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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xas Chainsaw Massacre 1 & 2

tunikut 2014. 7. 27. 10:51


Tobe Hooper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사실은 원래는 이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한 내 이미지는 안좋았다. 왜냐면 2003년 리메이크작을 개봉 당시 극장에서 아내와 보고 왜 이런 찝찝한 영화를 골랐냐고 아내가 컴플레인을 한 기억이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2003년 리메이크작은 자극적인 살육 장면에 바탕을 둔 단순무식 슬래셔였을 뿐, '공포영화'라는 느낌이 그닥 크지 않았다. 암튼 여차저차해서 구하기 힘든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루트가 생겨 어제 밤에 불끄고 봤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겠다. 내가 여지껏 태어나서 본 공포 영화들 중 최상위권에 놓은 위치 - [깊은밤 갑자기], [R.E.C.], [28주 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엑소시스트] - 등의 '홀 오브 호러' 자리에 그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당당히 입성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매체에서 꼽은 역사상 최고의 호러무비 리스트 중 2위인 [엑소시스트]를 누르고 이 영화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더라. 이 영화는 실로 대단했다. 정말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 만든 호러무비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아직 못보신 분들이 '아니 슬래셔 무비가 그렇고 그렇지 대단할 게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이 영화를 구해 보시기를 권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슬래셔 무비 공식'을 따르는 영화가 아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살육에 대한 묘사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없다. 이 영화는 '진짜 공포'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레더페이스의 전기톱 단순히 그것 때문만이 아니라는 거다. [13일의 금요일] 류에 익숙해져있어서 '가볍게 슬래셔 하나 보자'는 기분으로 봤다가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일단 설정부터 먹고 들어간다. 사람이 은근하게 느끼는 공포 중 하나인 '낯선이', 그리고 '낯선 장소'라는 기가 막힌 백그라운드는 이미 영화 초반부터 기분을 찝찝하게 만든다. 거기에 사건의 배경이 된 그 고립된 장소가 주던 카리스마적 으시시함을 보라.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나? '조용한 시골에서의 낯선 이에 의한 공포'가 제일 무서운 거라고. 여기에 감독의 뛰어난 테크닉이 가미된다. 비명 지르는 여성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을 한다거나, 시종일관 어두컴컴하고 찝찝하고 조악한 화면에 한정된 라이트 조명이 주던 극도의 텐션감, 그리고 레더페이스가 주인공을 쫓아가는 카메라 워크나 각도 등은 [더 샤이닝]에게 굴욕을 줄 정도다. 거기에 바로 내 목뒤에서 울리는 것같이 계속해서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전기톱 소리까지! '배경+설정+카메라+음향'이 완벽한 조합을 이룬 최고의 공포영화다. 단언하던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모든 공포 영화들의 공식에 이 영화는 절대적 영향을 줬음에 틀림 없다. 단연코 공포영화계의 'Illmatic'이다.  



Tobe Hooper [The Texas Chainsaw Massacre Part 2] (1986)



이것도 용케 구해서 봤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스타일이지만 난 이것도 굉장히 좋았다. 이 영화와 전작의 관계는 마치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1, 2편의 관계와 정확히 빼닮았다. 즉 1편이 정통적인 후덜덜한 호러였다면, 2편에서는 오락성과 코믹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sell out'식의 해석을 해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난 굉장히 현명한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선택을 한 두 감독님의 능력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차피 1편에서의 공포를 뛰어넘지 못할 바에야 아예 방향 전환을 해버리는 게 더 낫지 않나?


하지만 '코믹 잔혹'에 가까운 이 영화도 나 역시는 공포감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역시나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카메라 워크겠다. 이 영화에서의 레더페이스는 공포의 존재라기 보단 약간 짠한 느낌으로 오는데 오히려 이 영화에서 내가 제일 무서웠던 존재는 빌 모슬리가 연기한 레더페이스의 미치광이 형 Chop Top이었다 (알고 보니 1편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쌍둥이 형제라고). 그 라디오 방송국에 찾아왔을 때 보여주던 그 후덜덜한 미치광이 연기는 정말 오금이 시려울 만큼 충분히 공포스러웠으며, 막판에 주인공을 쫓아오는 장면에서도 양팔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관객의 카메라를 향해 기어오는 모습은 주온 귀신 저리가라 할 정도로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갈고리를 라이터불에 달구어 머리를 긁적거리고 떨어져나온 살점을 먹는 모습이라니.........!!! 정말 꿈에서도 보기 싫은 최악의 존재였다. (1편에서도 그 히치하이커가 레더페이스보다 더 최악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