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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우리선희] (2013)

tunikut 2014. 5. 25. 23:43


밑에 [북촌방향]을 보고 곧바로 '홍상수+김상중'의 조합을 한차례 더 경험해보고 싶어 골랐다가 또 한번 쾌재를 부른 영화다. 밑에 [북촌방향]을 '여지껏 본 홍상수 영화 중 최고'라고 얘길 했지만 이 영화는 '여지껏 본 홍상수 영화 중 제일 웃겼던 영화'지 싶다. (강조하건대 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다 보진 못했다. bias 조심.)


밑에 [북촌방향]이 인물 각각의 캐릭터 보다는 분위기 자체에 취하게 만드는 영화라면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인물들 각각의 디테일에 파고 드는 느낌을 주는데, 한편으로는 인물 개개인의 미묘하고 디테일한 심리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묘사해냈다는 점에서 단순히 '진짜 웃기는 홍상수 영화'라는 표면적인 걸 떠나서 '작품성' 측면에서도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하지 싶다. 이전작들보다도 더욱 빈번하게 등장하는 롱테이크가 이런 디테일한 인물 심리를 나타내는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역시나 롱테이크 기법의 특성상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수도 있음직한데, 혹시라도 느꼈을 그 약간의 지루함은 창경궁 엔딩씬의 포복절도 해학으로 말끔히 보상받을 수 있다. 아니 보상을 넘어선 선물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극에 달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주요 캐릭터들 외에도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막 훈훈하게 챙겨주는 아낙네의 모습을 보여준 예지원씨 (난 그녀의 팬이다)나 평소 이미지와 달리 무지하게 찌질하게 나온 이민우씨 연기도 좋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저것 다 떠나서 마지막 10분 엔딩씬 하나만으로도 별 다섯개 만점 짜리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