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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 Youth [Confusion Is Sex] (1983, Neutral/Universal)

tunikut 2017. 3. 26. 13:47


한국땅을 떠나 미국땅에 처음 정착할 때 너무너무 힘들었을 때 가족 다음으로 지금까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달래준 위안이 된 존재들을 열거해본다면 난 강풀, 원더걸스, 그리고 이재명 성남시장이라 하겠는데 처음에 딱 와서 완전 미치게 적응 안될 때 강풀 작가의 [무빙]을 보면서 하루하루 위안을 얻었고, 이후에도 너무너무 힘들 때 원더걸스의 i feel you를 들으며 으앙~ ㅠㅠ올드스쿨 사운드의 매력에 위안을 얻었고, 또 자신감이 떨어질 때면 요샌 이재명 시장님의 소신있는 발언들을 들으며 힘을 얻는데 진짜 쿨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이것저것 망설이는 게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그대로 자신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재명 시장님은 참 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 못지않게 쿨한 앨범이 있다면 바로 소닉유스의 공식적인 데뷔작인 컨퓨젼이즈섹스다. 


꽤나 그 앨범이 가진 아우라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보통들 소닉유스의 앨범들 순위를 매기면 제일 하위권에 있는 앨범들이 이거하고 셀프타이틀 앨범인데 내 생각에 이 앨범들이 하위권에 있는 이유는 존나 진지하게 진짜 완전 제대로 이 앨범들을 평가하는 게 아니고 그냥 딴 앨범들에 비해 안유명하니까 그냥 그냥 대충 듣고 그냥 그런가부다 하는 심리상태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뭐 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그냥 그런 정치적 잣대로 평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평가하잔 말이다. 


소닉유스의 초기작들이 그랬지만 소세지 같았던 셀프타이틀 앨범에 비해 (소세지의 의미가 뭔지 궁금하다면 본 블로그의 소닉 유스 셀프타이틀 앨범 리뷰 참조) 이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무섭기 시작하는데 다음 앨범인 배드문라이징이 제일 무섭다면 이 앨범은 그 다음으로 무섭다 할만하다. 앨범 자켓 이미지와 제대로 부합하는 사운드라고 할만한데 소닉유스가 후반기로 갈수록 떨턴무어형과 이날(강)도형의 지랄기타를 주무기로 했었다면 초창기 앨범들을 사실 압도하는 사운드는 기타도 기타지만 고든 여사의 베이스라 할 만한테 앨범 전체에 걸쳐 음산하고 진짜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무서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건 시종일관 둥둥둥둥거리는 베이스다. 거기에 드럼스틱을 이용한 떨턴과 날강도의 기타는 사실 기타 사운드라기 보다는 무슨 거의 퍼커션이나 목탁 두드리는 소리에 가까운데 여기에 멜로디도 없이 읇조려대는 보컬을 듣고 있자면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건지 무슨 야밤에 마치 사진이라도 찍으면 심령사진이 찍힐 것 같은 깊은 산속 의문의 절간에서 염불 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 정신착란이 들 정도다. 


시작부터 존나 맘에 드는데 두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짤랑짤랑거리는 새벽 2시 귀신 나오기 직전 깊은 산속 절간의 풍경소리 같은 게 잠시 울리다가 갑자기 베이스와 드럼이 동시에 콰과광! 거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부분이 주는 (she's in a) bad mood의 카타르시스는 양파링을 씹기도 전에 삼켜버려서 그 짠게 식도에 딱 달라붙어서 켁켁거리게 만들 수준이며 이어지는 protect me you의 고든 여사의 보컬은 마치 10대때 강간을 당한 여자가 오히려 강간범이 오기를 기다리는 정신착란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완전 기분 더러워지는데 여기에 곡 내내 그 괴상한 절간 풍경소리가 더 사람 심리를 좆같이 만든다. 이어지는 freezer burn도 완전 제대로 무서운데 락이라기 보다는 무슨 앰비언트에 가까운 괴상한 베이스/기타의 노이지한 드론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꾸에에에에엑! 거리면서 고든 여사의 펑크 라이브로 바뀌는 부분은 맨날 들을 때마다 알고 있어도 언제 튀어나올까 제대로 긴장하게 만드는 식은땀 유발곡이다. (이런 게 goo 앨범에 하나 더 있지 아는 사람은 앎). shaking hell도 제대로 정신착란 곡인데 곡 후반부에 고든이 shake! shake! shake! 외치는 부분은 무슨 엽기 슬래셔 공포영화에서 여자가 얼굴에 피범벅 튀기면서 사람을 막 퍽퍽퍽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이 떠올라서 나같이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면 듣지 말아야 할 청소년유해곡이라 할 만하다. 


B면으로 가면 좀 무서운 게 덜하면서 약간 rocking하는 스타일로 바뀌는데 그래봤자 아직 EVOL 시기의 소닉 유스가 아니기 때문에 좀 리듬을 탄다 뿐이지 록큰롤식으로 무난하게 달리는 건 아니니 걱정안해도 된다. Inhuman은 내가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조용히 둥둥둥둥 베이스거리다가 서서히 기타와 드럼이 덧입혀지면서 박자타면서 가속되는 부분은 단연 압권이며 이 미친새끼들은 드럼 스틱을 이용해서 기타를 멜로디 악기가 아닌 무슨 리듬 악기처럼 다루는데 말다했다. 떨턴 (한국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해본 사람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앎)이 드럼 스틱으로 사정없이 기타를 때리면 그 뒤에서 날강도가 완전 개작살 미친 기타 노이즈를 만들어내는 이들 특유의 쿨함은 이재명 성남시장 만큼이나 멋지다. 


confusion is sex는 이재명 성남시장같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