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Ill Bill [Howie Made Me Do It 3] (2013, Uncle Howie)

tunikut 2014. 1. 2. 23:40



01. My Uncle Shoots Heroin (Original Demo)

02. 14 Years Of Halftime (Feat. Riya & Q-Unique)

03. People Up on It

04. Deadly Sins (Feat. Vinnie Paz, Reef The Lost Cauze, King Magnetic & Doap Nixon)

05. The Realest (Feat. Slaine)

06. Goonsday

07. L’amour East Redux (Feat. Flatbush Zombies)

08. Throwback Jersey (Feat. La Coka Nostra)

09. The Walking Dead (Feat. Ruste Juxx, Guilty Simpson & Shabaam Sahdeeq)

10. Golden Casket (Feat. Vinnie Paz & King Syze)

11. Ricky Kasso

12. Brooklyn Cats (Feat. Steven King)

13. Opium Business

14. Canarsie High (C-Lance Remix)

15. Clarity (Feat. Vinnie Paz & J-Love)

16. Corrupt (Feat. Trinity & Immortal Technique)

17. Reel Wolf: The Underworld (Feat. Tech N9ne, Vinnie Paz, Slaine, Army Of The Pharaohs, D12, Goondox, King Gordy & Sid from Slipknot)

18. When I Die (Og Version)

  

 

대학 시절 나름 나르시스적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던 어느 까무잡잡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분홍색 후드티에 연두색 남방을 걸치고 등교한 걸 보고 경악을 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 친구 입장에선 상당한 고심 끝에 짜낸 코디였다고 본다면, 그 나름의 독자적 예술 감각은 인정을 해줘야 할래나? 뭐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아왔다. 그런 차에, 일 빌(Ill Bill)의 최근 신보 [The Grimy Awards]의 민망했던 자켓을 보고 설마 일 빌도..?’ 했다가, 얼마 전 발매한 새 앨범 [Howie Made Me Do It 3]의 아트웍을 보고서는 일 빌 역시도 자켓 아트웍에 대한 나름의 독특한 예술적 취향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됐다. 이건 무슨 ''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허접함이니, 최근 엘이 리뷰란에 올라온 앨범 자켓들의 '무채색' 행진에 그나마 '유채색'의 변화를 줬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싶다.

 

잡설 집어치우고, 자켓에 등장한 저 인물은 바로 엉클 하위 (Uncle Howie), 넌픽션(Non-Phixion), 일 빌, 그리고 네크로(Necro)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지금은 사망한, 일 빌과 네크로의 삼촌이다. 일 빌은 이후 지속적으로 그에 대한 추모의 메세지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본 앨범에서도 역시 그런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이 앨범은 사실 정규작은 아니고 흔히 말하는 레어리티즈 컴필레이션 (rarities compilation), , 미발표곡, 피쳐링 참여곡, 리믹스 및 신곡 등등을 모아놓은 것으로 2003년부터 발매해온 'Howie Made Me Do It' 시리즈의 세번째 연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록곡 중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오프닝곡 "My Uncle Shoots Heroin (Original Demo)"이다. 원래 2 [The Hour Of Reprisal]에 수록된 "My Uncle"이라는 제목의 싱글이었는데, 곡 자체가 원체 강력한 업템포의 하드코어 랩곡이었기 때문에 '(당시 살아있던) 엉클 하위에 바치는 헌정곡'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곡이었다. 그런데 이 앨범에 실린 정말 '원래의' 데모곡의 비트는 다소 멜랑콜리하며 일 빌의 랩톤 역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톤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엉클 하위 사후에 듣는 이 '원래의' 데모곡이 더욱 묘한 쓸쓸함을 준다는 점이 상당히 (역설적이지만) 적절하다. 역시나 엉클 하위 추모곡인 "When I Die (Og Version)" (원곡은 3 [The Grimy Awards] 수록) 역시 앨범의 제일 끝에 자리잡고 있어 본 앨범 전체의 기본 테마를 하나로 묶어준다고 할 수 있는데, 앨범 버젼의 피트 락(Pete Rock)의 비트와는 달리, 약간 어쿠스틱한 느낌과 80년대 클래식 록(classic rock)의 코러스를 이용한 레트로적 느낌이 가미되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일 빌은 어떻게 보면 '구닥다리'라고 치부될 수 있는 80년대 록/메탈 밴드 느낌의 샘플/훅들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유니크하다.)

 

이러한 레트로적 감성은 미발표곡인 "People Up on It" 80년대 스타일의 신스(synth) 비트에서도 느껴볼 수 있으며 그 밖의 미발표곡들로 일 빌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전형적인 묵시록적 느낌의 번개송 "Goonsday", 초창기 넌픽션 시절의 (마치 비-리얼(B-Real)을 연상시키는) 코맹맹이 스타일의 랩을 만나볼 수 있는 번개송 "Opium Business"도 체크해봄 직 하다. 신곡 "Ricky Kasso"는 일 빌 본인이 직접 프로듀스한 (일 빌은 매우 뛰어난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의 리드 싱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짝 [Kill Devil Hills] 앨범에서의 디제이 먹스(DJ Muggs) 스타일의 공중을 부양하는 듯한 붕뜬 느낌의 비트가 인상적이다. 한 벌스로 이루어진 짧은 곡이지만 리드 싱글로 손색이 없다.

 

어디 보자.. 또 뭐가 있냐.. 사실 이 앨범의 청취를 가장 즐겁게 하는 요소들은 여타의, 비교적 덜알려진 언더그라운드 피쳐링 트랙들이다. 알스니스츠(Arsonists) 2001년 컴필레이션 앨범 [Past, Present, And Future]에 수록되었던 "14 Yrs Of Rap"을 리믹스한 "14 Years Of Halftime"은 가장 먼저 청자들의 경추 관절 운동을 시켜줄 곡으로 일 빌의 실제 딸인 라이야(Riya)가 인트로 shout-out을 해주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Deadly Sins"는 비니 패즈(Vinnie Paz) 2012년 믹스테잎 [The Priest Of Bloodshed] 수록곡으로, 불길한 느낌의 피아노 루프가 전형적인 하드코어 힙합팬들의 귀에 은혜를 베풀어줄 것이며, 특히나 일 빌의 벌스와 함께 돕 닉슨(Doap Nixon)의 이름처럼 도프한 벌스가 인상적인 앨범 내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이다. 곧바로 이어지는 "The Realest" 역시 베스트 트랙 중 하나로, 도입부 슬레인(Slaine)의 무자비한 벌스와 스투 뱅어스(Stu Bangas)의 사이킥한 비트가 잘 어우러진 멋진 하드코어 힙합곡이다. 스투 뱅어스와 밴더슬라이스(Vanderslice)의 합작 앨범 [Diggaz With Attitude]에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 2010년작 [Rise Up]에 수록되었던 비-리얼 프로듀싱 곡 "K.U.S.H."의 비트에 랩을 얹은 "Thorwback Jersey", 랩퍼 러스티 적스(Ruste Juxx)와 프로듀서 더 아키타잎(The Arcitype)의 합작 앨범 [V.I.C.]에 수록된, 길티 심슨(Guilty Simpson)의 벌스가 기억에 남을 만한 "The Walking Dead", 그리고 D.I.T.C. A.G.와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의 사닷 엑스(Sadat X)의 프로젝트인 트리니티(Trinity)의 앨범에 수록되었던 "Corrupt" 등도 (NZA님의 표현을 빌자면) 여러분들의 스피커를 찢어놓을 것이다. 여기에 덤으로 올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하드코어 파씨 컷(posse cut) 싱글 리얼 울프(Reel Wolf) "The Underworld"도 잊지 않고 실어줬으니 너무나 러블리(lovely)하다.

 

워낙에 초전박살 단순무식 조져주는 곡들의 행진이다 보니 처음부터 쭉 들으려면 다음날 집앞 이비인후과 외래 예약을 해야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일 빌의 팬이라면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할 소중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며, 그밖의 하드코어 힙합팬이라도 꽤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묻힐까봐 한번 소개해봤다.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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