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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Tarkovsky [Solaris] (1972)

tunikut 2016. 7. 31. 05:18


2003년 4월 20일 일요일. 오후 7시 35분. 6회. 8관 C열 좌석. 지금의 내 아내와 결혼 전 캐리비안 베이에 갔다오면서 강변역 CGV에 들러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리메이크작 솔라리스를 같이 봤다. 일찍부터 출발해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놀다보니 몸이 나른해지고 피곤한 상태에서 본 이 영화는 가뜩이나 몸도 나른한테 몽롱하게 빠져드는 느낌이어서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난다. 영화를 본 건지 꿈을 꾼 건지 아니면 그냥 수영장 물속에 풍덩 잠기어 코끝이 먹먹해졌던 건지 모르겠다. 


그 기억이 오늘 나를 결국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원작으로 이끌었다. 쓸쓸했다. 공허했다. 조용했다. 타닥타닥 건조한 우주정거장 내의 셋트장이 비정상적으로 고요했다. 슬펐다. 먹먹했다. 그리웠다. 외로웠다. 그리고 다시 느꼈다. 관계가 아닌 사랑을. 관계의 중요성이 아닌 사랑의 중요성을. 이 영화는 인류의 축복이며,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대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경외감을 한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하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 내 아내. 엄마. 그리고 내가 살던 집. 그리고는 마침내 그 매트릭스 속에서 만날 것이다. 나의 아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