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RAVOLTA [Sky] (1998, Skylarkin)

tunikut 2013. 6. 3. 10:18

 


1. Navigation

2. Sky

3. Faith

4. Since The Morning

5. Tiny Pieces

6. Close Your Ears

7. Swing

8. Take Me Home Tonight

9. Sky (Crystal Clear Version)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건 떳떳하게 과시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지, 쿨하지 못한 게 아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다는 건 그만큼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오히려 남들이 보기에 부러움을 살 수도 있는 것이므로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왠 군대말투?). 오늘 얘기하는 일본의 2인조 유닛 그룹 라볼타 (RAVOLTA)의 멤버 히구라시 아이하 (Higurashi Aiha)도 언제까지나 씨걸 스크리밍 키스 허 키스 허 (Seagull Screaming Kiss Her Kiss Her, 이하 SSKHKH) 시절의 독기 품은 눈빛만을 하고 지낼 수는 없는 것이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었던 게다. 그래서 이렇게 “Sky”라는 훌륭한 팝송을 불렀다.

 

라볼타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의 라이엇걸 스타일 인디 밴드 SSKHKH 출신의 기타/보컬리스트 히구라시 아이하와 역시 일본의 힙합 그룹 샤카좀비 (Shakkazombie)의 프로듀서/디제이인 츠치이 (Tsutchie)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 앨범은 1998년에 발매된 그들의 스튜디오 앨범으로 정규작으로는 현재까지 유일하다. 이 그룹이 결성된 당시에도 이미 SSKHKH나 샤카좀비가 한창 활동할 당시였기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2011년 이들은 다시 뭉쳐 EP 앨범을 하나 추가로 발매하였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곡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단회성은 아닌 것 같다.)

 

인디락 싱어와 언더그라운드 힙합 프로듀서의 조합이어서 음악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할 수 있겠으나, 의외로 음악들은 비교적상큼하고 쉽다. 육중한 베이스음 위주로 둔탁한 비트를 들려주던 샤카좀비에서의 츠치이와는 달리, 기타 사운드가 주가 된 샘플링과 약간의 퍼지 (fuzzy)한 노이즈음 등이 아이하의 영향력을 많이 느끼게 한다. 9곡이 수록돼 있으나 곡들 사이의 분위기는 약간씩 다른데, 음악이 완전 새롭다기 보다는 SSKHKH의 앨범들에서 간간히 들려주던 댄서블하거나 힙합적인 트랙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성격이 크다. “Faith”는 조지 마이클 (George Michael)의 원곡을 아이하답게 꽤나 저질스럽게 리메이크한 곡이고 (화투장 들고 껌 짝짝 씹으며 담배 피우는, 약간 예쁘장하나 찌든 퇴폐가 그것을 감춰버린 30대 후반 술집 아줌마 스타일의 아이하 특유의 건조한 보컬 스타일이 이 곡에서 빛을 발한다), 노이즈 효과음을 이용하여 그것을 모던락스럽게 (“Since The Morning”), 훵키한 힙합 스타일로 (“Tiny Pieces”), 혹은 미니멀한 비트로 (“Close Your Ears”) 각기 다르게 엮어낸 점이 흥미롭다. “Swing”은 부기우기 스타일의 의외성을 보여주며, “Take Me Home Tonight”은 차분한 발라드 넘버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종합선물세트성앨범 (개인적으로는 이런 거 매우 싫어함)이다 보니 밴드 자체의 뚜렷한 색깔을 나타내기엔 다소 무리감이 있으며 그냥 두 뮤지션이 편하게 하고 싶은 음악을 한 것으로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 하다.

 

글 초장부터 따뜻해지는 삶이라는 이상한 드립을 쳤는데 그 이유는 사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Sky”가 너무 좋았어서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런 종합선물세트성앨범을 개인적으로는 꽤 안좋게 보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 “Sky”라는 타이틀곡 하나로 그 불만감을 중화시켰다고나 할까? 일본의 팝음악은 듣다 보면 묘한 감수성이 있는데, 약간의 멜로우함, 정박 비트보다는 약간씩 곁들이는 드럼 박자, 또는 어쿠스틱 기타나 혼 (horn)음을 사용한 약간의 훵키한 느낌, 그리고 신디사이저의 울림이 주는 묘한 애틋함 등이 그것이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あの, いちばんかな)를 나는 평생 잊을 수 없고, 가끔씩 리뷰 등등을 쓸 때마다 자주 언급을 하는데, 그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히사이시 조 (Hisaishi Joe)가 들려주던 영롱한 신디사이저음..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어렸을 때 아빠 엄마를 따라 바라본, 파란 바다와 그 바다 위에 떠 있던 여러 척의 하얀 배들이 합쳐 보이던, 마치 파란 스케치북에 하얀 점들을 찍은 것 같은 그 강렬한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는 그 아련한 추억 속의 바다. 그 느낌이다. 그래서 난 요새도 한강 다리를 건너다가 한강에 떠있는 하얀색 오리보트들을 보면 묘한 감상에 젖곤 한다. 바로 이 곡 “Sky”를 듣다보면 츠치에가 들려주는 약동하는 느낌의 비트와, 아이하의 차분하면서 애상적인 보컬이 묘한 대비감을 주면서 (제목은 하늘이지만) 앞서 말한 옛바다의 느낌을 준다. 아니, 어쩌면 그 옛바다가 하늘인지도 모른다. 하늘 역시도 파란 바탕에 하얀 점이 아닌가. 어린 시절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빠 엄마를 따라 떠났던 첫 해외여행 비행기 안을 기억하는가. 비행기 안에서 내다본 하늘은 마치 바다처럼 보였고,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마치 하늘처럼 보였다. 이 분위기에 곡 중간중간 우우아!” 울리는 그 어린아이 고함소리 같은 묘한 샘플링까지 더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저 푸른 하늘, 아니면 저 푸른 바다로 뛰어오를 거야!’라는, 그 희망차지만, 애틋한, 희망을 안고 약동하고 싶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지나가버린 과거가 된.. 그 묘한 애틋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아이하는 곡 속에서 자꾸만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걸까“I cannot stand that..”

 

그러니까 이렇게 따뜻하게 살자. 사랑하며 살자. 오늘도 차분하게 시작했다가 tunikut 특유의 미친 감상주의 드립으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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