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속았다. 또 끝까지 범인이 누굴까.. 만 생각하다가 감독한테 정신 차리라고 한대 맞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해서 좀 순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여지껏 봐온 감독 영화들 중 최고로 난해했다. 뭐 난해한 영화들이야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 난해한 것들 중에서도 난 역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스타일의 난해함이 그래도 제일 난해한 것 같다. 이 영화는 영상의 난해함에 있어서 가히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파이]와 더불어 내가 봐온 것들 중 최고였다. 보는 내내 물이 흘러내리는 광경이나 물에 잠겨있는 그 축축함, 뭐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딘지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는지 시간과 공간 개념이 완전히 초월한 듯한 표현은 꽤나 난해한 영화들 많이 봐왔다고 생각해도 역시나 신기했다. 그 신기함 때문에 이 영화는 나한테 재미있었다. 에버랜드 지구마을 처음 구경하는 어린 아이의 눈망울 같았다고나.
최고의 장면은 지하 수로를 이용해서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인 듯 싶고, 거기서 또 섹스를 하지 않나, 또 그 옆에 멀뚱히 서있던 사람들은 대체 뭐고, 막판에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빡빡머리 번지점프하는 무리들은 또 뭐고, 거기서 또 왜 피흘리며 죽고.. 아 진짜. 근데 또 더 신기한 건 범인을 절대 가르쳐주지 않지만 어렴풋이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를 관객에게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단서를 남기고 끝나는데 이게 또 반전이라는 묘미도 있어서 즐겁다. 그래도 암튼 이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한 건 아니고 익스페리멘탈한 영상들과 주인공의 심리에 기반한 스릴러이지 싶다.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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