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Mats Gustafsson & Thurston Moore [Play Some Fucking Stooges] (2012, Quasi Pop/Dumpster Diving Lab)

tunikut 2013. 7. 18. 11:56

 

A. Play Some Fucking Stooges!!!

 

 

본 앨범은 전 소닉 유스 (Sonic Youth)의 프론트맨 서스턴 무어 (Thurston Moore)와 스웨덴 출신의 아방가르드 색소포니스트 매츠 구스타프슨 (Mats Gustafsson)의 듀오작으로 2009년 미국 투어 당시에 녹음된 라이브 앨범이다. (참고로 이미 두 분 다 내한 공연을 한 차례씩 가진 바 있다.) 흔히 서스턴 무어의 음악적 커리어는 소닉 유스 및 석장의 솔로 앨범 활동, 그리고 최근의 첼시 라이트 무빙 (Chelsea Light Moving)으로 이어지는 록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로만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밖에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욱 많은 앨범들을 그는 여러 아방가르드-즉흥 음악 뮤지션들과 이미 1990년부터 꾸준히 발표해왔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어찌보면 완벽히 분리된 자아처럼 보이는 것이 록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밴드 음악을 하면서도, 그와 평행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아방가르드-즉흥 음악 앨범들을 최근까지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창작력은 정말 매들립 (Madlib) 저리가라다.

 

한편 매츠 구스타프슨은 바리톤 색스 주자로 기본적으로 색소폰을 이용한 프리 재주를 연주하나, 그의 마인드에 자리잡은 실질적인 음악적 뿌리는 펑크 및 하드코어 음악에 있기 때문에, 여러 록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많이 해온 편이고 이런 그의 성향에 가장 잘 맞은 뮤지션이 서스턴 무어다보니 예전 소닉 유스 시절부터 이 둘은 자주 협연을 많이 하곤 했다. 매츠 구스타프슨이 연주하는 색소폰 소리는 주로 옛날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이 닦아놓은 특유의 닭 울음소리를 많이 차용하는데, 이것이 그 특유의 마초적인 기질과 맞물려 상당히 과격하게 들린다. 또 매츠 구스타프슨 음악의 다른 특징으로는 색소폰 연주뿐만 아니라 노이지한 live electronics를 직접 연주한다는 것인데, 특유의 과격한 색소폰 소리에 곁들여진 악마적인 느낌의 electronic noise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펑크에 기본 바탕을 두고 과격한 기타와 색소폰, 그리고 일렉트로닉 노이즈를 자신들의 주무기로 삼고 있는 이 둘이 만났을 때 들려주는 음악은 어떨까? 뭐 예상 같아선 완전 밑도 끝도 없는 과격하고 시끄러운 소음 덩어리가 나올 것 같지만 예상 외로 이 둘의 시너지는 의외의 서사성을 띠며 청자를 상당히 몰입하게 만든다. ‘즉흥 음악이라는 것은 나 역시도 실제로 라이브를 본 적이 있지만 뭔가 그래도 시놉시스를 좀 짜고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로 즉흥이다. 한 뮤지션이 운을 띠우면 다른 뮤지션이 그걸 받아치고, 서로의 눈빛 혹은 사운드가 들려주는 방향을 교감하고 거기에 순간적으로 맞대응을 하며 이루어지는 연주들이다. 글도 정말로 기승전결 갖춰서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사람이 전위적으로 괴상한 글도 잘 쓰는 것처럼, 이러한 즉흥 연주라는 것도 이미 해볼 것 다해보고, 기본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와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뭐 그냥 맘대로 막 소음 내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태도로 연주를 하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연주에 만족을 못하고 나가 떨어지기 십상이고 그런 태도로 연주되는 즉흥 음악은 청자 역시 공감해주지 못한다. 왠 동네 양아치가 이것은 지랄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날카로운 비평으로 정평이 난 한 비평가가 이것은 지랄이다.’라고 말하는 늬앙스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같다.

 

서스턴 무어의 가느다란 나일론 기타 스트링 소리로 문을 여는 이 앨범은 이 소리에 짧게 받아치며 반응하는 매츠 구스타프슨의 색소폰 소음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마치 곤충 대격돌에서 장수말벌과 왕사마귀의 대결처럼 (여담이지만 아무리 끔찍하게 생긴 지네, 전갈, 말벌, 사마귀가 다 덤벼도 역시 곤충 중에 싸움의 은 착하고 무식하게 생긴 사슴벌레다.) 서로 짧게 짧게 공격하는 듯 주고 받다가, 이내 서스턴의 롱톤 기타 노이즈로 이들의 음악은 심연의 나락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색소폰 연주를 중단한 구스타프슨의 지옥과 같은 일렉트로닉 노이즈가 전반적인 앨범의 밑바탕을 깔고 진행된다. 이에 상응하는 듯 서스턴의 기타도 지속적인 롱톤 노이즈로 지옥과 연옥을 넘나드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다가, 문득 서스턴의 기타톤이 퍼지 (fuzzy)해지기 시작하면서,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구스타프슨의 색소폰이 마치, 지옥의 황소와 같은 소리를 내며 돌아와 최후의 발악을 하게 되는데 이 절정에서 둘의 노이즈가 최고의 시너지를 보인다. 초반부에는 마치 서스턴의 승리처럼 가다가, 이 마지막 구스타프슨의 최후의 황소 발악에서 그만 서스턴은 작렬하게 전사하며, 그 끝을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는 구스타프슨의 노이즈 전자음으로 나지막이 깔다가 곡이 갑자기 끝난다. 그리고 박수와 환호소리가 이어지며 앨범은 끝이 난다.

 

아방가르드-즉흥 음악, 내지는 프리 뮤직을 듣는 즐거움은, (물론 남들 잘 안듣는 음악을 듣고 있다는 뿌듯한 나만의 허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 밑도 끝도 없이 울리는 것 같은 소음속에서 아티스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찾는 순간 그 이야기를 자신의 주관이나 경험으로 해석해 받아들이는 짜릿함이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듣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 맛에 빠지기는 어려우나 일단 빠지면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아방가르드-즉흥 음악을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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