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unikut's prejudice

Nas [I Am...] (1999, Sony/Columbia)

tunikut 2016. 3. 23. 14:07


갑자기 뜬금없이 왜 이 앨범을 끄집어내서 난리냐고 묻는다면 세상의 이치가 다 그런 것 아니겠나 하면서 쌍구년대 살던 5060세대식 쿨함으로 반응해본다. 이 앨범이 딱 나왔을 때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mtv에서 헤잇미나우가 막 울려퍼지면서 우와 나스가 돌아왔다 나스가! 그래서 이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곧바로 씨디로 산 내 친구가 다음날 "씨발 듣지마, 존나 성의없게 만들었어.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게 만들 수 있지?" 그랬다. 난 당시 힙합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하우스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반 헬덴형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이 앨범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몇가지 설계해보자면, 일단 음악을 듣지 말고 rapgenius나 이런데 들어가서 그냥 소설이나 시를 읽는다고 생각하고 '가사만' 보자. 그러면 오.. 꽤 심오하고, 어.. 어떨 때는 컨셔스적이기도 하고, 와... 어떨 때는 메타포가 상당하군! 이런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 다음 두번째 방법은 일단 맥주 1병을 딱 마시자. (2병을 마시면 듣다가 자기 때문에 안된다. 1병). 그리고 반드시 헤드폰을 쓰고 (이어폰 안됨) 볼륨을 이빠이로 올린 다음에,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을 듣지 말고 '베이스만' 느끼자. 의외로 이 앨범은 LES나 Alvin West나 Trackmasters가 담당한 프로덕션의 둥둥거리는 베이스는 비교적 괜찮은 다가오는 편이고 술 마시면 모든 여자가 예뻐보이듯이 그 '괜찮은' 베이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반복한다. 음악은 듣지 말자. 


그럼 이런 룰을 어기고 음악을 듣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사가 아무리 좋아도 음악이 구리면 그 음악은 구리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아아아 그래 안다. 몇개 건질 트랙들이 있다는 거. 사실 나도 hate me now는 되게 좋아하는 편이고 (nas is like 보다 약간 더 좋아함), nas is like! 인정한다. 그리고는? 없다. 물론 아주 아주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서 진짜 당시에 이 앨범을 발매할 그 시절의 나스의 심리상태 깊숙히 파고 들어가서 왜 이런 프로덕션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지 철학적/심리학적으로 들어가서 측은지심을 발휘하면서 완전히 나스의 심리상태와 동화가 되버리면 타닥탁탁탁 차작착착착거리면서 쪼개지는 비트가 음 당시의 메인스트림 힙합의 시대상을 잘 반영했군, 그래 한번 흔들어주지 뭐 하고 무표정으로 어깨나 목을 좀 까딱거려줄 수는 있지만, 굳이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서 측은지심까지 발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트랙 undying love의 스토리텔링이나 설정이 좀 괜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ready to die의 suicidal thoughts의 컨셉을 따라했다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으며, ready to die 같은 경우 전체적으로 유기감을 가지고 쫙 흘러가다 갑자기 그런 결말이니 그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거지 무슨 가사나 컨셉이나 메세지의 유기성은 커녕 무슨 갑자기 날 싫어해라 그러다가 갑자기 나 최고야 멋있징 그러다가 갑자기 섹빠굴 얘기 하다가 느닷없이 정부 까다가 또 갑자기 무슨 멜로드라마틱 사랑타령 하다가 끝에 무슨 자살해버리면 누가 공감을 하냐. 


뭐 전반부는 그럭저럭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용서하는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다고 하지만, 후반부에 big things 같이 무슨 장난까냐 약빨았니 식의 초개삽질 트랙부터 money is my bitch의 총총총총 거리는 전자음이 한번씩 쏴줄 때마다 귀의 살조각 하나하나가 막 썩어들어가는 느낌이다. 난 예전에도 몇번 블로그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nastradamus는 꽤 들어주는 편인데 이 앨범은 진짜 아니다. hate me now, nas is like 딱 두 개만 듣고 그냥 패스하자. 조금만 더 그래도 쫌더 달라구? 그래 그럼 scarface, aaliyah (r.i.p.), dmx가 괜찮은 목소리를 내준 favor for a favor, you won't see me tonight, 그리고 life is what you make it 까지만 하자. 더 이상은? 못줘! 없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