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Jay Dee aka J Dilla [Welcome 2 Detroit] (2001, BBE)

tunikut 2014. 2. 10. 14:12



1. Welcome 2 Detroit

2. Y’all Ain’t Ready

3. Think Twice

4. The Clapper (Feat. Blu)

5. Come Get It (Feat. Elzhi)

6. Pause

7. B.B.E. (Big Booty Express)

8. Beej-N-Dem Pt. 2 (Feat. Beej)

9. Brazilian Groove (EWF)

10. It’s Like That (Feat. Hodge Podge & Lacks)

11. Give It Up

12. Rico Suave Bossa Nova

13. Featuring Phat Kat

14. Shake It Down

15. African Rhythms

16. one




제이 딜라(J Dilla)의 음악적 커리어는 그룹 슬럼 빌리지(Slum Village)의 멤버 및 타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서로서 '제이 디(Jay De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전반부와,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제이 딜라'라는 이름의 솔로 아티스트로 주로 활동하던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이 앨범은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처음 발표한 데뷔 앨범이다.

 

이 앨범이 발매될 당시에는 팬들은 물론이고 평단에서조차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모든 이들이 '제이 디'의 음악을 기대했는데 정작 그는 '제이 딜라'의 음악을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얘기하자.) 하지만 이 음반 역시 발매 당시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다시 들어보면,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그 안에 수록된 곡들 하나하나의 퀄리티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앨범은 특별한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 먼저, 일본의 디제이 크러쉬(DJ Krush)를 시작으로, 디제이 셰도우(DJ Shadow)에 의해 촉발된 인스트루멘틀 힙합(instrumental hip hop), 혹은 '비트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는 힙합' 90년대 말 당시 유행하던 트립합(trip hop)과 맞물려 주로 록이나 댄스 뮤직 팬들 사이에서 향유되어 오다가, 본격적으로 '힙합팬'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도록 만든 BBE 레이블의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미국 본토는 물론 국내의 힙합팬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효시적인 앨범이라는 것. (이후 이 시리즈는 [PeteStrumentals]의 발매를 통해 최고의 인지도를 얻는다.) 또 하나는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제이 디가 '제이 딜라'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앨범이기도 하고, 그의 솔로 커리어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는 의미도 있다.

 

두번째 의미를 이어가 보면, 레이블에서 처음 딜라에게 앨범을 만들 당시, "당신이 하고 싶은 마음대로 해봐라."라고 주문을 했다고 하고, 이에 대해 딜라는, "오 그래? 좋아 그럼!"의 자세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 앨범의 의도를 가만히 상상해보면, 딜라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의욕이 넘치고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린, '가장 그다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딜라 생전의 솔로 앨범들로는, 이 앨범과 함께, [Ruff Draft], [Jay Love Japan], [Donuts], 그리고 [The Shining]이 있다. 그런데, [Ruff Draft] [Jay Love Japan] EP였고, [Donuts]힙합 솔로 앨범이라기 보다는 샘플링을 이용한 꼴라쥬 컨셉트로 만든 앨범이었으며, [The Shining]은 사후 카림 리긴스(Karriem Riggins)에 의해 완성된 앨범이었다. 다시 말해, 본 앨범은 딜라가 살아 있을 때 '직접 기획해서 만든 유일한 솔로 힙합 정규 앨범'이라는 게 된다.  

 

이러한 의미들을 놓고 봤을 때 본 앨범은 시기적으로도, 사운드적으로도 초기와 후기 딜라 음악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플레이를 시작하면, 너무나도 유명한 인트로 트랙인 "Welcome 2 Detroit"의 더티(dirty)한 사이키델릭 기타음과 함께 딜라의 샤웃 아웃(shout out)이 나온다. , 화끈한 인트로가 끝났고, 두번째 트랙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비트에 빠져보자! 라고 하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아니, 범핑(bumping)하는 강렬한 힙합 비트를 기대했는데, 이게 왠.. 당시에 이 음악을 들은 청자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했다. 그 동안 '제이 디'로서 들려준 깔끔한 '브레익비트'를 기대했다가 이 요상한 드럼에 의아해 한 것이다. 이 비트는 흔히 말하는 '오프 비트(off beat) 하이햇'. , 전통적인 '쿵쿵딱'이 아닌 '쿵ㅊ닥'하는 식의 변박으로 진행이 되는 건데, 사실은, 이 비트들은 이미 슬럼 빌리지의 데뷔 시절부터 그가 자주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단지 대중들에게 알려진 그의 음악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이 스타일이 낯설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앨범 대다수의 곡들에서 이 변박스런 비트들이 난무하는데 여기에 역시나 딜라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고밀도의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베이스라인과 딜라가 직접 연주해 넣은 건반음 등이 묘한 시너지를 일으켜 마치 앨범 커버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환각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우리가 흔히 딜라의 음악을 한 단어로 표현할 때 '몽롱하다'라고 하는 것이 이런 사운드를 말한다. 여기에 게스트로 참여한 드웰레(Dwele)의 트럼펫 연주("Think Twice") 및 싸이키한 기타 솔로("Brazilian Groove (EWF)")는 이러한 효과를 더욱 증폭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중간 중간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후반기 딜라 스타일을 언뜻 비추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그가 어릴 때부터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사운드였다고 하는 "B.B.E. (Big Booty Express)"에서와 같은 퓨쳐리스틱(futuristic)한 전자음이나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Rico Suave Bossa Nova"에서의 브라질리안 사운드 등이 그런 역할을 한다.

 

앨범 타이틀에서 느껴지듯, 고향인 디트로이트 출신의 게스트와 랩퍼들을 기용한 힙합 트랙들 역시 주목할 만한데, 오랜 파트너인 팻 캣(Phat Kat)을 비롯해서 역시나 딜라와 친분이 깊은 프랭크--댕크(Frank-N-Dank)나 엘자이(Elzhi) 등이 담당한 랩 트랙들은, '힙합 앨범'으로서의 본 앨범의 정체성을 잘 유지해주고 있으며, 이중 특히, 앞서 말한 딜라 특유의 오프 비트를 타고 훌륭한 엇박 플로우를 들려주는 딜라의 랩은 "Give It Up"을 앨범 내 베스트트랙으로 만드는데 손색이 없다

 

해마다 설을 쇠고 나면 추운 날씨, '올해는 어떻게 보낼까'하는 걱정, 당분간 없을 연휴의 부재 등과 함께, 어떤 힙합팬들에게는 마음 한 곳을 싸늘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데 그건 아마도 제이 딜라의 부재일 것이다. 그는 '아까운 죽음'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는 아티스트 중 하나였고, 살아 있는 동안 청자, 평단, 동료들로부터 일관된 찬사를 받은 좀처럼 보기 힘든 존재였다.



* This post was contributed to: http://hiphople.com/review/1827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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