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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tunikut 2016. 3. 6. 04:59


사실 막상 보고 나서는 명성에 비해서 그닥 별 감흥은 없었는데 괜시리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는 게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그 왜 내가 댄디오로메이러 프로덕션 앨범 중에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닥터 옥타곤의 앨범을 보면 안그래도 기분 나쁘고 음산한 그 앨범에서 유난히도 더 기분 더럽게 만드는 곡이 바로 "블루 플라워"라는 곡으로 뮤비도 무슨 라스 폰 트리에 감독 호러영화 "킹덤" 연상케하는 분위기에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게 뭐냐면) 그 곡에서 시종일관 귀를 건드리는 현악음인데 그거랑 거의 똑같은 현악음 샘플이 이 영화에서도 보는 내내 울려퍼진다는 거다. 막 그냥 이응경씨가 길거리 걸어다니는 씬만 보여주는데 그 음악이 나오면 괜시리 평상적인 현실이 공포가 돼버리는 느낌? 홍상수 감독님의 데뷔작인데 전형적인 홍상수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김기덕 감독님 스타일에 더 가까운 느낌이고 ('스타일'에 가깝다는 거지 '테마'가 유사하다는 뜻은 절대 아님. 김기덕 감독님의 테마는 전혀 다름), 이 영화가 진짜 골때리는 게 뭐냐면 홍상수 감독님의 영원한 테마 '남자는 수컷'이라는 토픽이 어떻게 '공포'로까지 이어질 수 있나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홍상수 영화와 묘한 차별성을 두고 있다는 거다. 참 기분 나쁘게 잘 만든 영화다. 영화가 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