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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all [Wallflower] (2014, Verve)

tunikut 2015. 5. 5. 00:42

 

(70년대 한국영화 성우 말투로) 야, 너이짜샤. 어디서 온 놈이냐? <- 이런 말투가 어울릴법한 역대 다이아나 크롤 앨범 자켓 중 최악이라 할만한 아트웍이 아닐까 싶다는 실언으로 글을 시작해본다.

 

신혼 기간때 아내와 제주도 여행한 게 잘 잊혀지지 않는 편인데 무슨 아로마 테라피 하는 데 가서 가운 입고 뭐 향기 맡고 뭐 그런 거 체험하는 데였는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습식 사우나 (건식 사우나 질색) 분위기에 뿌얀 스팀이 쫙 올라오면서 앉아서 chiilin하는데 귓가에 울려퍼진 7080 팝송들의 멜로디 ("난나나나나 나나난 뉴욕 씨이~~티!" <- 이 곡 제목 아시는 분!!)가 평생 잊혀지지 않아서 조만간 있을 일본 가족여행 콘티를 짜고 있는 아내가 온천 여행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동물원 관람을 모색하고 있을 때 옆에서 살짝 아로마 테라피는 안하냐고 intercept했다가 쿠사리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뭔 소리냐면 다이아나 크롤의 신작 앨범을 듣는 내내 그 습식 사우나 chllin에서 울려퍼지던 그 느낌을 계속 느꼈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이었던 glad rag doll하고는 방향성을 완전히 달리하는데 지난번이 고전랙타임향락가서커스재즈를 컨셉으로 마치 역사를 고증하듯이 치밀하게 짜여진 테마였다면 이번엔 크롤 누나께서도 chillin하고 싶었는지 chillin하는 자세로 부른 chillin송들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아나 크롤의 삼시세끼랄까. 어릴적 흥얼거리던 그야말로 '스탠더드 팝송'들을 별다른 기교없이 담백하게 불러나가고 있는데 듣고 있으면 뭐 이게 재즈 앨범인지 팝인지 어덜트 컨템포러리인지 장르 구분도 모호하고, 굳이 그런 장르 구분하는 세끼들을 좆먹이고 싶을 정도로 장르 구분이 의미없는 앨범이지 싶다.

 

california dreamin으로 간단히 몸을 풀고 desperado로 이어지면서 괜시리 창가에 가서 서울 야경 한번 보고 싶게 만들더니 superstar에서 기어코 밑에 포스팅한 떨스턴 무어형의 리메이크를 떠올리게 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밥 딜런 원곡의 타이틀곡 wallflower의 담백하면서도 심오한 가사에 취해 몸을 뒤로 기대다보면 어느덧 뒷벽이 뒤로 쑥 꺼지면서 완전 어린 시절의 나로 데려가버리는데 (아 판에 박힌 비유 뭐니) 그 가슴 찢어짐은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에서 절정에 달하며 아이 그냥 썅 확 저 서울 야경 속으로 몸을 던져버릴까 싶게 만들다가 operator의 담백함으로 에이 박선생, 정신차려야지. 미래는 밝다구~ 우우하하 식으로 반전을 준다. 다이아나 크롤 앨범들을 듣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라면 마지막곡을 언제나 기가 막힌 명곡으로 끝내준다는 건데 이번 앨범의 돈 드림 잇츠 오버 역시 개살서정끝판왕 발라드로서 듣고 좋아하지 않으면 음악 들을 자격이 없다는 원천봉쇄의 오류를 간만에 날리게 만든다.

 

해외 평단의 평가가 별로라는 건 당연히 이해가 간다. 크리에이티비티가 없고, 무슨 옆집 누나가 방바닥에 누운 내 옆에서 익숙한 팝송 불러주는 분위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이 앨범에 평가를 그렇게 잘 안주는 건 그들이 예술을 잘 몰라서다. 이런식의 예술도 있다는 걸 몰라서 무식한 놈들이 그렇게 평을 하는 거고 이 앨범은 정말이지 끝내준다. 나를 믿어라.

 

"아.. 노래들 정말 좋다." 라는 소리가 입에서 딱 터져나오게끔 하기가 어디 쉬운줄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