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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 Polanski [The Tenant] (1976)

tunikut 2014. 9. 3. 00:25



짝짝짝. 다 같이 박수. 


드디어 튜니컷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영접했다는 소식. 이름은 존나 유명하지만, 감독 위주로 영화를 본다고 맨날 자랑같이 떠들고 다녔지만 정작 존나 유명한 감독인 로만 폴란스키 영화는 하나도 안보다가 도저히 하도 주변에서 내가 감독 위주로 영화 본다 그러니까 그럼 로만 폴란스키 영화는 뭐봤냐 하도 그러길래 에이 진짜 짜증나서 로만 폴란스키 개장했다. 그 시작은 바로 [로만 폴란스키의 테넌트]. (근데 개장한 진짜 이유는 SZA의 [S] 앨범 듣다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로즈마리 베이빈가 뭔가 그거 영화 샘플이 나오길래 그 묘한 이상한 분위기의 영화 대사에 반해서 개장한 것임 이게 구체적 이유)


[컨져링]이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고 개뻥을 치고 무서운 장면 없긴, 존나 귀신 괴물 막 쳐나오면서.. 하는 배신감을 안겨줬다면 진정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는 이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 왜 어디 근무차 출장 가서 빈 호텔방에 혼자 하룻밤 잘 때의 그 묘한 뒤숭숭한 느낌을 가감없이 어쩌면 이리도 잘 전달했는지 정말 대단한 게, 조용한 방에서의 작은 쿵쿵, 탁탁거리는 효과음이라는 것. 근데 그것도 흔해빠진 공포 영화에서 갑자기 쿵! 하고 탁탁! 해서 놀래키는 그런 기법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당연히 조금씩 들리는 소리인데 이게 어떨 때는 좀 이상한 느낌을 주는 것 같은 그 느낌을 정말 잘 살렸다. 예를 들어 수돗물을 틀었는데 물소리에 더해서 뭐가 털털털털털 떨리는 소리가 난다든지 뭐 그런 거. 


아직 감독작을 이것밖에 못봐서 감독의 스타일은 파악이 안된 상태이지만 첫느낌은 뭐랄까.. 약간 스릴러처럼 오싹하고 썰렁한 느낌인데 그걸 쥴랍스키 감독처럼 막 극단적으로 혐오스럽게 표현하거나 하네케 감독처럼 딱딱하고 씨니컬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대체적으로 '부드럽게' 그래 맞다. '부드럽게' 표현해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뭉크나 마티스가 아닌 르누아르의 느낌이랄까. 


이 영화가 또 좋았던 이유는 이자벨 아자니가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예쁘게 나온다는 거다. 내가 태어나서 본 영화들 중 영화속의 예쁜 여배우들 중 단연코 최고였지 싶다. 더군다나 쥴랍스키 감독의 [포제션]을 본 상태이기 때문에 그 영화의 엽기적이었던 이자벨 아자니와 대조를 보인 이 영화에서의 모습은 정말로 lovely했다. (어떤 블로거의 표현 대로 "이 영화속의 사람들은 모두 옛날 사람인데 이자벨 아자니만 요즘 사람이다"라는 말이 딱이다.)


사실 이 영화의 기본 테마인 '주인공이 심리적으로 미쳐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스릴러적 요소가 더 강하다보니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왜 멀쩡하던 주인공이 그렇게 미쳐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멋지고 건질만한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마지막 주인공이 창문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창가에서 사람들이 관객처럼 환호를 보내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지 싶고 이 명장면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전부 '옛날 사람'인데 이자벨 아자니만 '요즘 사람'인 게 참으로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