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Kanye West [Yeezus] (2013, Def Jam)

tunikut 2013. 6. 21. 09:42

 


01.   On Sight

02.   Black Skinhead

03.   I Am A God (featuring God)

04.   New Slaves

05.   Hold My Liquor

06.   I’m In It

07.   Blood on The Leaves

08.   Guilt Trip

09.   Send It Up

10.   Bound 2

 

  

초장부터 이런 표현 어떠실지 모르겠다만 문학도 마찬가지고 예술이라는 것이 그 창작자의 배설물이라고 가정했을 때, 결국 문학가든 예술가든 영화감독이든 창작자의 심리로부터 그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내 얼마나 잘 배설했느냐에 따라 그 완성도를 논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 배설물을 통해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비록 그게 더럽더라도) 그 감정에 공감을 하거나, 몰랐던 것을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 동안의 앨범 커리어에서 칸예 웨스트 (Kanye West)가 들려준 음악들은 그 스스로가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는, 전통적인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곡을 쓰거나 앨범을 낼 당시의 그 자신의 심리 상태가 유난히도 고스란히 앨범에 투영되어 왔다. (현 메인스트림 힙합씬에서 온전하게 모든곡과 보컬을 스스로 담당하는 랩퍼는 드물다.)

 

레전드와 아이콘은 다르다. 레전드는 그 분야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시간적존재라면, 아이콘은 그 한 시대에 그 세대들의 아픔과 열정을 대변해주는 독보적인 단면적존재다. 롤링 스톤즈 (The Rolling Stones), 제이지 (Jay-Z), 나스 (Nas), 조용필 등이 전자라면, 짐 모리슨 (Jim Morrison),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에미넴 (Eminem), 그리고 오늘 얘기하는 칸예 웨스트가 대표적인 후자의 예다. 예를 통해 봐도 알 수 있지만 대개 아이콘들은 회의적, 자기파괴적, 비판적, 그리고 개차반적인 모습들을 종종 보여준다. 레전드들이 새 앨범을 발표하면 대부분의 청중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의 음악을 기다리고 그들의 음악에 큰 비평을 가하고자하는 마음을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콘들이 앨범을 내면 유난히 호들갑스럽고 아노미적인 현상을 보인다. 왜냐하면 그 아이콘개인의 삶과 감정과 심리에 유난히 이입이 많이 되기 때문에 그 음악 하나하나, 그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에 지극한 관심과 비판을 쏟게 되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 여타 힙합 아티스트들과 칸예 웨스트는 분명 특별하고 다르다.

 

새 앨범의 뚜껑이 열렸다. “No Credits, No Booklet, Just Music”이라는, 발매 당일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도록 한 나름의 후까시적 홍보 전략은 좋았으나, 유출이 돼버리면서 역시 절대적 후까시는 어렵다는 걸 입증했다. 앞서 언급한 예술가의 배설물주제를 이어가자면, 우리는 지금껏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 칸예 웨스트가 괴로워하고 절규할수록 더더욱 환호를 보이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데뷔작부터 3 [Graduation]까지 나름의 학교 3부작이라는 컨셉트 하에, 탄탄한 힙합(!)’ 앨범들을 제조하며 탄탄대로를 걸어가던 그는, 어머니의 사망, 연이은 두 명의 애인과의 결별과 배신, 조지 부쉬 (George W. Bush) 대통령에 대한 언급 및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 사건 등 연거푸 5단 콤보를 얻어 맞게 된다. 그리하여 이는 학교 3부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칸예로 하여금 새로운 떡밥의 서막을 알리게 하는 계기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암울 3부작이라 칭하고 싶다. 이 새로운 암울 시대부터 그의 음악은 왜곡되고 뒤틀리기 시작하며, ‘힙합(!)’이라는 장르적 궤도를 이탈해 냅다 달리기 시작하는데 [808s & Heartbreak]에선 안개 낀 숲 속 부유물이 흥건한 습지에 얼굴을 처박은 멜랑콜리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면,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이하 MBDTF)]에서는 내면의 선과 악을 충돌시켜 괴물로 변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그렇다면 (미리 공지한 바대로라면) ‘암울 3부작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Yeezus]에서 그는 어떤 모습일까?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홍보 문구처럼 Just Music 만으로 평가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행보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다. 일단 [MBDTF] 및 제이지와의 콜라보작 [Watch The Throne]의 연이은 성공과 새로운 반려자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과의 안정된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딸까지..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의 최악의 구렁텅이에서 찾아온 성공과 행복은 칸예로 하여금 마치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자신을 ‘Yeezus’라는 새로운 닉네임으로 부르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Yeezus라는 단어는 신성모독이 아닌, ‘음악 안에서의 메시아정도의 스웩 (swag)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 역시 본 앨범 내에서 분명히 Jesus를 따로 언급하고 있고, 자신은 신의 지배를 받는다고 언급을 하고 있는 걸 보아도 말이다.) 따라서 본 앨범은 그러한 맥락과 컨셉트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 점에서 “New Slaves” 말미에 울리는 가사는 자못 의미 심장하다. “이걸 끝내지 않을 거야. 지금은 아니야. 난 죽지 않아. 난 지지 않아.” 이는 [MBDTF] 수록곡 “Power”의 말미에서 창문 밖으로 자신의 몸을 던지며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묘사한 것과는 분명 대조되는 이미지다. (이 두 곡은 모두 이번 앨범과 [MBDTF]의 첫 싱글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또한 “Devil In A New Dress”에서 우리가 왜 힘들어야 하지? , 지금은 여름인 걸 깜빡했군.”이라고 했다가 본 앨범 수록곡 “Blood on The leaves”에서 지난 여름 이후로 너무 달려왔어. 이제 마음을 정리해야 해.”라고 하는 것에서도 이 앨범의 성격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결국 그는 이번 앨범에서 그 동안의 모든 괴로움에 대한 보상을 받고 이를 탈피해 새로운 삶을 위해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다. “Send It Up”의 말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Yeezus가 다시 일어났어.”

 

그렇다고 그의 메시지가 오로지 희망적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난 두 앨범에서 그를 괴롭혔던 내면의 갈등을 벗어 던진 그는 이제 외부로 시선을 향한다. 내면의 화를 외부로 분출시키는 것이 건강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앨범의 전반부에서 그는 유난히 그 이전 어떤 앨범에서보다도 더욱 분노에 가득 차 있고 격앙돼 있으며, “Black Skinhead”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70년대 영국의 펑크록씬을 상기시키는 애티튜드 (attitude)를 보인다. 미디어와 미국식 기업 자본주의, 그리고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 이전에도 물론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면으로 내세워 대놓고 엿먹으라!”는 식의 메시시를 던지는데, “On Sight”, “Black Skinhead” 그리고 “New Slaves”로 이어지는 전반부 곡들의 가사에서 공통적으로 미디어나 헤이터 (haters), 혹은 자본주의 기업을 향해 “Fuck!”을 외치는 그의 공격적인 톤을 만날 수 있다. 백인들의 노예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물질주의에 대한 새로운 노예 (new slaves)가 되어가는 것을 그는 경고한다.

 

한편 앨범의 후반부는 칸예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과 현재의 편안한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두 앨범에서 그토록 괴로워하던 그의 모습에 비교하면 마치 다시금 학교 3부작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의 가사는 차분해졌고 다시금 한층 밝아졌다. “Hold My Liquor”“I’m In It”에서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술과 여자로 힘들었던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는 “Blood on The Leaves”“Guilt Trip”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두 여성 알렉시스 파이퍼 (Alexis Phifer)와 앰버 로즈 (Amber Rose) – 의 기억들을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Send It Up”“Bound 2”에서 현재의 킴 카다시안과의 행복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결국 알렉시스 파이퍼와의 이별이 [808s & Heartbreak], 앰버 로즈와의 이별이 [MBDTF]를 만들어냈다면, 킴 카다시안과의 새로운 사랑이 [Yeezus]를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칸예 웨스트씨, 부디 이제 그만 힘들어 하시길

 

자자, 실은 더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화장실 한번 다녀오세요.) 이 앨범의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렇다. 이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들은 약간 병신같다. 비트는 무슨 국자로 냄비뚜껑 때리는 것도 아니고 전자음은 무슨 쌍팔년도 동네 변두리 오락실 뿅뿅숑숑도 아닌 게 좀 듣기 거북하고 천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게 칸예 웨스트가 의도한 거다. 칸예는 나와 같은 77년생이라 생각이 통했던 건지 모르겠다만,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가장 리이슈가 안되는 장르 중의 하나가 ‘80년대 초중반 올드 스쿨 댄스 뮤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드디어 칸예가 이걸 끄집어내서 가지고 왔다. 2013년의 힙합과 댄스뮤직 (EDM)을 정확히 30년 전으로 돌려놓으면 어떤 게 나오는지 아나? 힙합으로 치면 엘엘 쿨제이 (L.L. Cool J)와 런 디엠씨 (Run DMC), 그리고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y)가 있었고 댄스 뮤직으로 치면 시카고 하우스가 있었다. 칸예가 의도한 건 그 정확히 30년 전의 미니멀한 댄스 비트라는 거다. 엘엘 쿨 제이의 [Radio]와 런 디엠씨의 [Raising Hell], 그리고 퍼블릭 에너미의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을 들어보면, 그 올드 스쿨 힙합이라는 장르의 비트란 게, 지금 들어봐도 굉장히 기계스럽고 하드함을 알 수 있다. (둔탁하고 먹통스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비트의 질감은 다소 얇다.) 그야말로 양철통을 서로 부딫히는 것 같은 그 날것 같은 미니멀한 비트를 칸예는 이 앨범에 전반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상기 언급한 앨범들을 모두 프로듀스한 장본인인 릭 루빈 (Rick Rubin)이 그래서 소환된 거다.

 

전자음으로 가보자. 시카고 하우스라고 했다. 일단 하우스라는 장르는 현재의 모든 댄스플로어 음악의 가장 근본이라고 할 수 있고 이 하우스라는 음악이 태어난 장소가 바로 칸예 웨스트의 고향 시카고다. 정확히는 70년대말의 디스코 음악들을 보다 플로어용에 가깝게 당시의 디제이들이 믹스하면서 생겨난 음악이고, 그 음악들이 주로 울려퍼지던 클럽 이름이 시카고의 웨어하우스 (Warehouse)’여서 이 음악을 하우스라 칭하게 된 것. 이 초창기 시카고 하우스에도 프랭키 너클스 (Frankie Knuckles)로 대표되는 퓨어한 시카고 하우스, 래리 허드 (Larry Heard)로 대표되는 딥 하우스, 그리고 애시드 하우스 등 여러 스타일이 존재했었는데, 칸예 웨스트가 본 앨범에서 차용한 것은 바로 애시드 하우스다. (그는 최근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했다.) 이 애시드 하우스를 대표하는 인물은 디제이 피어 (DJ Pierre)인데 그는 어느날 Roland TB-303이라는 베이스 머신을 가지고 놀다가 그 베이스라인의 피치를 조금 올려봤더니 기묘하게 뿅뿅거리는 그루브가 생기는 걸 발견하고는 이 소리를 이용해서 당시 자신이 속한 그룹 퓨쳐 (Phuture)의 이름으로 “Acid Trax”라는, 이른바 역사상 최초의 애시드 하우스 싱글을 발매하게 된다. 본 앨범의 오프닝곡에서 여러분들의 귀를 아프게 했던 그 뿅뿅이가 바로 이 “Acid Trax”를 샘플링한 거다. 이 거슬리는 뿅뿅이들은 “On Sight”, “Black Skinhead”, “I Am A God”, “New Slaves”, “Guilt Trip”, “Send It Up” 등 앨범의 대다수 곡들에서 울려퍼지고 있으며 그 밖에도 앨범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그 징징거리는 신스-베이스음이 Roland TB-303 베이스라인의 기본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 앨범의 사운드가 병신 같은 또 다른 이유는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자메이칸 랩 (“I Am A God”, “Guilt Trip”, “Send It Up”)인데 이 역시도 올드 스쿨 댄스 뮤직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90년대 초반의 뉴욕 하우스씬으로 가보면 (지금도 매우 유명한 디제이인) 에릭 모릴로 (Erick Morillo)가 속해있던 그룹 릴 투 릴 (Reel 2 Real)이나 데이빗 모랄레스 (David Morales)가 이끌던 더 배드 야드 클럽 (The Bad Yard Club), 그리고 초창기의 마스터스 앳 워크 (Masters At Work)를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의 음악들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훵키한 브레익비트에 곁들여진 자메이칸 랩을 들을 수 있다. 디스코와 초창기 시카고 하우스, 그리고 뉴욕 하우스씬에 대해 줄줄히 꿰고 있는 다프트 펑크 (Daft Punk)가 그래서 소환된 거다.

 

, 글이 너무 길어졌다. 이 정도면 칸예 웨스트의 여섯번째 스튜디오 앨범 [Yeezus]를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 같다. 이 앨범에도 물론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앨범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내러티브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거다.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일컫는 (비교적 최근의) 힙합 앨범들 – [MBDTF] [good kid, m.A.A.d city] – 은 듣고 나면 앨범 전체가 하나로 꽉 함축되는 느낌, 그리고 한편의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 것 같은 어떤 강렬한 여운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 앨범은 그런 면에서 클래식 앨범으로 평가받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매우 창의적이고 잘 만든 앨범임에는 분명하지만 걸작이라기 보다는 괴작내지는 실험작정도로 보는 편이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칸예 웨스트의 음악적 커리어에 오명을 남길 앨범은 절대 아니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는 여전히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힙합 아티스트다.

 

학교 3부작’, ‘암울 3부작이 이렇게 끝났다. 이제 그는 다시 밝아졌다. 딸도 생겼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율배반적이지 않다. You know what I mean?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This post was contributed to: http://hiphople.com/review/808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