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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 Inch Nails [With Teeth] (2005, Interscope/Nothing)

tunikut 2016. 6. 5. 13:43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랄이 있는데 하나는 한창 미친짓할 때 지랄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미친짓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랄하는 경우로서, 예를 들어 약물/알콜 중독 같은 경우에 약/술을 먹고 지랄하는 경우와 약/술을 끊었을 때 금단 때문에 지랄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트렌트 레즈너 대마왕님의 경우 the downward spiral-the fragile 시절이 약을 먹고 지랄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면, 이 앨범 with teeth 같은 경우에는 약에서 벗어나려는 지랄에 해당된다 하겠다 (타이틀 자체가 약물을 이빨에 비유해가지고 꽉 물려서 빼기 힘든 뭐 그런..). 그렇지만 이 앨범 같은 경우에는 리햅을 거쳐서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에서 하는 지랄인데, 사실 지랄이라는 표현보다는 이 경우에는 절규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은데, 과거에 대한 후회와 쪽팔림 때문에, 그리고 현재로 와서 이제 뭐해먹고 살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참으로 신기한 건 사람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보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감정 상태가 더 큰건지 에미넴이 recovery 앨범에서 줄곧 내내 목소리에 힘을 뺄줄을 모르고 내질렀듯이 이 앨범에서의 레즈너도 상당히 이전 앨범들보다 오히려 더 막 성대를 학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NIN에서 끝에 N을 거울 이미지로 표기하는 것과 EMINEM에서 끝에 E를 거울 이미지로 표기한다는 점에서도 둘은.. 혹시.. 헉! 평행이론?  Wanna see me stick Nine Inch Nails through each one of my eyelids?)


뭐 전체적으로 우울한 정서를 담고 있긴 마찬가지인데 이전의 우울함이 거의 뭐 자살 직전의 주요우울장애였다면, 이 앨범 같은 경우에는 그왜 무슨 적응장애나 불안장애 뭐 이쪽이지 싶은데, 가사들을 봐도 군중들 사이에서 뭐 숨어있다거나, 이제 뭐 어떤 식으로 곡을 쓴다냐 식의 신세 한탄/불안 증상이 대부분이고, 아예 대놓고 정신병동에 갖혀서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는 심리상태를 표출한 허무함의 극치 every day is exactly the same 같은 곡도 있다. 이전 앨범들보다 앨범 전체를 이끌어가는 서사나 컨셉트가 다소 약하긴 하지만, 앨범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끝에 자리 잡은 세곡 the line begins to blur, beside you in time, right where it belongs를 통해서 결국 저쪽(약물+지랄)과 이쪽(회복+불안)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끝에 둘중에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그게 저쪽인지 이쪽인지에 대한 건 영화의 열린 결말처럼 청자의 판단에 맡기는 식으로 꽤 쿨하게 끝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뭐 당시의 트렌트의 상황에서 봤을 때는 sober쪽이겠지만), 특히 right where it belongs의 마무리에서 "지금 니가 보고있는 게 현실 맞니.." 뭐 이런 식의 가사와 함께 관중들의 환호소리를 교차시켜서 드라마틱한 결말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도 끝을 갖다가 상당히 멋지게 처리했지 싶다.


우울한 정서는 여전하나 사운드적으로는 의외로 꽤 방방 뛰는 곡들이 다수 포진돼있고, 원래 NIN의 주특기였던 오컬트적인 느낌은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점에서도 이 앨범은 그전작들보다 밝고 왠지 '안전한' 느낌이 더 강한데, 그게 느낌을 약간 바꾼 거지 여전히 헤비하고 지랄지랄하기 때문에 물렁해진 건 아냐식의 걱정은 접어도 된다. 특히 초반부에 상당히 방방거리는데 멋진 라디오 싱글 the hand that feeds의 말미에 등장하는 거의 하우스에 가까운 투스텝 비트나, 정글의 요소를 넣은 헤비넘버 you know what you are나, 약동하는 느낌의 스트레이트한 록 the collector, getting smaller 등이 그렇다. only 같은 경우에는 테크노적인 요소를 전면에 드러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아까 끝에 세 곡이 맘에 든다 그랬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가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사운드적으로도 the line begins to blur의 노이즈, beside you in time의 드론, 그리고 right where it belongs의 허무발라드가 가사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어 멋지다.


암튼 간에 nine inch nails 디스코그래피상에서 상당한 전환점이 되는 앨범이고, 혹자식으로 말하자면 (유니크했던 데뷔 앨범은 일단 제껴두고) broken-the downward spiral-the fragile로 이어졌던 초암울개지랄의 극치를 보여줬던 'nine inch nails 1기'가 끝났고, 좀더 성숙해지고 어른이 돼가는 'nine inch nails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