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Ill Bill [The Grimy Awards] (2013, Uncle Howie)

tunikut 2013. 6. 1. 18:33


 

01.   What Does It All Mean?

02.   Paul Baloff

03.   I Don’t Know How Long It’s Gonna Last

04.   Acceptance Speech (featuring A-Trak)

05.   Truth

06.   Exploding Octopus

07.   Forty Deuce Hebrew (featuring HR of Bad Brains)

08.   How To Survive The Apocalypse

09.   Vio-Lence (featuring Shabazz The Disciple & Lil Fame of M.O.P.)

10.   Acid Reflux

11.   L’Amour East (featuring Meyhem Lauren & Q-Unique)

12.   Power (featuring OC & Cormega)

13.   When I Die (featuring Tia Thomas)

14.   Severed Heads Of State (featuring El-P)

15.   120% Darkside Justice (featuring Jedi Mind Tricks)

16.   Canarsie High

17. World Premier

 

  

올 상반기는 그야말로 미국 언더그라운드/하드코어 힙합팬들의 귀를 쉬지 못하게 한다. 차페이스(CZARFACE)의 수퍼프로젝르 앨범부터 데미가즈(Demigodz)의 귀환, D.I.T.C.의 에이쥐(A.G.)와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의 사닷 엑스(Sadat X)가 주축이 된 트리니티(Trinity) 프로젝트에, 최근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신보까지.. 여기에 또 하나의 앨범이 바로 오늘 살펴보고자 하는 일 빌(Ill Bill) [The Grimy Awards].

 

외모로만 따지면 미국의 용감한 형제라 할 만한 일 빌은 데뷔 초창기의 그룹 넌픽션(Non Phixion) 및 친동생 네크로(Necro)와의 콜라보, 이후 라 코카 노스트라(La Coka Nostra)의 그룹 활동 및 디제이 먹스(DJ Muggs)나 비니 패즈(Vinnie Paz)와의 콜라보 등 쉬지 않고 정력적인 음악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솔로 정규앨범으로서는 이번 앨범이 2004년의 [What’s Wrong With Bill?] 2008년의 [The Hour Of Reprisal] 이후 세번째인 셈이다.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못한 학력이지만, 스스로 밝히듯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다는 것처럼 외모와 달리 그의 가사나 메시지는 상당히 진중하고 지적이고 시사적이며, 나아가 나라와 지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면모를 보여, 아마도 사상의학적으로 분명히 태양인이 아닐까 싶다. 이미 넌픽션 시절부터 “CIA가 날 죽이려 해!”라며 처절하게 외쳐왔듯이, 그의 앨범들을 듣다 보면, 핵전쟁-경찰폭력-자연재앙-지구멸망 등을 걱정하고 비판하는 가사들을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엉클 하위(Uncle Howie)의 목소리 스킷 만큼이나)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의 메시지가 유난히 더욱 설득력 있고 진중한 이유는 겉멋이 들어있지 않고, 가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지면으로나 호러코어 스타일의 음악으로나 상당히 사타닉(satanic)한 스웩(swag)으로 겉포장을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정작 본인은 역설적으로 꾸준히 일루미나티(Illuminati)를 경멸하는 가사들을 많이 내뱉었는데, 실제로 디제이 먹스와의 콜라보작 [Kill Devil Hills]는 앨범 전체가 일루미나티 박멸을 컨셉트로 삼고 있다. 또한 본작 수록곡 “Exploding Octopus”를 예로 들어보면, 미국의 악명 높았던 고학력자 테러리스트 테드 커진스키(Ted Kaczynski)의 실화를 통해, “아이폰이 없다고 상상해보라,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을 경고한다.

 

일 빌 스스로 앨범 속지에 밝혔 듯이, ‘The Grimy Awards’라는 말의 뜻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모든 것들을 겪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시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양한, 그러나 일관된 진중성을 보이는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 어린 시절 음악적 우상이었던 헤비메틀 밴드 엑소더스(Exodus)의 프론트맨 폴 밸로프(Paul Baloff)와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쥬(“Paul Baloff”, “World Premier”)로부터, “When I Die”에서는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가장 사랑했던 삼촌 엉클 하위의 사망에 대해 신실한 애도와 추모를 한다. 이러한 그의 향수는 어린 시절 자신이 자라온 브룩클린의 한 클럽을 조망한 “L’Amour East”를 통해 다시금 빛을 발한다. 한편 “Vio-Lence’“Severed Heads Of State”를 통해 폭력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고 있으며, “How To Survive The Apocalypse”에서는 멸망이 온 직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주제를 놓고 마치 강연하듯이 이야기하는데, 디테일하게 상황을 풀어가는 가사에서 그가 얼마나 지적이며, 독서량이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이야기들은 “Acceptance Speech”를 통해 자신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영향을 준 뮤지션들에게 신실한 감사를 표함으로서 앨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그 동안 그가 발표한 작품들 중에서 가사적으로 가장 자조적이고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자, 앨범의 프로덕션은 그렇지 않다. 이제 분위기를 바꿔보자. 지금 당장 핏방울을 저 순딩이스러운 앨범 자켓에 몇방울 떨어뜨려보자. 그래, 바로 그 느낌이다. 자조적인 가사들을 장악하고 있는 사운드는 매우 통렬하고 잔인하다

 

일단 일 빌의 목소리톤부터 몇몇 곡에서 다소 격앙된 하이톤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The Hour Of Reprisal], [Kill Devil Hills], [Heavy Metal Kings] 등 최근작에서와 달리, 넌픽션이나 [What’s Wrong With Bill?] 시절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다. (“Truth”에서의 그의 톤은 흡사 고스트페이스 킬라를 연상시킨다.)

 

혹자는 앨범 발매 전 참여진들의 리스트를 보고 이 앨범은 미친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앨범은 미친정도가 아니라 ㅈ랄에 가깝다. 앨범 전체가 힙합을 가장한 싸이키델릭록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앨범의 사운드는 매우 애시딕(acidic)하기 때문에 미리 제산제를 준비해 놓고 들어야 할지 모른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서술해보자. 플레이를 누르는 순간 인트로인 첫곡부터 싸이키델릭한 전자음이 귀를 자극하더니, 다음곡 “Paul Baloff”에서는 아예 쌩리얼싸이키델릭록 반주에 코러스도 없이 한 벌스로 광기어린 다음절 속사포 라임이 펼쳐진다. 이어지는 “Acceptance Speech”는 초장부터 그 절정의 끝을 보여주는데 주니어 매크노(Junior Makhno)의 칼을 가는 듯한 샘플링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좀 잔인한 표현이지만) “Paul Baloff”에서 개구리의 목을 따려고 칼을 휘둘렀는데 개구리목이 덜떨어진 상태로 뱅뱅 돌아가며 광기어린 라임을 뱉었더니, “Acceptance Speech”에서 야 임마 죽어! 죽어!” 이러면서 개구리의 머리를 막 퍽퍽 내리찍는 느낌이랄까? (임산부나 노약자분께 죄송합니다.) 이러한 싸이키델릭함은 일 빌표 사악 프로덕션의 막장을 찍은 “Forty Deuce Hebrew” (전설적인 하드코어 밴드 배드 브레인스(Bad Brains)의 보컬리스트 에이치알(HR)은 이번에도 지난 앨범의 “Riva”에 이어 참여했는데, 역시나 그의 사타닉한 보컬은 일 빌표 사악 프로덕션과 최고의 시너지를 보인다.)에 이어,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리얼먹통비트 “Acid Reflux”, 아야톨라(Ayatollah)가 중후반부에 포진해서 다시금 싸이키-기타 사운드를 선보이는 “L’Amour East”까지 들으면 귓청이 찢어지고 신물이 올라오는 싸이키함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 그 즈음, 엘피(El-P)“Severed Heads Of State”에서 그야말로 목을 밸 듯이 다시 한번 확인 사살해주고 (특히 앨범 전체를 통틀어 엘피의 참여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곧바로 비니 패즈가 “120% Darkside Justice”에서 자신의 사단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Jedi Mind Tricks)-씨 랜스(C-Lance) 조합을 소환해 특유의 망치로 내리찍는 비트로 잘가라고 가격해버린다. 이러니 이게.. 이 음반이 이게 제정신인가?

 

그러나 일 빌은 똑똑했다. 여러 번 생각했다. 앨범을 여러 번 검토하고 또 수정했다.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조져버리기만 하면 그 자체로 앨범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넌픽션 이후 11년 만에 피트 락(Pete Rock)을 다시 소환했는데, 그가 프로듀스한 “Truth”“When I Die”를 통해 매우 적절한 위치에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완급 조절의 시간을 할애해주고 있기까지 하다.

 

일 빌의 세번째 정규 솔로작인 본 앨범은 이렇듯 컴팩트하다. 다소 의외(이자 솔직히 맘에는 안드는)인 앨범 자켓 - 엉클 하위의 젊은 시절로 추측 - 이 주는 이미지부터,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추억하고 현재를 관조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메시지를,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처절한 싸이키델릭사운드로 무장해 이렇게 내놓았다. 그의 앨범들은 항상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대충 만든다는 느낌이 없어서 참 좋다. 마치 정성스레 도자기를 굽는 장인같이, 신중하게 여러 번 검토한 흔적이 느껴지고, 보너스 DVD , 항상 팬들을 위해, 팬들이 좋아할 만하게 신중하게 결과물들을 내놓는다는 느낌이 들어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게 진짜 멋진 언더그라운드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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