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Eminem [The Marshall Mathers LP 2] (2013, Aftermath)

tunikut 2013. 11. 12. 15:48


01.   Bad Guy

02.   Parking Lot (Skit)

03.   Rhyme Or Reason

04.   So Much Better

05.   Survival

06.   Legacy

07.   Asshole (featuring Skylar Grey)

08.   Berzerk

09.   Rap God

10.   Brainless

11.   Stronger Than I Was

12.   The Monster (featuring Rihanna)

13.   So Far…

14.   Love Game (featuring Kendrick Lamar)

15.   Headlights (featuring Nate Ruess)

16.   Evil Twin

  

 

(들어가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다 보니 글이 굉장히 길어졌네요. 우선 이 점 먼저 사과 드리고, 열심히 썼으니, 커피 한잔 하시면서 차분히 읽어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꾸벅! - 글쓴이 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온라인 상의 닉네임이 있다. 하지만 당연히 본명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닉네임은 잠시 버리고 자신의 본명 옆에 'LP'를 살며시 붙여보자. 그리고 그 타이틀로 음반을 발표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마음가짐이 드는가. 그 느낌이 결국 이 리뷰하기 어려운 앨범 [The Marshall Mathers LP 2 (이하 MMLP2)]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접근법이다. 왜냐면, 우리가 흔히 에미넴(Eminem), 마샬 매더스(Marshall Mathers) 혹은 슬림 셰이디(Slim Shady) 등의 다양한 얼터 에고(alter ego)로 부르는 이 디트로이트 백인 랩퍼의 본명은, 언제까지나, 그냥 마샬 매더스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이 앨범을 이미 많이 들었고 많이 이야기했다. 어느 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는 표면에 보여지는 결과물을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도 있지만, 아티스트의 의도 혹은 메세지 등을 느끼면서 감상하는 것이 보다 그 작품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렇다면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자.

 

"에미넴은 이 [MMLP2] 라는 앨범에서 뭘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에미넴이 뭐 날품팔이도 아니고 앨범 하나를 아무 생각없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다 같이 음악을 감상하는 입장에서 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접근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일단 에미넴이라는 랩퍼는 자신이 진짜로 원하고, 하고 싶은 말과 음악을 해야 성이 차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강요 당하거나,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된다거나, 그런 유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갈구는 스타일이다. 그가 [Encore] [Relapse]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Recovery]에서는 진짜로 좀 정신차리고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성이 차게' 쏟아낸 앨범이었고 이번 [MMLP2]에서는 완전히 지금 현재 상황에서 그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해버린 거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앨범이야 말로 굉장히 '비상업적' 앨범이 아닐까? (나중에 얘기하자.)

 

그렇게 속 마음 상태를 감추지 못하는 무수결정같은 랩퍼 에미넴이다보니 줄줄히 발표하는 앨범 마다 그의 심리가 아주 짙게 녹아 들어가 있었고, 우린 그 솔직한 목소리 하나하나에 열광해왔다. , 우리는 "Encore-약물 / Relapse-극복 / Recovery-회복"의 상태에서 각각의 앨범들이 만들어졌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정작 앨범 속에 들어가있는 가사나 메세지들은, 신기하게도 하나씩 뒤로 밀리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 [Relapse]에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던 '약물'들에 대해 노래했었고, [Recovery]에서는 그 고생을 '극복'하고 이제 막 회복의 단계로 들어선 과정들을 노래했다. 이는 사실 당연하다. 앨범이 발표할 시기에 그 타이틀을 이름 짓고 발표하지만 정작 거기에 담긴 내용들은 그 '동안'의 심리 상태이기 때문이다. 눈치채셨으리라. 그렇다. 이 새 앨범 [MMLP2]에는 진정으로 그가 '회복'된 상태가 반영되고 있다. 순수결정체같았던 첫 앨범 [Infinite]의 마음 상태로 그 기나긴 신파 드라마같은 여정을 한바퀴 삐잉~ 돌아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판단일까?

 

쉽게 말해,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에미넴은 비교적 마음이 편했던 것처럼 보인다. (물론 굉장히 열심히 공들여 작업했겠지만 내 얘기는 그의 심리상태 말이다.) 왜냐하면 에미넴은 기분이 좋을 때 자신이 직접 프로덕션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두 앨범에서와 달리 이번 앨범에 프로덕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Fuck it. 뭐 이건 농담이고, 이미 지난 [Recovery]에서 그는 과도하리만치 '난 이제 씻었다. 깨끗해졌다.'를 강조했기 때문에 그 심리 상태를 밑바탕으로 두고, 인간 관계면에서도, 전 부인 킴(Kim)에 대해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심적 고백을 했고,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Royce Da 5'9")과도 화해를 하고 합작 앨범을 발표하는 등.. 자신을 괴롭히던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고통을 거의 대부분 걷어낸 상태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마음이 편했겠나?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이 앨범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숙제였던 '어머니'에 대한 갈등을 용감하게 씻어버림으로서 완전한 상태의, 진정한 '회복'을 만끽하게 된다. (에미넴이 이제 편안해진 게 싫은가? 난 좋다.)

 

그렇게 '회복'된 상태의 에미넴은 릭 루빈(Rick Rubin)을 찾아간다. 릭 루빈의 선()을 보고 마음을 정화시킨 에미넴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 [Yeezus]에서 그랬듯, 그가 선사한 '올드 스쿨 뮤직'의 자양분을 끼니 삼아 신(God)의 경지에 오르는 포스를 얻게 된다. (실제로 에미넴은 "Rhyme Or Reason"에서 릭 루빈을 요다에 비유하고 있다.) 첫 싱글 "Berzerk"를 노이지한 올드 스쿨 힙합으로 버무린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So Far..."에서 80년대 하드 록(Hard Rock)의 문법(인트로-브릿지-코러스)을 그대로 랩에 뻔뻔스럽게 대입시킨 걸 넘어, "Love Game"에서 60년대 서프 뮤직(Surf Music)까지 끌어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너무나 유명한 60년대 올드팝송 "Time Of The Season"을 그대로 샘플링한 "Rhyme Or Reason"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다른 프로듀서들의 곡들도 마찬가지. 앨범의 대표적인 발라드 넘버 "Stronger Than I Was" "Headlights" 역시 전형적인 80년대 신스-발라드 혹은 엘튼 존(Elton John) 스타일의 피아노 넘버들을 연상케 한다. 에미넴의 보컬이 고음에서 노홍철을 연상시킨다는 점만 빼고는 멋진 빈티지 발라드들이다. 좀더 나가면 "The Monster"의 후렴구 비트 역시 80년대 신스팝에 어느 정도는 지분을 두고 있다. 80년대는 에미넴의 10대 시절. 그 시절의 사운드를 통해 에미넴은 본인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얻길 바란 것 같다. 이 사운드들은 팬들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본인 마샬 매더스를 위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 싶다.

 

그러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앨범 내 균형'을 중시하는 에미넴 답게 냅다 올드한 사운드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에스원(S1), -페이지스(M-Phazes), 그리고 시드 롬스(Sid Roams)와 같은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들의 활약인데 이들이 참여해 앨범의 앞뒤를 장식한 "Bad Guy" "Evil Twin"이 주는 '힙합 대서사시'의 아우라는 처음 이 앨범을 들은 리스너들의 귀를 가장 사로잡을만 하다. 또 짧은 피아노 샘플을 반복시켜 전개하면서 힙합의 전통적인 그루브감을 살린 에미넴 프로듀싱의 "Brainless"나 덥스텝(Dubstep)의 느낌까지 차용한 알렉스 다 키드(Alex Da Kid) "Asshole" 등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트렌디한 트랩 뮤직 "Rap God"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밖에도 멜랑꼴리한 다운템포 "Legacy"나 디제이 칼릴(DJ Khalil)의 예의 헤비한 "Survival" .. 앨범은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사운드를 담고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전형적인 '퓨어 힙합'이라고 느껴질 만한 트랙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트랙들은 모두 훌륭하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하게 하나로 확 끌어당기는 구심점과 같은 느낌이 없이,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앨범의 가장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트랙들의 배치가 완급 조절이 매우 잘돼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듣다보면 금방 익숙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에미넴이 '편하게' 제일 하고 싶었던 음악들을 제한 없이 해버렸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오히려 '비상업적' 성격에 더 가깝다. (물론 "Survival" "The Monster"에는 약간의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들지만.)

 

,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화장실 또 다녀오세요. Ken 조심하시고) 에미넴의 입장 정리로 가보자. 일단 사실은 청자의 입장에서 에미넴의 곡들은 [Recovery] 이후부터는 왠지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면 이제는 독거노인이긴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이 됐고, "나 이제 딸들 키우면서 다시는 고생 안하고 살 거야!"라고 인간적으로 정식으로 선언했기 때문. 뭔가 우여곡절 끝에, 앨범 속에 숨은 그의 '신실한' 목소리에 공감하고 울었었는데 이젠 솔직히 별로 우리가 울 게 없다. 오히려 이번 앨범은 그가 현재의 자신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고 보는데, 당장 "The Monster"를 보라. "The Way I Am" 같았으면 난리발광 울부짖었을 그가, 같은 사생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차분하고 담백하게, 그리고 심지어 끝에 가서는 '이 모든 걸 수용하고 그냥 이렇게 살란다'라고 하지 않는가. 한술 더떠 "So Far..."에서는 이 문제를 아예 시트콤식 유머로 풀어버리고 있다. 한편으로, 그도 현재의 자신은 최고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Rap God"에서 "난 예전처럼 큰 존재는 아냐"라고 인정하지만, 그 문제를 오히려 "Stronger Than I Was"처럼 고난을 이겨냈기 때문에 "하지만 난 예전보다 강해"라고 돌려서 풀어낸다. 아내의 불륜 상황에 대해 "Guilty Conscience" "Kim" 같이 완전 흥분모드로 난리를 치던 그가, "Love Game"에서는 똑같은 상황을 가벼운 코믹 터치로 얘기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무척 놀랍다. "Brainless"는 또 어떤가. 예전의 "Brain Damage" 같았으면 "그래 나 무뇌아야. 울 엄마가 이렇게 키웠어. 그래서 이 꼴이야." 그랬었던 그가 같은 주제를 놓고, "날 무뇌아로 키운 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난 성공하고자 머리를 쓸 수 밖에 없었어. 근데 결과적으론 무뇌아로서의 내가 돈이 됐어 (따지고 보면 엄마가 날 성공시켜준 거야)."라고 기가 막히게 승화시킨다. 여기서 더 나가 "그래 내 두개골 속이 비어있는 덕분에 난 아이디어와 라임들을 그 속에 저장할 수 있어."라고 멋진 펀치라인으로 마무리 짓는다.

 

한편 언제나 그랬듯 ''에 대한 그의 일편단심은 여전하다. "'Till I Collape", "25 To Life" 등의 곡들에서부터 이어온 '죽을 때까지 랩을 하겠다'는 의지는 본 앨범의 "Rhyme Or Reason", "Survival"에서 여전히 주요한 메세지로 작용하고, 비교적 차분하게 전개되는 앨범 분위기 가운데서도 그가 "Bad Guy"와 더불어 유이하게 '진짜로' 흥분하는 "Legacy"에서는 '날 무시하던 놈들, 이제 내 랩 유산을 존중하고 내가 걸을 때 날 숭배해!'라며 엄포를 놓는다. 마침내는 그 동안 에미넴의 랩가사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웩(swag)"이라는 것을 그는 "Rap God"을 통해 제대로 보여준다.

 

, 그럼 슬림 셰이디는 어떻게 된 걸까? 애시당초 마샬 매더스와 슬림 셰이디의 구분은 별로 중요치 않으며, 둘 중에 하나가 어디 간적도 없다. (심지어 [Recovery] 속의 가사 중에도 여전히 슬림 셰이디는 종종 등장한다.) 어디 간적이 없기 때문에 돌아왔다는 개념도 없다. 따라서 이 앨범은 마샬 매더스와 슬림 셰이디의 배틀 한판도 아니고, 잠자고 있던 슬림 셰이디를 다시 소환한 앨범도 아니다. 그저 단순하게 정확히 [The Marshall Mathers LP (이하 MMLP)] 즈음의 '에미넴'의 모습을 소환했다. 일단은, 에미넴의 '올드'팬의 입장에서는 반가워할 요소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시곳곳 등장하는 [MMLP]의 패러디들도 그렇지만 (매니저 폴(Paul)의 강력한 권유였다고 하는데) 고함치던 목소리톤이 예전에 가깝게 중저음으로 돌아왔다는 점,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원래' 에미넴의 주특기이자 장기였던 '재미(fun)'의 요소를 다시 보여줬다는 게 가장 크다. 이 앨범에서의 셰이디의 페르소나는 예의 "So Much Better"에서 "- - - 레즈비언!!!"이라고 개버릇 못고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Love Game"에서 그녀를 시멘트 바닥에 바디슬램해버리기도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이것들이 진정 속에서 끓어 나오는 분노라기 보다는 '연출된 셰이디'로서 '재미'적 요소를 위했다는 점이다. 추후 발매될 앨범들에서도 이런 식의 '연출된 셰이디'의 재미적 요소들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언제나 (자의든 타의든) "Asshole"이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So Far..."에서는 셰이디가 아닌 매더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음을 인증해준다.

 

, 다들 느끼시겠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랙은 "Bad Guy", "Evil Twin", 그리고 "Headlights".

 

"Bad Guy"는 앨범의 첫 곡이지만 사실상 이 앨범 전체의 기본 테마를 반영하고, 앨범 전체를 끌어가는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곡이다. 물론 "Stan 2"의 컨셉으로 과거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로도 충분하지만, 자신이 과거에 행했던 모든 업보 혹은 그로 인한 현재의 불안한 심리 모두를 매튜 미첼(Mathew Mitchell)에 투영하여, 그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죽임으로써 새로 거듭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회한'의 테마는 결국 (실질적인 앨범의 엔딩곡인) "Headlights"에서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들 중에 가장 심했던어머니에게 마음을 열면서 빛을 발한다. “엄마에게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말했으니, 이제 모두 괜찮아졌어. 그리고 이젠 죽는 게 두렵지 않아."라고 용감하게 털어놓는 이 곡은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어떠한 감성적인 곡들보다도 단연코 가장 돋보이며, 그의 기나긴 여정의 끝을 마무리함에 있어서, 마치 드라마의 해피엔딩과 같은 깊은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 그리고 이어지는 "Evil Twin"은 마치 호러 혹은 스릴러 영화의 흔한 엔딩 기법처럼, 해피엔딩의 크레딧이 올라온 후 나오는 반전 같은 곡으로, 곡 자체가 그의 악당 캐릭터 슬림 셰이디에 대한 찬가이며 전형적인 고전 슬림 셰이디 스타일의 언어 유희와 펀치라인의 향연을 보여준다. 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의 걸작 [good kid, m.A.A.d city]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을 "m.A.A.d city"의 말미에 터져나오는 클래식 쥐펑크 사운드라고들 꼽듯이, 곡의 후반부에 '리얼' 슬림 셰이디의 "Hi!"라는 인사와 함께 이어지는 정말로 오랫동안 듣기 힘들었던 [The Slim Shady LP] 시절의 고전적 셰이디 플로우는, 올드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앨범의 가장 황홀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미넴의 다음 앨범이 [The Slim Shady LP 2]될 것을 암시하는 곡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 그럼 이제 글의 맨 처음에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이 앨범은 마치 김구라와 비슷하다. 에미넴이 들려 주고자 했던 바는, 그 동안 약물로부터 건강을 되찾았듯이, 이젠 과거에 자신이 행한 모든 업보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받고자 하며, 길었던 "에미넴-슬림 셰이디-마샬 매더스" 커리어의 '첫번째 장'을 이제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절의, 자신이 가장 논란의 중심이었으며 동시에 인기의 최절정을 맛봤던 시절의 앨범 [MMLP]에 대한 스스로의 오마쥬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혹은, 그 시절로 다시 타임머신을 타듯 방문하여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티저 홍보 이미지에서 예전에 살던 집 문앞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다시 한번 "Headlights"의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So, I'm coming home tonight…" 그의 얼굴 표정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모습이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해 보인다.

 

 

앨범을 들으며 한편으로, 내스티 나스(Nasty Nas) 캐릭터의 향수를 되살려, 삶을 관조했던 나스(Nas)의 최근작과 좀 유사하다는 생각도 해봤다. 어쩌면 [Life Is Good]의 에미넴 버젼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앨범을 처음 딱 들었을 때는, ", 뭐 이래?"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자꾸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에미넴의 돌아온 랩톤이나, 가사 속 언어 유희와 신실한 메세지,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 등 이 앨범은 가만히 보면, 우리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뿐이지 그다지 흠잡을 만한 구석이 별로 없다. 이 앨범이 [The Eminem Show]의 다음 작품으로 발매됐다고 가정해보자. [The Eminem Show]에 비해 과연 많이 뒤떨어지는가? 그래 뭐 뒤떨어진다고 하자. 하지만, 초창기 에미넴은 범접하기 어려운 또라이였고, 슬럼프 이후엔 범접하기 어렵게 사람이 심각해졌었는데, 이 앨범에서부터는 왠지 에미넴이 푸근하고 친근하며 귀엽지 않은가? (바로 그거야. 그거면 충분하지!)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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