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unikut's prejudice

Kendrick Lamar [untitled unmastered.] (2016, TDE/Aftermath/Interscope)

tunikut 2016. 3. 7. 01:15


이 앨범을 들으면서 느낀 게 참으로 켄드릭 라마의 tpab 프로젝트는 엄청난 프로젝트였다는 게, 켄드릭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면 오죽했으면 컨셉에서 조금 밀려놨다 뿐이지 버리기 얼마나 아까웠으면 tv 쇼에 나와서 공연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비-사이드 컴필레이션으로 발표했을까 하냐는 거다. 사실 거짓말 조금 보태 솔직히 말하면 tpab을 들을 때보다 이 uu를 들으면서 몸을 더 흔드는 일이 많았는데 곡들 하나하나가 뭐 그렇게 이뻐죽겠다기 보다는 듣다보면 참 곡들이 출중하면서 쿨한 것이 마음에 든다.


특히나 (별로 다른 데서 언급이 안되는) 1이 난 제일 좋던데, 시작은 약간 무슨 사이키델릭 록같은 느낌으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bpm은 살짝 업템포 느낌으로 90년대 살벌한 이스트코스트 느낌으로 깔면서 여기에 무거운 재즈베이스와 거기에 배치되는 절제된 드럼이 주는 그 불길한 그루브감도 미치겠는데 걷다대고 켄드릭의 막 질러버리는 랩/포에트리 슬래밍은 진정 압권이다. 뿐만아니라 tpab 분위기 그대로 이어받은 컨셔스한 재즈-훵크 3 (아시안이 meditate하는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암튼 인종별로 특색 잡아놓고 마지막에 백인 까는 가사도 몸에 좋음) 이나 kunta보다도 오히려 더 훵키한 댄서블한 훵크넘버 8도 매력적이다. 7의 파트 원 (레비레잇-레비테잇-레비테잇-레비테잇)이나 2 같은 경우에는 트랩 요소를 살짝 얹어서 힙합팬들의 고개를 까딱거리게 만들만하다면 아드리안 영하고 알리 샤힏 모하메드가 공동 프로듀스한 느닷없는 보사노바 6도 처음엔 약간 병맛같지만 듣다보면 신난다. 1 다음으로 좋아하는 5도 유리 케인 느낌의 모던 크리에이티브 사운드에 불길한 베이스, 그리고 가끔씩 울려주는 뮤트 트럼펫이 켄드릭의 포에트리 슬래밍과 어울려서 무척 세련된 느낌을 주고, 아예 더 나아가서 4같은 경우는 아방가르드/프리 재즈에 가까운 느낌도 들려주니, 켄드릭, 이제 이쪽으로 갈려구? (근데 내 예상이지만 다음 앨범에서는 스타일을 또 바꿀 듯)


뭐 레프트오버 컴필레이션이라 이걸 두고 하나의 '앨범'으로 잣대를 매기는 건 불필요하지만, 이렇게 깜짝 선물 비슷하게 양질의 곡들을 발매해준 켄드릭과 tde에 고마울 뿐이고, tpab이 춘천 닭갈비 먹고 밥까지 비벼서 배불리 먹은 거라면 이 uu는 마지막 바닥에 따닥따닥 눌러붙은 밥을 숟가락으로 팍팍 긁어먹는 느낌이라고 할 것 같다. 이것도 원래 되게 맛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