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알티제이 2집 같은 경우는 참 현명한 게 1집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강한 부분은 더 강하게, 심오한 부분은 더 심오하게 해서 수평적으로는 안전한 방법을, 수직적으로는 모험을 시도해서 전체적으로 확장된 균형감을 줬다는 점이다. 완전 개덕후 취향의 음악만 하던 엘피가 에이펙스 트윈 사이로처럼 '타협'을 보여준 게 알티제이라고 생각하는데, 적당하게 대중들이 즐길 만한 취향으로 살짝 방향 전환을 하면서도 independent as fuck의 co-flow 시절 부터의 정신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게 기특하다.
알티제이 음악이 특이한 또다른 점은 지독한 공격성과 sarcasm을 동시에 갖춘 엘피와 킬러 마익이 만나서 '재밌자'고 하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건데 그러다보니 그 안에 담긴 가사가 주는 에너지는 안드레이 쥴랍스키 영화의 그것 만큼이나 과장되어 있으면서 통렬한 동시에 그 메세지들을 방방 뜨는 그루브 음악으로 선사하다보니 즐거워서 몸을 흔드는 동시에 앞뒤옆위아래후장 가릴 것 없이 주먹으로 퍽퍽 가격당하는 듯한 피학적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볼까? all due respect를 들으면서 비트와 랩이 앞뒤사방에서 당신을 퍽퍽 치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것. 앨범 구성 역시 기가 막힌 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jeopardy로 서서히 시작해서 oh my darling에서 딱딱딱딱 올라가다 한바퀴 휙돌더니 blockbuster night에서 곤두박질치면서 close your eyes로 한바퀴 돌고 all my life로 잠시 숨을 돌렸다가 lie, cheat, steal에서 다시 곤두박질 한번 치면서 all due respect에서 다시 한바퀴 돌고, 서서히 마무리 짓는 형태라고나 할까? 기가 막힌 강약 조절이다. 솔로 시절부터의 엘피 고유의 개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좀더 트렌디하게 바꾸고 리틀 샬리마가 합세해 좀더 drone풍의 양념을 얹은 rtj 특유의 사운드는 전작보다 더 강화됐고 말이다. 개씨발다죽일거야다좆발라버릴거야씨발다뺏을거야씨발다좆까식의 가사들에 킬럭 마익의 워드플레이와 엘피의 메타포를 곁들여 듣는 사람을 앨범 내내 강간하는데 뭐 하지만 early나 crown 같은 자아성찰이나 lie, cheat, steal이나 angel duster같은 현실비판도 있으니 개념 탑재하고픈 사람은 그러도록 해라. 앨범을 여러번 돌려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그런 다음에 계속 드는 생각은 토토가로 지누션이 다시 주목 받은 것처럼 이 앨범으로 잭 델 라 로차 a.k.a. 신의한수가 휘쳐링 머쉰으로 등극하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라는 다소 쓸데없는 결론이다.
'tunikut's prejud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Kendrick Lamar [untitled unmastered.] (2016, TDE/Aftermath/Interscope) (0) | 2016.03.07 |
---|---|
Kanye West [The Life Of Pablo] (2016, GOOD/Def Jam) (0) | 2016.02.28 |
Got A Girl [I Love You But I Must Drive Off This Cliff Now] (2014, Bulk) (0) | 2015.05.08 |
Aphex Twin [Syro] (2014, Warp) (0) | 2015.05.07 |
Diana Krall [Wallflower] (2014, Verve) (0) | 2015.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