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 중에 한명인 떨스턴 무어형의 공식적인 솔로 데뷔 앨범. 근데 사실 워낙에 이 분께서는 재즈-아방가르드-노이즈 쪽 프로젝트 앨범들을 이미 80년대 말-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수십장을 발매하시는 분이니, 사실상 뭐가 무슨 솔로 앨범인지 떨스턴 본인도 헷갈리는 상황인데, 그 발매작들의 갯수는 심지어 muro의 mix cd 수가 맞먹을 정도이니 이미 말 다했다.
떨스턴 무어가 기타 치고 노래하는 앨범이다보니 그럼 소닉 유스랑 뭐가 달라? 라고 물을 수 있겠는데, 뭐 이분 성향이 늘 그랬듯이 불협화음-노이즈 하시는 거야 십시일반이지만 소닉 유스가 좀더 다양성이 있다면 이 앨범 (난 "본작"이라는 말을 절대 안쓴다. 왜냐면 "본인은.." 전모전대통령 생각나서 꼰대같다) 의 경우 오히려 스트레이트한 느낌이 더 강하다 할 수 있겠는데 떨스턴 본인이야 뭐 그닥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다 쳐도 자연스레 성향이 나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왠지 좀더 침잠하고 드론하고 그랬다가 멜로딕한 노-웨이브로도 가다가 개미친지랄도 하는 소닉 유스에 비해 이 앨범의 경우 오히려 통통 튀는 느낌이랄까? 오프닝인 queen bee and her pals나 패티 스미스 오마쥬 patti smith math scratch, hang out, staring statues 등 여러 곡들에서 재간동이같은 통통 튀는 록큰롤이 흥미로운데 밑에 글에서 펑크 좆까 노웨이브 만세 그랬는데 오히려 이 앨범에서는 살짝 펑크의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잠시 스포일하자면 추후 이 펑크적 성향은 chelsea light moving에서 좀더 본격화돼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나 곡들이 처음 딱 들었을 때 '뭐야 이거 뭐 이렇게 통통 튀기만 하고 귀에 안들어와, 멜로디가 왜 이렇게 없어. 무슨 데스 메탈이나 랩이야?'의 반응을 유발할 만큼 멜로디 라인들이 약해서 앨범 전체적으로 뭐 그닥 귀에 처음부터 와서 팍 꼳히는 킬러 트랙이 없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특징으로, 그러다보니 계속 들어도 질리기는 커녕 오히려 들으면 들을 수록 국물이 우러나오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떨스턴 무어 궁극의 솔로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ono soul이나 see though play-mate, feathers 같이 떨스턴 특유의 그 묘한, 상큼한 느낌이랄까? 암튼 그런 청아한 모던록은 들으면 들을 수록 사랑스럽다. 최근작 the best day에서까지 떨스턴 솔로 커리어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한 컬리지록 스타일의 기타에 살짝 살짝 변주 형식을 통해 양념처럼 얹혀지는 불협화음이나 블루지한 멜로디들은 진정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데 본 앨범의 tranquilizer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의 기타 연주에 푹 빠져 때를 밀 수 있을 정도다. 훌륭한 연주곡 blues from beyond the grave도 멋지지만 cindy에서의 느닷없는 브레익비트의 의외성도 귀엽다. 뒤틀린 떨스턴 스타일의 러브 스토리 psychic hearts의 가사도 반드시 체크해보자.
그렇게 그렇게 곡들을 즐기다보면 거부할 수 없는 20분짜리 대연주곡 elegy for all the dead rock stars로 앨범이 끝을 맺는데, 뭐랄까.. 곡 하나에 모든 세상사가 다 담겨있고나 할까? 마치 그래 세상은 다 그런거야.. 그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그런 느낌처럼, 한강변의 물결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느낌으로 정갈한 기타로 문을 열다가 점점 아니야, 왜 그래야돼.. 왜 그렇게 죽어야 돼.. 그러면서 점점 상승하면서 하이톤의 기타음으로 흐느끼더니 점점 기타들이 서로 치고 받으면서, 그래? 그럼 우리 세상을 한번 바꿔볼까? 그러면서 그래 그러자 그러면서 막 세상을 향해 돌진하다가, 미친 듯이 I-75에서 1차로에서 내 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서 오다가 다시 이차 저차 요리조리 피하면서 촐삭거리면서 쌩쌩 달리다가 오늘 내 앞에서 결국 다른 차 들이받고 사고를 내버린 어떤 븅신같은 청록색 vehicle처럼 결국, 거부할 수 없이 기타 불협화음들이 부딫혀 사고를 나며 아름다운 노이즈의 대향연을 한바탕 신바람 나게 황소 울음 소리 내며 지랄을 한번 치고 나서는............. 다시 촤라랑~ 촤라랑~ 촤라랑~ 그러면서 그래 세상은 바뀌지 않아.. 그렇게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 거야.. 그러면서 죽은 록스타들의 얼굴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kurt cobain, layne staley, jim morrison, miles davis, jimi hendrix, john lennon, 블라블라블라... 그러다가 맨 마지막에 투팍의 얼굴이 잠시 살짝 미치며 이내 페이드아웃 되며 끝이 난다.
결론. 이 앨범은 떨스턴 무어 솔로 커리어의 기본 베이스이며, 아직까지도 그의 단독 공연에서의 주요 레파토리들을 품고 있는 앨범으로, 그의 솔로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먼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할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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