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Isaiah Rashad [Cilvia Demo] (2014, Top Dawg Ent.)

tunikut 2014. 2. 13. 10:11

 

 

01. Hereditary

02. Webbie Flow (U Like)

03. Cilvia Demo

04. R.I.P. Kevin Miller

05. Ronnie Drake (Feat. SZA)

06. West Savannah (Feat. SZA)

07. Soliloquy

08. Tranquility

09. Menthol (Feat. Jean Deaux)

10. Modest

11. Heavenly Father

12. Banana

13. Brad Jordan (Feat. Michael Da Vinci)

14. Shot You Down (Remix) (Feat. Jay Rock & ScHoolboy Q)



올해는 그냥 별 생각 없이 탑 독 엔터테인먼트(Top Dawg Entertainment, 이하 TDE)에서 나오는 앨범만 골라 들어도 '2014년 힙합씬의 큰 트렌드 하나'를 잡을 것으로 예견될 만큼, 올해 기대되는 TDE의 활약상은 이젠 '두려울' 정도다. 그리고 그 황금 라인업의 첫 타석을 수퍼루키인 아세이어 라샤드(Isaiah Rashad)가 차지했고, 이미 공식 데뷔 EP인 이 앨범을 가지고 벌써 안타 치고 2루까지 나가버렸다. 이어서 다음 타자인 스쿨보이 큐(ScHoolboy Q) [Oxymoron]은 벌써부터 3루타 내지는 투런 홈런을 예견하고 있다. 게다가 이어지는 타석은 앱-소울(Ab-Soul)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라고 한다면.. 진심 '두렵지' 않은가? (여기에 블랙 히피(Black Hippy)까지 나온다고 하니, 요실금 패드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아시다시피 라샤드는 남부 테네시(Tennessee) 주의 채터누가(Chattanooga) 출신으로, 비공식 믹스테잎인 [Welcome To The Game] 정도만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도 가장 핫(hot)하다는 서부 레이블 TDE와 계약을 맺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 앨범을 통해 답을 찾아보자.

 

자켓 이미지에서도 느껴지듯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어둡다. TDE라는 레이블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듯이, 서로 다른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지만 레이드-(laid-back)하면서 몽롱한 느낌의 비트는 앨범 전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으며, '편안하다'는 느낌보다는 굴곡되고 뒤틀린 느낌이 더욱 강하다는 점에서 요새 언급되는 클라우드 랩(Cloud Rap) 내지는 90년대 유행하던 트립-(Trip-Hop) 사운드와 닮아있다. 특이한 점은, 비슷하게 레이드-백한 느낌의 비트가 담겨있던 기존 다른 TDE 아티스트들의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조차도 본 앨범은 유난히도 더욱 '몽롱'하고 '싸이키델릭'하다. (특히 "Menthol" 같은 곡은 예전, 프로듀서 댄 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의 프로젝트였던 러비지(Lovage)의 사운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언뜻 생각하면 무미건조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사운드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이 앨범을 그렇지 않게 만드는 주된 요소는 라샤드 특유의 멜로디감과 탁월한 훅 메이킹이다. "West Savannah" "Heavenly Father"에서의 멜로디 위주로 진행되는 팝적인 요소나, 파워 싱글 "Shot You Down (Remix)" "R.I.P. Kevin Miller" 등에서의 단번에 귀에 감기는 훅은 처음 듣는 어떤 청자라도 거부하기 힘들다. 여기에 앨범의 중반부에 자리 잡은 "Soliloquy"에서의 갑작스러운 스크래칭을 동반한 붐뱁(Boombap)은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이다.

 

가사는 어떨까? 주지했다시피 가사는 사운드보다 더 어둡다. 일단 기본적으로 가사에서 느껴지는 라샤드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흔한 여타 랩퍼들과 같이 외향적이면서 스웨깅(swagging)하지 않는다. 반대로 (어떻게 보면 약간 답답한 스타일에 가까운데) 굉장히 내성적, 회의적, 관조적이며 약간의 자기파괴적, 우울증적 성향까지 보인다. 또한 굉장히 철학적이며 종교적이다. 쾌락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일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는 특이하지 않으나, 문제 의식을 표출하는데 있어 직설적이기 보다는 비꼬는 듯한 사카즘(sarcasm)적인 태도를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는 점이 다르다. 흔한 소재인 현실과 인종주의에 대한 얘기를 할 때에도 이것들에 대한 지독한 혐오를 굉장히 비꼬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죽는 것은 큰 위안이며 위대한 탈출("Ronnie Drake")이지만, 천국에서까지도 흑인은 환영받지 못할 것("Tranquility")이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어릴적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해서도 여러 곡들("Hereditary", "Soliloquy", "Heavenly Father", "Banana")을 통해 극단적인 증오심을 표현하는데, 여기에서도 아버지의 과오가 자신에게 되물림되는 것을 '가르침'이라고 비아냥("Hereditary")거린다.

 

그러다보니 그가 표현하는 '스웨거(swagger)'의 방식도 독특하다. , 자신이 잘났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예를 들어, "난 너무 어리고 거칠기 때문에 아직 구원자가 될 수 없어("Modest")"라던지, "난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만큼의 리더가 되지는 못해("Tranquility"), 혹은 "난 큰 돈을 만지기에는 너무 어려("Banana")"와 같은 예들에서처럼, 이미 '자신은 구원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남들도 자신을 리더로 이미 인식하고 있고, 큰 돈을 만지고 있다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약간은 거들먹거리는 겸손으로) 반어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아세이어 라샤드. 굉장히 씨니컬한 사람이다.

 

본 앨범의 또 다른 주요 테마 중에 하나는, 그가 서부 레이블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자신의 뿌리가 '남부'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선배 서던 랩퍼들에 대한 한없는 오마쥬와 향수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Webbie Flow", "R.I.P. Kevin Miller", "Brad Jordan" 등과 같은 제목들에서 느껴지듯, 마스터 피(Master P), 쥬버나일(Juvenile), 스카페이스(Scarface), 아웃캐스트(OutKast), 웨비(Webbie), 릴 웨인(Lil Wayne) 등의 서던 랩퍼들에 대해, 여러 곡들에 걸쳐 샤웃 아웃(shout out)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이렇듯 '리리시스트'로서 뛰어난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으나, 켄드릭 라마처럼, 한 가지 테마를 두고 그것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제 갓 데뷔한, 그것도 EP. 많은 팬들이 얘기하듯이, 지금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며 서서히 발전해 나간다면, 분명 켄드릭 라마 못지않은 괴물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모나 이미지도 다른 TDE 멤버들에 비해 어째 켄드릭과 좀 비슷하지 않나



* This post was contributed to: http://hiphople.com/review/1844820 

(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uncut, un-edited version으로 HipHopLE.com에 올라온 글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