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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파란대문] (1998)

tunikut 2016. 5. 13. 12:35


원래 영화의 메인 테마에 그닥 어울리지 않는 포스터지만 당시 무슨 에로영화처럼 위장해서 관객을 끌어모으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포스터가 무슨 옛날 동네 비됴가게에 꽂혀있던 엘호비됴같이 생겼는데, 이것 말고도 좀 점잖은 포스터 이미지도 있었는데 굳이 이 포스터를 고른 이유는 내가 변태라서다. 


얼마나 상업 영화들에 익숙했는지 (그렇다고 상업 영화를 까는 것 절대 아니다. 나 상업 영화 좋아함 잘 만들었다면) 영화가 좀 그냥 실생활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던가 좀만 더 롱테이크하던가 대사가 없으면 즉각적으로 비평가들이나 좀 글좀 써보겠다는 블로거등은 '분석'에 들어가는데, 그럼 식탁에 앉아 밥알 씹으면서 텔레비젼 보고 있는 것도 대사 없고 리얼리티고 롱테이크니까 그것도 분석을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결론이다. 


이 영화를 보고도 김기덕 감독이 여성 혐오주의자냐라는 어떤 댓글을 봤는데 개동의. 뭐 영화를 보고 두 여인들의 (어린애들 영어 가르칠 때 원어민 강사가 맨날 지겹게 얘기하는) '디퍼런스'와 '씨밀래뤼티'에 초점을 두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사실 지겹고, 그냥 포항의 한 시골 바닷가랑 거기에 어쩌면 그렇게 영화셋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죽이는 매치를 보여준 새장여인숙의 미~지~양~센이 너무 좋았고, 이 영화를 분석하기 전에 과연 깔끔하게 빗질하고 최고급 스킨을 바르고, 화이트 칼라 와이셔츠를 입고 파란 넥타이를 매고 수트 차림을 하고 강남의 한 빌딩을 매일 출퇴근하는 당신과, 종각 지하철역에 앉아 악취가 진동하는 수염이 덥수룩한 부랑자가 기가 막힌 첩보 콤비 플레이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먼저 상상해보자. 내가 영화를 만약에 찍는다면 난 어릴 때부터 가끔 그런 상상을 했거든 사실. 그게 이 영화의 주제인지는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