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The History Of Apple Pie [Out Of View] (2013, Marshall Teller)

tunikut 2013. 5. 2. 13:18

 


01. Tug

02. See You

03. Mallory

04. The Warrior

05. Glitch

06. You’re So Cool

07. I Want More

08. Do It Wrong

09. Long Way To Go

10. Before You Reach The End

 


더 히스토리 오브 애플 파이 (The History Of Apple Pie)는 영국 런던 출신의 5인조 밴드로, 이제 막 데뷔작인 본 앨범 [Out Of View]를 발표한 신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너무 많이 느꼈는데 사실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자면 글 자체가 너무 경박해질 거 같아서 최대한 마음을 자제하고 쓰고 있는데 그게 사실 좀더 어렵다.  

 

이 앨범이 주는 그 울림,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몇 해 전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셀프 타이틀드 앤 벅와일드 (Celph Titled & Buckwild) [Nineteen Ninety Now]라는 앨범이 나왔을 때, 힙합팬들은 ‘90년대 골든 에라 힙합의 향수를 듬뿍 담아냈던 그 앨범에 열광을 한 적이 있다. 그 공식을 인디락씬으로 그대로 옮겨와 보면, 이 앨범은 90년대 중후반에 인디락-기타팝-슈게이징 음악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격한 사랑을 받을 앨범이다. 나는 이 앨범을 플레이어에 놓고 이른 아침 출근길에 처음으로 들었는데, 그 바쁜 출근길 아침에 듣다가 그만 마음이 울컥해져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하루가 저무는 것도 아니고 상쾌하게 시작하는데 아침부터 euphoric해져버리니, 출근길에 하품 이외에 또 다른 눈물 유발자가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이게. 개인적으로 살면서 앨범을 들으며 실제로물리적인 눈물 그 자체를 흘려본 적은 제이 딜라 (J Dilla) [Donuts] 이후로 이 앨범이 처음이니.. 이 앨범 정말 대단하다. 내가 이 앨범을 듣고 울컥해진 이유는, 절대로 앨범에 담긴 음악이 슬프거나 해서가 아니다. 이 앨범의 사운드가 가진 마력은 듣는 순간 순식간에 나의 몸을 90년대 대학 시절의 어느 한 순간으로 이동시켜버린다. 그 가슴 저미는 향수 때문에 어떨 수 없이 울컥해지다 못해 북받치고 어이없을 정도로 서러워져 버린다. 대성통곡을 유발할 수도 있었지 싶다.

 

노이지한 틴에이지 팬클럽 (Teenage Fanclub)” 내지는 캔디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정도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틴에이지 팬클럽의 멜로디 기타팝을 좋아하지만 조금만 더 씨끄러웠으면 좋겠다거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몽롱함에서 조금만 더 달달했으면 좋겠다는 분들에게 딱 맞춤형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국내 밴드인 언니네 이발관-코스모스-쥴리아 하트로 이어지던 90년대 말 기타팝의 감수성을 다시금 만끽하고픈 이들에게는 가히 최고의 선물이다. 98년에 신촌 푸른굴 양식장에서 알고 지내던 그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하여 이 앨범을 들려줘보시라. 십중팔구 술 한잔을 얻어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보컬리스트 스테파니 민 (Stephanie Min)을 포함하여, 두 명의 기타리스트 제롬 왓슨 (Jerome Watson)과 아슬람 가우리 (Aslam Ghauri)의 트윈 내지 트리플 기타가 쏟아내는 노이지한 기타에, 스테파니 민 (한국계? 대만계?)의 가녀린 듯 달달한, 고의적으로 가사가 안들리는 보컬, 그리고 베이시스트 켈리 오웬스 (Kelly Owens)의 예쁜 코러스 하모니까지 더해, 이쪽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가장 갈망하는 궁극의 멜로디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나 앨범의 리드 싱글들인 “See You”-“Mallory”-“Glitch”-“You’re So Cool”로 이어지는 짠한 멜로디의 4단 콤보 향연 앞에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며, 이것들을 들으며 봄날의 벚꽃 나무 사이를 걸으면 아마도 그 달달함에 취해 사망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Long Way To Go”와 같은 상큼한 어쿠스틱팝부터 “Tug”“Before You Reach The End”의 각잡힌 슈게이징까지 지루할 틈도 없다.

 

가사 역시나 잘은 안들리지만 애틋한 연인 관계에서의 감수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대박 싱글 “See You”는 벌써 그 사운드부터 안그래도 향수 땜에 미치겠는데, “나도 알아, 끝났다는거, 하지만 그리워, 보고 싶어, 널 찾을 거야. 그 때의 그 taste 기억나?” 이런 식의 가사들이니. 나원이거참, 진짜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은 건지..

 

앨범을 들으면서 수차례 케이팝스타 심사위원 박진영씨가 그 왜 곡이 맘에 들 때, 살짝 인상 쓰면서 어이없이 만족스럽다는 듯 툭툭 짓는 미소를 몇번이고 지었는데, 계속해서 나의 느낌은, “우와진짜푸하하, 이게 뭐냐.. 완전..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사기다 이건..” 뭐 이런 식의 감상이 주를 이뤘다. 만일 밥을 먹으면서 이 앨범을 들었다면 입속의 씹다 만 밥알과 반찬들이 보이는 것도 망각한 체 입을 벌리고 멍하게 있었을 앨범이다. 한참 동안 힙합이나 재즈 위주로 음악을 듣던 나의 근본을 다시 찾은 카타르시스랄까. 오래 전 사랑하던 옛 연인을 재회한 느낌이랄까. 정말 자비를 들여서라도 이것 좀 들어보라고 주변 사람에게 사주고 싶을 정도의 느낌이다. 이 앨범 한 장은 나로 하여금 전혀 이름도 모르던 밴드에서 순식간에 거의 빠돌이 수준으로 끌어 올려지게 만들었고, 데뷔 앨범이 나온지 몇 달도 안된 상태에서 벌써부터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려지도록 만들었으며, 모든 장르 통틀어서 5년간 들었던 앨범 중에 최고라는 극단적인 찬사를 하게끔 만들었다. 

 

 

 

* See also: http://blog.daum.net/tunikut/1150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167322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