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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boy Q [Setbacks] (2011, TDE)

tunikut 2016. 6. 19. 15:17


뭐 우리 그루비급식충 큐의 신보 발매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데뷔 앨범 정도는 한번 또 얘기해봐줘야 해지 않겠냐는 생각에 꺼냈는데 내가 이 앨범을 아주 좋아하기는 하지 왠지 존나게 잡담 하다 끝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벌써부터 나를 덮쳐버린다만 아무튼 최대한 잡담은 자제하고 오로지 리뷰에 집중해보자고는 하지 나는 나를 잘 못이기기 때문에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혈액형 성격과 더불어) 살인적으로 식상한 거 알지만 이처럼 사람을 이해하기 쉽게 분류하는 방법도 없겠다 싶어 다시한번 사상의학적으로 블랙히피 멤버를 분석하자면 (너무 오글아들면 더 이상 읽지 않아도 좋다),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는 켄드릭이 태양인이라면 모든 과거를 툴툴 털고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제이락은 태음인에 가깝고, 방구석 찌질이 소심하지만 철학적인 앱소울이 소음인이라면, 터프하지만 속으로는 오로지 개인사와 개인의 통찰에 집중을 하는 큐는 소양인에 가깝다 하겠다. (혈액형도 해줘?)


암튼 이 앨범 하면 그 뭐냐, 한 4년 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병원장님이 모친상을 당했는데 그게 하필 명절 연휴 기간이어서 난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 중이었는데 모친상 소식을 듣고 가야돼 말아야돼 고민하다가 그래도 병원장 모친상인데 가야지 했는데 때가 명절 연휴 기간 한창이라 기차표가 전부 동나서 어떻게 겨우겨우 입석표를 가까스로 구해서 사람 존나 많은 기차 안에 서있을 공간도 없어 그 왜 화장실 있고 하는 열차 사이 공간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서 강원도에서 서울 갔다가 다시 전북 익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서울까지 올라오면서 존나 불편한 상황에서 내내 내 귀를 즐겁게 해주며 친구가 돼준 고마운 앨범이 이거다. 맞다. 지금 잡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큐 하면 딱 느껴지는 이미지는 사실 켄드릭처럼 천재적으로 앨범의 컨셉을 구성하는 능력은 다소 딸리지만, 굉장히 생각을 많이하고 고심해서 앨범을 만드는 것 같다는 건데, 인터뷰에서 항상 밝혔듯이 이미 setbacks를 발매할 당시부터 oxymoron 이후 앨범들까지 컨셉을 다 정해놨다고 하고, 이번 신보 발매 전부터 크라잉 조단이니 트럼프니 앨범 커버 낚시질하면서 '으하 나 컨셉있다궁'하는 거 보면 항상 '앨범의 컨셉'에 대해 고심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거다. 근데 그게 켄드릭처럼 경악할 수준까지 미치지 못하는 게 문제고 가사의 깊이도 앱소울 만큼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게 문젠데,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뭐 당연히 문제는 아니고 난 이런 큐의 귀여움이 좋다. (옛날 tde bet 사이퍼에서 유일하게 가사 까먹고 실수한 것도 존나 웃기면서 귀여웠음) 


setbacks는 큐의 데뷔작인데 나중에도 또 다루겠지만 HnC가 setbacks의 프리퀄 역할을 하고, oxymoron이 HnC의 프리퀄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가 역으로 진행이 되는데 도대체 뭔소리냐면, setbacks는 이제 갱스터의 삶을 깨끗이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현재'의 심정과 과거에 대한 '좌절(setback)'을 하나의 시점으로 딱 박아놓고 시작을 하는 거라면 HnC는 그 이전에 그가 갱스터로서의 삶과 음악/딸에 대한 상반된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oxymoron은 아예 과거 갱스터의 삶과 약물 중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보면 되겠다. 존나 인상 깊은 건 마치 성서에서처럼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라는 테마에서 모든 기독교의 원리가 시작되는 것처럼 큐 역시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의 시작을 '좌절(setback)'이라는 키워드로 박아놓고 시작한다는 거다. 


음악은 이후의 앨범들 보다는 다소 풋풋한 느낌이 많이 들며, 이는 큐의 디스코그래피를 따라가보면 앨범들이 점점 어둡고 음산해지기 때문에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자신이 마약을 팔던 figg st을 묘사하는 첫곡이지만 유사한 주제의 추후 HnC에 실리는 nigHtmare on figg st이나 oxymoron에 실리게 되는 Hoover st보다 훨씬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lordquest의 atcq 스타일의 프로덕션이 한몫했음). 이 앨범에서 청자의 귀를 가장 잡아 끄는 프로듀서가 있다면 난 tae beast라고 하고 싶은데 그가 만든 ibetigotsumweed나 druggy's wit Hoes의 그 다소 침참하고 어두우며 환각적인 느낌은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 부르는데 손색이 없고, 풋풋한 데뷔작이지만 스쿨보이큐를 가장 스쿨보이큐 답게 보이게 만드는 멋진 곡들이라 할 만하다. (특히 이 앨범에 있는 druggys wit Hoes는 추후 HnC에 실리는 시퀄 druggys wit Hoes again 보다 50000배 더 매력적임을 자신한다.) 이 두 곡이 주는 어두운 느낌은 to tHa beat 까지 이어지며 추후 그의 트레이드 마크성 '사악' 곡들인 nigHtmare on figg st이나 Hoover st이나 최근 싱글인 groovy tony 등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 


켄드릭이 참여한 두 곡 역시 모두 체크해봄직한데 light years aHead같은 경우는 통통 튀는 붐뱁 사운드가 매력적이어서 그렇고 birds and tHe beez는 사운드는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아직 broke 상태인) 큐를 진심으로 위하고 걱정해주는 켄드릭의 가사가 주는 진정성이 아주 일품이라서 그렇다. situations의 쥐훵크 스타일의 훅이나, 또 다른 자전적 넘버 i'm good에 참여한 puncH의 놀라운 리리시즘도 잊지 말고 체크해보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black Hippy 전체가 참여한 번개송 rolling stone으로 앨범은 끝이 나는데, 내가 좋아하는 에미넴이나 네크로나 모두 샘플링한 좀비스의 타임 오브더 시즌이 다시금 나오는 유쾌한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이 앨범 이후로 큐는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앨범은 역설적으로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옥시모론인지는 몰라도 암튼 왠지 조만간 발매될 신보 blank face는 커버부터 더더욱 음산한 게 어떤 분위기일지 무척 기대된다. 우리 귀여운 큐가 이미 고심해서 컨셉을 다 잡아놓으셨다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말고) 그가 들려줄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다시 말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