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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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c Empire vs. Merzbow [Live At CBGB's NYC 1998] (2003, DHR)

tunikut 2016. 11. 27. 16:29


글쎄 뭐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노이즈 음악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뭐 90년대 때 이런 저런 음악 들을 때 국내에도 나우누리를 중심으로 아스트로노이즈나 퓨어 디지탈 사일런스 등등의 음악을 접하면서 관심을 가진 적은 있지만 뭐 제대로 '좋아'하게 된 건 아니고 아마도 한 2년전 쯤 부터 유난히 el-p 음악에 빠지면서 갑자기 다시금 잊고 있었던 90년대 떨스턴 무어, 알렉 엠파이어 등등의 음악에 빠지게 되면서 노이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고 결정적으로 떨스턴 무어 내한 공연에서 너무나도 깊은 감동을 받았기에 그 무렵부터 노이즈에도 빠지게 된 것 같다. 암튼 난 요새 노이즈를 들으면 마치 내 몸의 자양강장제같은 기분이 돼서 그 정신없는 노이즈의 한결한결이 내 귀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온 몸의 에네르기를 끌어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좋다. 


사실 이 앨범은 그 존재 자체 만으로도 사실 말도 안되는 레전더리한 앨범인데 각각의 다른 장르 속에서 노이즈의 한 축들을 담당하는 두 거장이만나 단 하루 뉴욕의 역시나 레전더리한 하드코어 클럽 cbgb에서 공연을 했고, 그걸 레코딩으로 이렇게 소중한 마치 역사적 기록물처럼 남겨놨다는 게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 앨범이 여러 팬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나에게 주는 감흥은 어떻게 지면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벅차고 그냥 앨범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막 그냥 아무나 붙잡고 막 미친놈같이 웃으면서 뭘 막 말하고 싶은데 말보다 기쁜 감정이 앞서서 막 그냥 딸꾹질하는 것 같은 소리만 내고 싶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이 앨범은 여러 측면에서 정말 정말 잘 빠진 앨범인데 놀라운 건 이 두 거장이 만나서 무슨 컨셉을 구체적으로 짰다기 보다는 임프로비제이션으로 그냥 간 건데 각각의 곡 제목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그 구성미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뭐 '완급조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서로의 각각의 음악적 특징과 매력을 너무나 서로 잘 안다는 듯이 그걸 서로 맞춰주면서 적절할 때 달려주고 적절할 때 쉬어준다는 점이 그렇다. 기본적으로 '노이즈' 앨범이고 '라이브' 앨범이라면 언뜻 정신없이 막 그냥 첨부터 끝까지 대 혼돈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돼지만 의외로 앨범 자체가 깔쌈한 구성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또 가장 이 앨범을 높이 사고 싶은 점이다. 


이 앨범에 내가 확 반해버린 또다른 이유는 보통 우리가 무슨 vs. 달고 나온 앨범, 아니면 무슨 '콜라보 앨범'이라고 해도 정작 두 아티스트의 음악적 결합이 '화학적'이라기 보다는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즉 1과 1이 만나 2가 되는 게 아니고 그냥 1+1로 존재하는 형태), 이 앨범이 놀라운 건, 서로의 음악적 개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서 그 둘이 대단할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서 완벽한 하나의 화학적 결합 형태의 '단일 음악'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특히나 초반부의 the destroyer and merzbow나 the full destroyer/merzbow meltdown 같은 트랙들에서 이미 merzbow의 음악이 주는 '정적'인 씨끄러움과 혼돈과 파괴성에 어느 정도 preoccupied돼 있는 상태에서 거기에 'the destroyer' 자아로서의 알렉 엠파이어의 '동적'인 시그너쳐 드럼앤베이스 노이즈가 결합돼 진정으로 둘이 치고 박고 한판 맞붙는 듯한 순간은 이 앨범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 할 만하다. 그 뿐인가, 후반부에는 'the destroyer'로서가 아닌 '전자음악 아티스트'로서의 알렉 엠파이어의 자아와 merzbow의 노이즈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데, 그 왜 잔잔하지만 불길한 앰비언트에다가 불규칙하게 노이즈를 뿜어줌으로써 청자로 하여금 몽환적이면서 세기말적인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이 앨범이 멋진 이유는 또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merzbow를 위시해서 여러 노이즈/아방가르드/즉흥음악 앨범들을 들으면 사실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가 만만치는 않을 정도로 음악으로서의 기본적인 '흥'은 거의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앨범에서는 알렉 엠파이어가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라는 기본틀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트랙들에서 '비트'를 선사해줌으로써 한 트랙 한 트랙이 지루하지 않고 심지어는 몸을 흔들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그렇다. 즉 알렉의 비트와 곁들여지는 멀쯔바우의 노이즈 양념이 결합돼 완벽한 '노이즈 댄스뮤직'이 되었갈까? (90년대 댄스그룹 노이즈 말고.) 아까도 말해지만 몇몇 트랙들에서 알렉 특유의 때려부수는 듯한 드럼앤베이스도 그렇지만 the white man destroys his own race에서의 귀에 짝짝 달라붙는 브레익비트나 brooklyn connection에서의 말그대로 80년대 브룩클린 올드스쿨 힙합을 연상시키는 살짝 업템포의 댄서블한 브레익비트 등이 그런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blow this thing 같은 트랙은 꽤 유니크한데 이 곡은 비트 없이 그야말로 두 선수가 각자의 구질에 맞는 노이즈로 마치 두 개의 방패가 서로 맞붙어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양상인데 재미있는 것은 알렉의 노이즈가 그야말로 '전자적'이고 건조한 느낌이라면 멀쯔바우의 노이즈는 왠지 축축하게 물흐르는 듯한 느낌이라는 점이다. 곡을 들으면서 어떤 게 누구 노이즈인지 구분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할일 없으면 소일꺼리 삼기도 좋다.  


일단은 알렉이든 멀쯔바우든 누구의 팬이든 이 앨범은 당연히 좋아하게 될 앨범이고, 각자의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영역에서 대장격인 두 사람이 만나, 싸우는 듯 하면서도 완벽한 케미와 조합을 이루어 제 3의 음악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 받아야 할 앨범이다. 그냥 까놓고 말해 내가 무슨무슨 vs 어떻고 무슨무슨 콜라보 어쩌고 하는 앨범들 중에서 이 앨범만큼이나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룬 앨범을 여지껏 못봤다 (nas & damian marley가 좀 그랬지만 이 앨범보다는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