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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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ie Hancock [Maiden Voyage] (1965, Capitol/Blue Note)

tunikut 2013. 8. 28. 10:44

 


1. Maiden Voyage

2. The Eye Of The Hurricane

3. Little one

4. Survival Of The Fittest

5. Dolphin Dance

 

 

실은 정말로 꼭 한번쯤 감상문을 써보고 싶은 앨범이 이 앨범이었습니다. 뭐 너무 유명한 앨범이라 이 앨범에 대한 정보 등등은 여러 다른 매체나 싸이트를 통해 알 수 있지요. 금세기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 허비 핸콕 (Herbie Hancock)의 초창기 명반으로 그의 전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걸작인 동시에, 재즈사에서도 손꼽히는 명반이죠. 개인적인 느낌은 흔히 평가되는 정도의 가치보다 약간 더 높게 주고 있는 편인데요, 재즈사 명반 Top 10 안에 들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니까요. ㅎㅎ

 

모달 재즈라는 어려운 용어보다는, 전 그냥 구상 음악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음반 같습니다. 타이틀이나 자켓 이미지에서처럼, ‘바다항해라는 테마를 놓고, 허비 핸콕이 젊은 시절 한판 떠버린 앨범이죠. 역시 음악도 예술이기 때문에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아무리 음악적 지식이 풍부하고 음악사를 줄줄히 꿰고 있어도, 어떤 앨범 하나를 감상하고 그 느낌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건 음악을 들을 이유가 없는 거죠. 아무리 음식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온 세상 온갖 음식들을 다 먹고 섭렵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국의 느낌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요.  

 

앨범은 부푼 꿈을 안고 첫 항해를 시작하는 맑은 하늘과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그리고 갈매기 소리가 어우러져 왠지 모를 벅찬 느낌을 주는 “Maiden Voyage”로 시작해서, 갑작스럽게 만난 폭풍우와 싸우는 “The Eye Of The Hurricane”, 폭풍우가 잦아든 잔잔한 바다를 떠가는 “Little one”을 지나 “Survival Of The Fittest”라는 마지막 최고의 난관을 거쳐, 목적지에 도달하여 다시금 맑은 햇빛과 함께 싱그러운 돌고래의 춤을 보며 미소를 짓게 만드는 “Dolphin Dance”로 끝을 맺는 형식입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입니다만 아마 들어보신 분들은 대부분 이와 유사한 느낌을 가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앨범을 들으면 미치겠어요. 제가 원체 어릴 적부터 산보다 바다를 좋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직장에 근무하는 어떤 동료처럼 바다는 질색이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처럼 바다에 거의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는 사람도 있죠. 저는 기타노 다케시과입니다. 바다, 그리고 물을 너무너무 좋아하죠. 정말로 감수성이 지극히 예민한 상태에서는 어릴적 소풍 가서 봤던 시냇물만 떠올려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니까요. 어릴적 가족들과 갔던 여행, 아니면 학교에서 간 수학 여행에서 본 시냇물, 하천, 호수, 그리고 바다를 떠올려보세요. 전 다른 건 몰라도 바다와 하천, 시냇물 갔던 기억은 아직도 모두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 흐르는 맑은 물, 거기에 얼굴을 쳐박거나 발을 한번만이라도 다시 담궈봤으면 너무 좋지 않을까요? 그 때 그 물을 보며 옆에서 속삭이던 사람의 목소리가 혹시 떠오르나요? 다시는 그 시절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사람과 그것과 똑 같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겠지만, 그 시간을 단 한 순간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것과 바꾸실 수 있겠어요? 그 시절 갔던 그 바다는, 그 호수는, 지금 생각해보니 왠지 그 안에 몸을 던져도 죽지는 않을 것 같지 않나요? 왜냐구요? 너무 포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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