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Guru [Guru’s Jazzmatazz: Volume 1] (1993, Chrysalis)

tunikut 2014. 4. 13. 22:58



01. Introduction

02. Loungin’

03. When You’re Near

04. Transit Ride

05. No Time To Play

06. Down The Backstreets

07. Respectful Dedications

08. Take A Look (At Yourself)

09. Trust Me

10. Slicker Than Most

11. Le Bien, Le Mal

12. Sights In The City



2010 4 19, 힙합 듀오 갱 스타(Gang Starr)의 멤버였던 구루(Guru)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여러 뮤지션들의 사망 소식이 많이 있었지만 구루의 사망 소식은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더불어 가장 큰 충격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여러 해 동안 음악을 들어오면서 그에게 받았던 영향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들고 나온 이 앨범을 듣기 전까지는 힙합과 재즈라는 두 장르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앨범을 통해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까놓고 말해, 구루는 이 앨범을 통해 흔히 말하는 재즈 힙합이라는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진짜 원류를 따져보자면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Doo Bop] 앨범이나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작업물들이 앞선 것일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힙합팬'들에게 재즈와 힙합의 결합을 보여주면서 '재즈 힙합'이라는 스타일이 있다는 걸 각인시켜준 인물로서 구루를 꼽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 재즈마타즈(Jazzmatazz)라는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구루 본인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솔로 앨범 속에 재즈 사운드와 랩을 섞은 것이 아니고, 아예 작정하고재즈 뮤지션들과 본인을 포함한 랩퍼들을 스튜디오에 불러 모아 라이브 형태로 융합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총 4편까지의 재즈마타즈 시리즈가 나왔지만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클래식으로 평가 받는 작품은 바로 이 첫번째가 아닐까 싶은데, "an experimental fusion of hip-hop and jazz"라는 부제 하나만으로도 본 앨범이 가지는 성격과 지위를 잘 나타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후에 나온 재즈마타즈 시리즈에는 재즈 보다는, 보다 인지도 높은 알앤비-소울-힙합 아티스트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에 가장 오리지널인 본 앨범은 그야말로 순수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할 수 있겠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구루가 직접 프로듀스한 베이스음 쿵쿵거리는 훵키한 업템포 브레익비트에 재즈 연주자들의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진 형태이며, 이 가운데 구루의 랩과 게스트 보컬 등이 일체를 이루고 있다. 혹자는 구루의 랩 스타일에 대해 '졸리다' 내지는 '단조롭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물론 듣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지만, 특히나 본 앨범에서의 재즈+힙합 퓨젼 프로젝트에서 내뱉는 그의 베이스톤의 모노토너스(monotonous)한 랩들은 그 자체가 마치 악기처럼 들리며 전체적인 사운드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즈넉한 색소폰 소리와 함께 앨범의 취지를 나긋나긋하게 설명해주는 인트로를 지나면 뮤트기를 씌운 트럼펫음과 씌우지 않은 음을 교차 녹음한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현란한 트럼펫 솔로를 바탕으로 다소 긴장감 도는 90년대 동부 스타일의 비트가 진행되는 "Loungin"이 나온다. 이어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의 시원시원한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와 함께 뉴욕의 대중교통을 묘사한 "Transit Ride"도 주목할 만한 트랙이며 딱 듣는 순간 어느 청자의 귀든 잡아 끌 수 있는 로니 조단(Ronny Jordan)의 훵키한 기타 연주와 디씨 리(D.C. Lee)의 예쁜 보컬이 가미된 "No Time To Play"는 싱글로도 히트를 친 곡이다. 이어지는 "Down The Backstreets"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인데, 다른 곡들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어둡고 슬로우 템포의 브레익비트에 소울 재즈 피아니스트 로니 리스톤 스미스(Lonnie Liston Smith)의 적절한 콤핑과 막판에 전개되는 솔로 연주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또한 이를 이어받아 전설의 비브라폰 연주자 로이 에이어스(Roy Ayers)의 바이브 연주가 구루의 비트와 맞물려 그루브감을 선사하는 "Take A Look (At Yourself)"도 매우 멋지며, 프랑스 엠씨인 엠씨 솔라르(MC Solaar) (구루 사후 논란이 된 인물 솔라(Solar)와 헷갈리지 말자)와 함께 주고 받는 랩과 미치도록 훵키한 비트가 인상적인 "Le Bien, Le Mal"도 반드시 챙겨야 하는 트랙이다. 제일 마지막 곡인 "Sight In The City"는 가사면에서 비교적 밝고 건전한(?)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두드러진 곡인데, 세 명의 인물들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뉴욕 밤거리에서 이유 없이 울고 이유 없이 죽는 어두운 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앨범은 단순히 최초의 재즈 힙합 앨범내지는 재즈 힙합 클래식정도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와 사운드를 담고 있다. 이 한 장의 앨범을 통해 구루는 힙합과 재즈가 어떻게 서로 융합하고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그 음악적 자양분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 주었다.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와 함께 90년대 황금기의 가장 위대한 힙합 팀 중 하나였던 갱 스타의 한 축으로도 분명 구루는 위대했지만, “재즈마타즈라는 힙합-재즈-소울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이끌어나간 활동만으로도 그의 업적은 충분히 빛날 것이다.

 

REST IN PEACE, GURU (1966-2010)




* This post was contributed to: http://hiphople.com/review/206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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