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먼 옛날 도롱룡이 용두질하던 시절 crystal method라는 팀이 있었는데 이 팀은 참 뭐랄까, 아주 아주 몰개성이 쩔을 데로 쩔어서 '미국(!)'에서 '일렉트로니카(!)'라는 음악이 '얼터너티브(!)'를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추앙을 받을 만한 무렵에 "나도 할껑" 틈새를 타 몰개성을 주무기로 혜성 처럼 등장한 댄스뮤직/일렉트로닉 듀오다. 당시 순결했던 나는 이 그룹의 데뷔 앨범이 나오자마자 씨디를 사서 '딱 한번' 듣고는 무려 20여년간 아직도 내 씨디장에 꽂혀있다는 소름 끼치는 기록을 가진 여고괴담 그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이름도 거룩한 우리 트렌트 레즈너 대왕님의 앨범 리뷰에 무려 크리스탈 메소드라는 이름으로 감히 얼룩을 묻히기는 죽기보다 싫으나 딱히 이 앨범이 나에게 주는 느낌을 비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므로 우리 트렌트 레즈너 대왕님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으셨기를 냉수 한그릇 떠놓고 달님 보며 기원해본다.
트렌트 레즈너 대왕님이 이제 거장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 톤으로) "stable-ish"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내 매리퀸 만디그 여사와 팻 메시니에게 라일 메이즈가 있었다면 이젠 대왕님의 곁에 이 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애릭커스 뤄스로 구성된 프로젝트 천사를 어떻게 박살내지의 데뷔 ep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 꽤 있을 것 같은데 '없었어도 됐을 그룹' 내지는 '없었어도 트렌트 레즈너 바이오그래피 상에 유의한 통계학적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을 그룹'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음악 자체를 하나하나 들어보면 그렇게 떨어지는 곡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곡들 하나하나를 들으면 나름대로 곡 자체의 특성들이 잘 나타나서 나름 즐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이걸 앨범 하나로 딱 놓고 봤을 때 레즈너와 뤄스가 들려주는 음악이 도대체 뭐지? 하는 느낌과 매리퀸 여사의 보컬이 주는 느낌이 이게 어디서 개성을 찾지? 하는 느낌과 근데 이 앨범에 들어있는 음악이 도대체 뭐지? 하는 느낌으로 가면서 근데 천사를 어떻게 박살내지하는 그룹은 도대체 뭐지? 의 상태까지 치닫게 된다는 문제다. 여기서 내가 크리스탈 메소드 얘기를 들먹거린 이유가 나온다. 몰개성. 예술계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주제어. 몰.개.성.
물론 통통 튀는 느낌의 fur-lined에서 보컬이 귀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아주 살짝살짝 깨작깨작 등장하는 대왕님의 목소리에 스릴을 느낄 수도 있겠고, BBB의 노이즈 양념이나 힛트(?) 싱글 a drowning에서의 레즈너 특유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애수어린 피아노음에 잠시 손을 하늘향해 들고 경배하는 자세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여전히 앨범을 딱 다 듣고 나면 근데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이 앨범이 도대체 뭐지? 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기 어려운 청자의 고민이 이들이 천사를 어떻게 박살내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고민으로부터 의도된 거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뭔소리야) '천사를 어떻게 박살내지'가 아니라 '천사를 박살내는 방법'이라고 해석해 본다면, 부디 차차 차차 듣고 리뷰할 이들의 다음 ep와 정규작을 듣고 이들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기대해본다 (뭔소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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