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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hex Twin [Syro] (2014, Warp)

tunikut 2015. 5. 7. 22:36

 

 

굉장히 특이한 앨범이다. 타협이 클래식을 만들다니 이런 앨범이 음악사에 얼마나 있었을까? 딱 들어보면 앨범이 너무 듣기 좋아서 처음에 들으면 에이펙스 트윈 앨범 듣는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 에이펙스 트윈 다운 건 대체 뭔데라고 물어본다면 뭐 할 말은 없다. 물론 여러 얼터에고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날리는 리쳗 디 제임스지만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그는 감미롭게 앰비언트 하다가 갑작스레 지랄같이 달리는 드릴앤베이스 정도로 이미지화돼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sweet like a candy같이 '달콤한 테크노'를 들고 나오냔 말이다. 위에 타협이라고 말한 바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입장에서 내가 봤을 때는 작정하고 듣기 좋게 만든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고, 앨범은 듣기 좋다못해 심지어는 팝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덕후 성향의 작품만 만들던 예술가가 작정하고 남들 다 좋아하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가 개좋다는 뜻.

 

시작부터 이건 무슨 신스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이 존나 달콤한 비트들이 나오는데 세상에 clap이라니 clap이라니! 에이펙스 트윈 듣다가 '손뼉치며 노래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줄은 몰랐고 프로덕 29에서는 브레익비트인데 내가 보기엔 거의 리처드식의 디스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펑의 임팩또? Nah.. 그 이후부터 시작되는 미쳐 죽어버릴 것만 같은 업템포 테크노들은 쌍둥이스러운 곡 썰클론티6에이하고 썰클론티14에서 앨범의 절정을 이루며, 거기에 또 덤으로 사이로유473티8푸라스이에서 다시금 살짜쿵 신스팝적인 느끼함을 던져주더니 마무리는 에.이.펙.스.트.윈.표. 전형적인 디앤비 스타일로 잠깐 달려주다가 뜬금없는 앰비언스로 막을 내린다. 이 앰비언스가 좀더 멜로디컬한 가슴 애리는 서정성을 들려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좀 무미건조해서 아쉽다는 것만 빼고는 이 앨범은 최고다.

 

캡사이신 톡쏘는 고추냉이맛 초록색 파이를 만들어 개덕후들만 사먹던 파이 요리사가 어느날 달콤한 딸기시럽을 얹은 핑크색 파이에 살짝 캡사이신향만 넣어서 개맛있는 파이를 만들어낸 것과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