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작년에 나온 앨범들 중 가장 묻힌 앨범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홍보도 제대로 안된 것 같고 음악감독인 댄디오로메이러가 델트론3030에만 열을 올렸던지라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사실 댄디오로메이러의 음악을 좆는 내 입장에서 그간 댄디오로메이러가 해온 짓들 중 가장 멋졌던 건 아무래도 닥터옥타곤이고 그 다음 멋졌던 건 러비지면서 제일 '덜 멋졌던' 게 델트론3030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작년의 그 '델트론 올인'의 댄디오로메이러의 행보는 (불만족은 아니고) 조금은 덜 만족스러웠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충격적일 정도로 이쁜 여배우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로서 내가 그녀를 처음 스크린에서 본 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였었고, 그때부터 어 디게 이뿌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타란티노 감독의 데스 프루프에서도 어 디게 이뿌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언제 내한도 했다더라. 더띵은 아직 못봤는데 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암울한 그 영화 속에서도 여주가 너무 충격적으로 이쁘니 조심하라는 말이 있었으므로 따라서 그녀가 충격적으로 이쁘다는 건 팩트다.
그렇게 충격적으로 이쁜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가 충격적으로 매력없이 생긴 댄디오로메이러와 작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받은 충격은 무척이나 컸었고, 결국 작년에 앨범이 나왔으나 충격적이게도 묻혀버렸다.
그러나 앨범은 그렇게 묻혀버리기엔 너무너무 좋으며 Lovage(친절하게 영어로 써줌. 그것도 첫자 대문자로!)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분위기 비슷하게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당연히 이 앨범도 좋아할 것이라 본다. 달달한 프렌치팝을 기본 테마로 잡고 감미롭다가 경쾌발랄하다가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곡들이 균형감 있게 진행되면서 충격적으로 이쁜 윈스테드의 다소 성숙한 느낌의 보컬이 귀를 사로잡는다. 혹자에 따라 까하이미 까리에나 바네사 빠라디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러비지가 퇴폐적이고 암울했다면 그보단 러블리하고 비교적 밝은 편에 더 가까우나 기본적인 감상자의 느낌은 유사하다. 댄디오로메이러의 비트에서 힙합을 기대할 필요는 전혀 없으나 누가 힙합프로듀서 아니랄까봐 살짝 살짝 반복되는 샘플 소스들을 구겨넣은 점은 귀엽다. (did we live too fast는 난 무슨 르잔줄)
휘몰아치는 단조풍의 스피디한 팝 did we live too fast로 포문을 열고 이 분위기는 close to you로 이어진다. 마음을 괜시리 아련하게 만드는 윈스테드의 보컬 멜로디가 너무나 매력적인 발라드 넘버들, i'll never hold you back이나 things will never be the same, la lal la 그리고 엔딩곡 heavenly 등은 90년대 원힛원더 밴드 Mono의 life in mono를 좋아한 사람들이 충분히 반길만하다. 그런가하면 피치카도 화이브까지 연상되는 there's a revolution처럼 경쾌한 시부야 스타일 넘버도 있고, 상쾌하고 정제된 느낌의 기분좋은 last stop같은 건강한 팝송도 있다. 마이크 패튼이 참여해 으레 퇴폐적인 목소리를 살짝 선사하는 put your head down은 가장 대표적으로 lovage의 향수를 자아내는 곡이다.
앨범 존나 좋으니 꼭 사라.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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