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Nas [It Was Written] (1996, Sony/Columbia)

tunikut 2014. 1. 9. 13:28


01. Album Intro
02. The Message
03. Street Dreams
04. I Gave You Power
05. Watch Dem Niggas
06. Take It In Blood
07. Nas Is Coming
08. Affirmative Action (Feat. The Firm: Nas, AZ, Foxy Brown 
Cormega)

09. The Set Up
10. Black Girl Lost (Feat. Jojo Hailey of Jodeci)
11. Suspect
12. Shootouts
13. Live Nigga Rap (Feat. Mobb Deep)
14.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 (Feat. Lauryn Hill)

 

 

[Illmatic]의 시다바리. 알파벳 순으로 씨디장에 꽂아도 [Illmatic] 다음에 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 숙명. 너무나 유명한 앨범이지만, 제대로 얘기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앨범. 하지만 "The Message"를 들으며 나스(Nas)가 퀸스브리지에서 우리집 앞까지 보내는 메세지에 쾌감의 눈물을 글썽이고,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을 술에 취해 연거푸 제창하며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Illmatic] 못지 않게 사랑하는 앨범.

 

바로 [It Was Written]이다.

 

이 앨범이 발매된 연도는 1996년으로, 이 시기는 힙합의 '골든 에라(golden era) 중의 골든 에라'라고 할 수 있는, 그 열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94년부터 96년 사이 뉴욕의 힙합 씬에는 두 진영 사이에 묘한 긴장감 같은 게 있었는데, 비기(Biggie)-제이지(Jay Z)의 브룩클린 진영과 나스-맙 딥(Mobb Deep)의 퀸스브리지 진영이 그것이다. 당시는 동부와 서부의 대결이 더욱 화두가 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두 진영 사이에 눈에 크게 뜨이는 비프는 없었지만, 그 살얼음 같았던 묘한 이스트 코스트의 긴장감 속에서 [Illmatic]을 시발점으로 쏟아져 나온 앨범들이 [Ready To Die], [The Infamous], [Only Built 4 Cuban Linx...], 그리고 [Reasonable Doubt]이었고, 이 클래식 마피오소(mafioso) 앨범들 이후의 나스의 항변 내지는 나름의 자구책을 보여주기 위해 내놓은 앨범이 바로 [It Was Written]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이 동부 내에서의 긴장감으로도 부족해 서부의 [All Eyez on Me]까지 가세해 그 긴장감은 일촉즉발의 최고조에 달했고, 덕분에 리스너들도 귀보신했다.)

 

그럼 나스는 어떻게 자구책을 마련했을까. 일단 캐릭터의 변신이 필요했다. 길거리의 젊은 시인 내스티 나스(Nasty Nas) 캐릭터로는 이들에 대항하기엔 다소 약한 감이 있다 보니 마피오소 캐릭터를 앞세운, 보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강한 캐릭터 나스 에스코바(Nas Escobar)를 창조했다. 또한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우탱(Wu-Tang)과 약간의 연합을 도모했고, 마침내는 더 펌(The Firm)이라는 수퍼그룹을 결성해 집단화를 꾀하게 된다.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더 펌의 프로듀서가 닥터 드레(Dr. Dre)였고 소속 레이블 역시 애프터매스(Aftermath)였다는 점이다. 그럼 어쩌면, (비약일 수도 있겠으나) 나스는 최후의 자구책을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정신으로 웨스트 코스트와도 약간의 연합을 도모했던 건 아닌지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볼 수도 있겠다. (실제로 당시 투팍(2Pac)은 나스를 공격하는 가사를 썼었으나, 이 당시만 해도 나스의 주된 관심은 '뉴욕의 왕좌'였기 때문에, 투팍이 아니고 비기에 있었다고 추후 그가 밝히기도 했다.)

 

일단 이 [It Was Written]이라는 앨범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역설은, 발매 당시에는 '나스가 상업적으로 변했다.'라는 평가를 받았을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이 앨범은 전혀 상업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Illmatic] '생날것'같은 느낌에서 벗어나, 트랙마스터즈(Trackmasters)가 주축이 된 프로덕션을 통해 살짝 쪼개지는 하이햇 드럼 비트, 캐치(catchy)한 신디사이저음 혹은 어쿠스틱 샘플 멜로디, 알앤비 보컬 훅 등이 몇몇 곡들에 등장한다는 건데, [Illmatic]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이라는 거지, 이것들을 가지고 '상업적 변질'로 치부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사면에서도 전반적으로 호전적, 공격적, 그리고 마피아적 성향이 강조돼 있는데, 그러다보니 관조적이고 철학적이었던 [Illmatic]에 비해, 다소 물질주의적, 세속적 느낌을 내고 있다. 즉 똑같은 스웨거(swagger)라도, '강하고 현명한 길거리의 왕'으로서 자신을 과시해보였던 [Illmatic]에 비해, 좋은 차, 여자, 보석, 브랜드, , 허슬링 등을 통해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상업적 변질'이라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 듯이 '캐릭터의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싶다. 물론, 가사 전체가 담고 있는, 뭔가 좀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깊이'가 전작에 비해 얕아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세련된 메타포들이 전작에서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테마를 구성하지 못하고, 딱딱 끊기는 식으로 다소 어수선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It Was Written] (적어도) 가사면에서는 [Illmatic]에 도전장을 내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건 넌센스다. 완벽한 [Illmatic]의 리리시즘(lyricism)에 비할 수 없다는 거지, 여전히 그의 가사들은 세팍타크로 선수의 다리처럼 앨범 전체를 휘젓고 다닌다. "The Message", "The Set Up", "Shootouts" 등에서의, 상황을 연결시켜 마치 영화 장면을 보듯이 생생하게 묘사해내는 나스 특유의 테크닉은 오히려 전작보다도 현저하게 나타나며, "Take It In Blood"에서의 세련되고 멋들어진 메타포들, "Black Girl Lost"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에서의 솔직한 자기 고백, 그리고 (무엇보다도) 총을 1인칭 의인화시켜, "총도 살인을 싫어한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들려준 "I Gave You Power" 등은 여전히 그가 왜 당대 최고의 리리시스트인지를 입증해준다. 아직 충분치 않은가? 그럼 "Affirmative Action" "Live Nigga Rap"에서의 그의 가사를 다른 피쳐링 랩퍼들의 그것과 비교해보라. 

 

진부할 수도 있으나 원곡 특유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는 "Shape Of My Heart"가 샘플링된 "The Message"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전반부도 좋지만 중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더 뒷심이 발휘되면서 앨범 전체를 견고하게 다져주는 게 특징이다. 앨범 내 베스트 트랙 중 하나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Nas Is Coming"은 당시로서는 꽤나 논란이 됐던 닥터 드레가 프로듀스한 곡으로, '도프(dope)'라는 한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 스타일의 환각적인 신스 샘플링을 동부 스타일 비트에 맞춤형으로 퓨젼시킨 멋진 곡이다. 닥터 드레와 손잡은 그룹 더 펌의 탄생을 화려하게 알리는 "Affirmative Action"이 곧바로 이어진다는 점도 역시 의미심장하다. 맙 딥의 해복(Havoc)의 비트가 담긴 "The Set Up"이나 "Live Nigga Rap" [The Infamous] [Hell on Earth]를 발매하던 리즈 시절의 맙 딥 사운드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탱 사운드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 "Shootouts" 역시도 앨범 후반부의 하드코어함에 일조한다. 그렇게 청자들의 고막에 연타석으로 둔상을 가하다가, 마지막에 "If I Ruled The World (Imagine That)"이라는 잊을 수 없는 '후크송'으로 마음을 보듬어주며 앨범은 끝을 맺는다. 글쎄.. 상업적 앨범?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현재 이 앨범은 몇번을 돌려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솔리드한 '하드코어 힙합 앨범'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한다. 내가 나스를 알게 된 계기는 [Illmatic]이 아니고 [It Was Written]이었다. 96-97년당시 동네 레코드점에 가보면 외국 음악 코너에서 항상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던 나스를 만날 수 있었고, 그 눈빛에 이끌려 집어든 후, 이 찰지고 맛깔 났던 앨범을 무척 좋아했다. 근데 문제는 이 놈의 [Illmatic]이다. 이걸 어떻게 봐야할지. [It Was Written]을 좋아했는데 사실은 [Illmatic]이 더 명반이랜다. 그래 한번 들어보자. .. 뭐랄까. 좋긴 한데 너무 로우(raw)한 느낌? 금방 잘 와닿질 않는다. 이게 왜 그렇게 명반 소리를 듣는 거지? [It Was Written]이 더 좋던데.. 그렇게 눈치를 보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Illmatic]을 가사와 함께 느끼며 다시금 들어보고, 그 역사성, 시대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Illmatic]이 왜 대단한 앨범인지를 깨달았다. 뭐 하지만 이제 커밍아웃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이젠 누구도 [It Was Written]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Illmatic]의 시다바리면 어떤가. [Illmatic]과 비교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이미 준클래식이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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