 나중에 얘기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