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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북촌방향] (2011)

tunikut 2014. 5. 25. 23:27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여지껏 본 홍상수 감독 영화 중에 최고지 싶었고, 좀더 과장해보자면 '내 인생의 영화' 뭐 그런 리스트 같은데도 잘하면 넣어줄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꽤나 깊은 인상을 준 영화다. 어찌 보면 이 영화를 봄으로써 이제 드디어 나도 '나 홍상수 감독 진짜 좋아해'라고 당당히 커밍아웃할 수 있게 됐달까. 


이 영화를 통해 홍상수 감독이 천재라는 점을 진정으로 느낀 이유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소름 돋을 정도로 우리네 남정네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그 한 순간을 후집어 파버린다는 건데, 마치 어떤 느낌이냐면 불에 달군 부지깽이로 내 마음 속 한 기억을 푹 찌르고 좌우로 돌리면서 날 고문하는 홍상수 감독의 야비한 미소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우린 모두다 한번씩 있었다. 그 겨울, 그 동네, 그 도서관, 그 골목, 그 술집, 그 담배, 그 여자, 그 키스. 그 기억은 아련한 것일 수도, 달콤한 것일 수도, 뼈저리게 아픈 것일 수도, 소스라치게 소름 돋는 것일 수도 있다. 감독은 그 기억의 조각들을 악몽의 뫼비우스 띠같이 숨막히게 돌아가는 북촌 동네의 미로같았던 며칠의 일화들로 잔인하게 보여줬다. 


p.s. 김보경씨 "친구"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완전 치명적으로 나온다. 송선미와 고현정을 가볍게 발라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