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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io Argento [Phenomena] (1985)

tunikut 2014. 7. 22. 15:14


자신이 나이가 들었음을 확인하는 방법 중에 좋은 것중 하나는 어릴적 너무 너무 무서웠던 공포 영화를 이제와서 다시금 보고, 지금 시점에서 무섭냐 안무섭냐를 판단했을 때 그럭저럭 무섭지는 않고 볼만했다고 느낀다면 나이가 들었음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인데 나에게 바로 이 영화가 그런 식이다. 이 영화는 내 세대라면 한번쯤 누구나 어릴적 티비에서 보다가 무서워했음직한 영화인데, 사실 나 역시도 티비에서 이 영화를 제니퍼 코넬리의 죽도록 아름다운 미모에 이끌려 사로잡혀 보다가 이미 첫날밤씬에 꽥하고 튀어나오는 살해 현장을 보고 더 이상 못보겠어서 채널을 돌려버린 기억이 난다. 


다리오 아르젠토라는 거장 감독의 특징을 아직 나는 잘 모르고 있지만 (조만간 [서스페리아] 관람 예정), 뭔가 어설픈 듯한 구성 등이 감독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사실 구성이나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 싶고, 끝에 반전도 반전이라고 하기도 너무 약한 뭐 그냥 물에 물탄 듯한 반전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분명 다른 데 있다고 보는 게 좋다. 그 중에 하나는 물론 제니퍼 코넬리의 미칠 듯한 미모도 한몫 하겠지만 내 생각에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핵심은 '으스스한 분위기'와 그에 대비되는 '헤비메탈 스코어'가 주는 묘한 느낌이지 싶다. 으스스한 배경음악이 아닌 아이언 메이든, 모터헤드가 들려주는 전형적인 80년대 헤비메탈을 배치했다는 점이 무척 묘한 신선함을 준다. 훌륭한 장면들이 많이 있지만 버스가 떠나가버린 조용한 바람 부는 마을에 홀로 남겨진 여학생의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하는 오프닝씬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가 언제 한번 말하지 않았나? '한적한 대낮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의 공포'가 내가 느끼는 제일 큰 공포 중에 하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